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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나와 대중의 경계에서

한국의 수도권 전철인 양재역, 신분당선과 3호선의 환승 통로에 이어지는 이 곳의 인파는 개울물 흐름 같다. 입술은 침묵하고, 기린처럼 펭귄처럼, 혹은 오리 떼처럼 양방향으로 가쁘게 순행한다. 이따금 귀따가운 조잘거림이 거슬리지만 곁가지로 제쳐지기 마련이다. 개울은 그렇게 끊임없이 흐를 것이다.     전동차에 올라서도 침묵은 계속되고, 서서도 앉아서도 각자도생, SNS에 몰입하거나, 시선의 피난처를 찾거나, 혹은 수면의 늪에 빠져 있다. 바로 옆의 승객과도 눈길 한 번 나누지 않는다.     거리에 나가서도, 상가에서도 유리벽을 친 듯이 서로 무관심하고 매정하다. 세상이 묵언고행(默言孤行)의 도가니이지 싶다.  누구나 집을 나와 떠돌더라도 보이지 않게 가정과 친지들, 동료들, 그리고 일터 같은 사회적 얼개와 제도에 연결돼 있다. 항공모함을 떠난 전투기들이 모함과 불가분의 관계인 점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흩어져 있으면 개성을 품은 시민이고, 모이면 고기압의 군중이 되곤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습관처럼 신문과 TV 뉴스를 잠깐 들여다본다. 지하철역까지 나오는 동안에는 아직 따끈한 뉴스의 내용과 그와 연관된 세상사가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맴돈다. 매스 미디어는 몰려오는 소식 만이 아니라 생활과 정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적인 요인과 현상을 두뇌 깊숙이 쏟아붓는다.     21세기의 대중은 대중문화를 포식하며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대중문화를 입고, 대중문화를 숨 쉬고, 대중문화 속을 헤엄치고 있는 나도 대중인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음을 빤히 알면서도 때때로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이유는 대중의 양면성 때문이리라.         지구촌이 현대에 이르러 산업화로 치달으면서 대중의 기세는 온 누리에 걸쳐 팽창 일로를 걸었다. 조직화하지 않은 상태지만 뭉치면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할 잠재력을 내장하고도 있다. 시민사회의 보편주의를 전통사회의 권위주의보다 우위에 견인했고, 인본을 신장시킨 사회변동의 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회사이다. 반면에 대중은 구체적인 상수 개념이 아니고 비조직적이다가 일단 군중으로 모이면 대중심리를 타고 고도의 휘발성을 띄기 때문에 위험하고 무섭다.       민주 국가에서 정당한 민의가 국정과 사회 경영에 효율적으로 반영되는 일이 최우선적 과제임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사사로움이나 불순함이 개재되는 일은 오랜 걱정거리였다.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지적한 대로 원자화되고, 불안정하고, 무기력하게 흩어져 있는 대중은 소수의 엘리트나 파시즘, 공산주의 같은 권위주의에 의해 조작, 오도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대중 스스로에게도 독약이 아닐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는 금과옥조이다.  광화문과 시청 앞에 운집하는 격정적이고 유동적인 대중의 중심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순화된 건실한 공중이 지탱해 줄 수는 없을까? 나와 대중의 경계에서 대중사회의 어렵고 예민한 테마, 그 좌표와 미래를 부둥켜안고 고뇌에 빠지곤 했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열린광장 대중 경계 입고 대중문화 대중 스스로 파시즘 공산주의

2023-10-03

"공산주의 희생자 1억명에게 '헌화'"

    원코리아네트워크(OKN)와 한미동맹재단-USA (KUSAF-USA)가 지난 8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공산주의희생자추념재단 연례헌화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12 개국 이상의 대사관과 50 개 이상의 포로국 대표단체, 인권 단체, 싱크탱크 등이 참여해 공산주의로 희생된 1억명 에 달하는 전세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16회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특히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로 구성된 자유조선인협회(FKA)가 이끄는 대규모 탈북자 대표단이 참가해 북한의 공산주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추모했다.    자유조선인협회(FKA)의 안 모 회장은 “오늘 동료 탈북민들과 함께 김씨 일가의 잔인한 독재로 인한 북한 내 희생자들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화환을 헌화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OKN 헨리 송 디렉터는 OKN, 한미동맹재단-USA, 자유조선인연합을 비롯 한국의 6대 북한인권 단체들을 대표해200 만 명 이상 사망한 북한의 공산주의 희생자 및 북한 주민들을 위해  헌화했다.     송 디렉터는헨리 송 디렉터는 “전 세계는 지난 10 년 동안 북한 주민들이 김씨 일가 정권의 잔혹한 독재, 그리고 현재도 김정은 정권 하에서 많은 고통을 겪어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에 얼마 남지 않은 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로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당하는 고통과 외부세계로부터 차단당해 모든 권리와 자유를 박탈당하는 실상을 계속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주미 한국 대사관 역시 6년만에 헌화식 참석에 복귀했다. 이에 대해 헨리 송 디렉터는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새로운 방향과 정책,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로써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 정권이 한미동맹에 야기하는 위험성과 위협을 잘 조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북한 공산주의 공산주의희생자추념재단 연례헌화 공산주의 희생자들 전세계 희생자들

2023-06-12

[김형석의 100년 산책] 자본주의의 끝없는 진화, 경제의 목표는 휴머니즘 고양

옛날 일이다. 강연을 끝내고 학생들의 질문 시간이 되었다. 한 학생이 “누가 무엇이라고 말하든지, 빈부의 격차가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내 대답은 이랬다.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회의 더 소중한 과제를 소홀히 하면 큰 불행이 찾아올 수 있다. 경제가 인간생활의 전부도 아니고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쉬운 예가 생각난다.     나는 교수이고 가난하다. 내가 바람이 불고 먼지가 휘날리는 거리를 걷고 있는데, 내 동창이 자가용을 타고 지나가다가 옆에 와 서면서 ‘내 차를 타라’고 권했다. 옆자리에 앉았던 내가 ‘세상이 공평하지 못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내가 너보다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이었는데 너는 자가용을 타고 나는 걸으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친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러면 내 자가용차와 너의 학문, 사상과 바꾸자. 나는 네가 존경스럽고 부러웠다.’ 내가 ‘야! 그런 철없는 소리 하지 마라. 네 재산을 다 준대도 내 학문과는 바꿀 수 없지.’”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가.   부유한 사업가와 가난한 교수   그렇다면 가장 소망스러운 사회는 어떤 편인가. 경제적으로 소외되지 않고 기본소득이 보장될 수 있으면, 그 후에는 모든 사람 각자가 원하며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찾아 행복한 생활을 즐기면 된다. 인생은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그 가치구현에서 조화롭고 보람 있는 삶을 완성하면 된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면 생각 못 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미켈란젤로의 조각과 시스티나 교회 벽화를 보려고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얻는 수입이 해마다 5억 달러는 된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어떤 기업가도 그런 경제적 혜택을 남겨줄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의 기초는 의식주의 해결로 그칠 수 있으나 그 후에는 학문 예술 등 정신적 가치와 문화적 혜택이 목적이 된다.   그런데 내가 대학에 있을 때 운동권 출신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예전에 내게 질문한 학생의 경제관에서 탈피하지 못한 과제를 붙들고 권력으로 국민경제를 이끌려고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기초적인 인문학적 소양만 갖추고 있었어도 해결하였을 문제들이다.   그때와 비슷한 1961년 겨울이었다. 뉴욕에 갔다가 경제학을 전공하는 후배를 만났다. 내가 물었다. “처음 미국에 와서 한 학기를 보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여기 아메리카라는 큰 수박이 있는데 정치에서는 의회민주주의가 최선의 길임을 인정하겠는데, 경제는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 정책이 좋을 것 같다. 최근에는 사회주의자들까지도 자본주의는 곧 끝날 것이고 공산주의가 사회경제의 최상의 길이라고 주장할 정도가 되었는데”라고 했다.   그 교수의 대답을 잊을 수 없다. “얼마 전 소련의 흐루쇼프 수상이 미국을 다녀갔다. 유엔에서 연설을 끝내고 뉴욕거리를 지나다가 록펠러센터 앞에서, ‘한두 개인이 이렇게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밑에서 희생당하지 않았겠는가’라고 했다. 다음 날 뉴욕타임스의 기자가 반박했다. ‘흐루쇼프 수상은 록펠러센터 같은 시설이 개인의 소유라고 착각하는데 미국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법적인 대표는 개인이지만 소유주는 그 회사나 기관의 주주(株主)들이다. 예를 들면 체이스맨해튼은행도 록펠러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록펠러는 주식 5%까지만 소유하도록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나머지 95%는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 갖는다. 그 5% 수입에서도 세금이 있고, 록펠러가 갖는 것은 경영과 운영권이고 그 이윤으로 어떻게 사회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기여권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까 정치가는 정치를 통해, 학자는 학문을 통해 사회에 이바지하듯이 기업인은 기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아메리카의 경제관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여 년 동안에 그 변천 과정이 불가피했다. 소유가 목적이라고 생각한 첫 단계가 자본주의였으나 그 단계는 끝난 지 오래다. 사회가 자본을 공유하는 단계로 바뀌었고, 지금은 기업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기여체제로 승화했다. 그런 경제체제의 변화 덕분에 미국 사람들은 흐루쇼프 수상의 공산주의 경제제도를 100년 이상 뒤떨어진 경제관으로 본다.   러시아 흐루쇼프 수상의 착각   무엇이 그 뒷받침을 했는가. 경제의 민주화 방법을 법제화시킨 것이다. 그 법치를 뒷받침한 정신은 기독교를 모체로 한 박애정신, 즉 휴머니즘이다. 인간애 정신이다. 그렇게 200년을 지난 지금은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고 열린 사회를 위한 다원주의,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아메리카 정신을 탄생시킨 것이다. 더 많은 생활가치를 창출해 사회를 풍요롭게 함으로써 정신문화와 인간적 가치를 육성하는 데 이바지함이 오늘의 경제관이다. 자본주의가 끝난 것이 아니고, 그 인도주의적 정책이 세계적 경제정책으로 확장된 것이 지금의 시장경제의 원동력이면서 희망을 안겨 주었다. 앞으로도 1세기 동안은 그 역사적 지표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 행태를 보면 역사적 후퇴일 뿐 아니라 지난 5년간의 경제파국을 연장하려 한다.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서민들에게 주어야 하는데 법인세 감면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정책을 강요한다. 그 결과는 중국과 같아졌다가 북한경제로 퇴락할 가능성까지 예상케 한다. 경제는 역사적 고찰과 사유가 없으면 단편적 이념에 빠지게 된다. 세계사적 안목과 인류의 공동가치를 찾아야 한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휴머니즘 자본주의 세계적 경제정책 공산주의 경제제도 경제적 혜택

2023-02-03

미셸 스틸 색깔론 제기에 정치지원 단체 지지 철회

연방하원 45지구 재선에 나선 미셸 박 스틸(공화) 의원의 상대 후보 공격이 리틀 사이공에서 반감을 불러오고 있다. 일단 박 후보의 네거티브 공략에 실망한 한 정치지원 단체가 지지를 철회한 것이 관심을 끈다.     박 후보는 지난달 상대 제이 첸 후보(민주)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베트남 커뮤니티에 베트남어로 발송한 바 있다. 〈본지 10월 1일자 A-3면〉     박 후보 측은 첸 후보가 하시엔다 교육위원으로 일하며 중국을 찬양하는 프로그램을 가져왔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아시안 아메리칸 굿 거버먼트 정치위원회(AAGG-PAC)’는 “최근 박 후보 측이 지향하는 캠페인 내용과 광고에 실망했다”고 밝히고 “소속 회원들이 색깔론과 비방으로 선거를 이끄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AAGG는 25일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 랜스 트로버 대변인은 “첸 후보는 아직도 왜 교육구에 중국 공산주의 구호가 침투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가 공자연구원(Confucius Institutes)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은 인종 차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AAGG의 공식지지를 받은 적이 없으며 어떠한 기부도 받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부 공식 선거 기록에 따르면 AAGG는 영 김(공화) 의원에게 3000달러를 기부하고 공식 지지를 밝히는 등 민주 공화 양당의 후보들(마이크 혼다, 주디 추, 애나 에소 등)에게 소액의 기부금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쇄물이 뿌려진 베트남 커뮤니티의 반응은 ‘반감’이 대세다.     커뮤니티 안에서는 친공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박 후보와 첸 후보는 베트남과 관련이 없는 한인과 대만인이다. 일부 친공 주장에 놀라는 베트남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첸 후보의 경력으로 볼 때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보기 힘들다는 여론이다.     리틀 사이공에서 가장 오래된 일간지‘누이 비엣’의 중 도(Dzung Do) 편집국장은 “미군 경력을 가진 첸 후보를 호찌민과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반공’을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누이 비엣은 45지구에서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다.     베트남 커뮤니티는 공화당원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최근에는 민주당과 무당파 유권자들의 숫자가 많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최인성 기자공산주의 미셸 공산주의 구호 베트남 커뮤니티 후보 캠페인

2022-10-26

[김형석의 100년 산책]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그곳에 정신문화가 있는가

내 중학생활은 톨스토이와 함께 자랐다. 2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전쟁과 평화』라는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일본이 만주에서 전쟁을 하던 때였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과 평화 문제를 알아보겠다는 철없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읽는 동안 그런 내용이 아니고 장편소설이라는 것과 톨스토이가 러시아의 세계적 문호인 것도 알게 되었다.   대작을 읽고 나니까 『안나 카레리나』 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더 유명하다는 『부활』도 읽었는데 두 장편만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학예술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 주었고, 사상과 예술세계의 넓은 무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뒤에도 톨스토이의 종교관 인생론 등도 읽었다. 그 덕분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톨스토이는 내 정신적 스승 같다.   대학에 가서는 도스토옙스키에 심취했다. 그의 영향은 오래 계속되었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도 인용했고 내 글 속에는 톨스토이는 사라지고 도스토옙스키와 독일의 니체, 덴마크의 키르케고르가 등단했을 정도였다. 내가 톨스토이의 사상보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인간학적 철학 문제에 빠져 있었음을 말해준다. 러시아문학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지냈다.   도스토옙스키·차이콥스키·샤갈…   철학과 사상 분야 책들도 읽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세계 무대를 꾸며 주었고, 샤갈의 그림은 현장작품과 회화도서로 애정을 갖고 감상해 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독일·영국·프랑스보다도 예술성이 있는 작품의 영향과 혜택을 더 많이 받으면서 자랐다.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내 정신과 사상은 물론 예술적 DNA에 러시아적인 흐름이 섞여 있다고 느낀다. 따져보면 서구적인 것보다는 러시아가 훨씬 동양적이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아도 남녀 간의 애정보다 부모·자녀 간의 관계가 더 많이 다뤄졌으며, 개인과 합리주의보다 우리 의식과 정서적인 인간, 사회관계가 풍부하다. 미국문화에 비하면 동양적이면서도 뿌리 깊은 전통에서 성장한 특수성을 갖추고 있다.   북한에서 해방을 맞으면서 소련 군인들과 직면하게 되었다. 소련과 북한 공산정권의 현상을 보면서 내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온 문화적 유산은, 공산주의 정신과 정반대일 뿐 아니라 적대적인 것임을 체험하게 되었다. 평양에서 광성중학교 17세 정도의 학생들이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삐라를 뿌렸다고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됐다. 정치범으로 몰아 시베리아로 끌고 가 7년여 동안 굶주림과 학대를 일삼으며 강제노동을 시켰다. 그 후에도 10여 년을 죄수 같은 신분으로 고생했다. 동급생 20여 명이 끌려가 대부분이 죽고 그중의 한 학생이 47년 만에 서울로 찾아와 가족들과 상봉한 일이 있었다. 스탈린은 공산주의 정권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6·25전쟁을 모택동과 합의로 유발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치적 문제를 떠나 소련의 공산정권이 인류의 정신적 유산을 지금까지 폐허화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그때와 같은 정신문화의 전통과 유산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최근 91세로 작고한 미하일 고르바초프도 “누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느냐”는 질문에 마르크스 레닌이 아닌 “러시아문학”이라고 대답했다. 문학은 이념이나 정치의 길이 아니다. 인간의 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도 그렇다. 한·중수교가 성립되면서 주한대사관에 와 있는 한 외교관을 만났다. 중화인으로 일찍이 평양 김일성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엘리트였다. 내가 그에게 “지금 중국은 유학(儒學)을 중심 삼는 전통정신과 공산주의 사상을 신봉하는 정치문화, 그리고 서구에서 밀려드는 과학성을 갖춘 사회사상이 공존해 있는데 앞으로 어느 편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 외교관은 지체 없이 전통문화라고 했다. 나는 덩샤오핑의 사상을 따르며 지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대답이 옳았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이 과시한 중국문화는 역시 유구한 역사를 계승하는 윤리성에 입각한 문화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2의 마오쩌둥을 자처하는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스탈린과 푸틴의 노선을 연상케 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중국의 생명력이며 아시아에 영향을 남겼던 인간문화는 사라지고, 제2의 소련과 같은 유물사관이 사상문화계를 황폐화할 것이다. 비극적인 일이다.   나도 10여 년 전까지는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유명 대학들 주변 서점에 가도 젊은이들이 읽을 만한 인문학과 사상 관련 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문화를 연구하려면 대만이나 일본으로 가야 할 현실이 되었다.   독재정치·이념의 제물이 된 예술   북한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잘못된 정치이념, 정권욕 때문에 정신과 사상적 자유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국민에 대한 진실과 정직의 가치는 소멸하였다. 당에서 하는 일은 그 자체가 정의이며 절대가치이기 때문에 비판과 반대는 용납되지 않는다. 사상과 인격을 갖춘 지성인은 설 자리가 없으며, 언론의 자유는 처형 대상이 된다. 인문학이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모든 예술은 정치선전의 수단으로 전락했고, 해방 직후 북조선으로 사회주의를 믿고 월북했던 학자·예술인들은 배제되거나 숙청된 지 오래다. 국민은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었고 인격은 정권의 제물이 되었다. 러시아·중국·북한의 공산화는 아시아의 자유와 정신문화를 독재정치의 제물로 삼은 것이다.   무엇이  해결책인가. 인간성의 회복이다. 인격과 삶의 가치를 복구시켜야 한다. 양심의 자유와 인간애의 질서를 정착시켜야 한다. 자유와 정신문화를 말살하는 정치력을 배격하고 인문학과 인간주의를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선결과제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중국 푸틴 정신과 사상 러시아적인 흐름 공산주의 정신과

2022-09-30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 대한민국은 외면했다" 주미 대사관,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행사 불참 논란

    공산주의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 행사가 16개국 대사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0일 워싱턴서 열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행사 참여를 중단한 주미대사관은 올해도 불참했다. 올해 15회를 맞은 행사는 워싱턴 의사당 인근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공원'에서 매년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공산주의 국가 종주국 러시아와 전쟁중인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관을 비롯, 독일, 캐나다, 체코, 헝가리, 에스토니아,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등 공산주의로 인한 아픈 현대사를 경험한 국가 대사관들이 주로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방식으로 국민들을 억압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맞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점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주미대사관 측은 이 단체가 수차례 행사 참여 의사를 타진했으나 답변이 없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추모행사를 매년 주최하는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재단(Victims of Communism)'은 지난 1994년 설립됐다. 공산주의 하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운동가들, 인권탄압으로 핍박 받은 공산주의 국가 국민들을  위한 추모와 연구, 홍보에 주력하는 단체다.   이런가운데, 행사에는 원코리안네트워크(OKN), 한인보수연합(KCPAC) 등이 공산주의로 인한 남북한 희생자 2백만 명을 추모하기 위한 화환을 증정했다. 또한 자유통일문화원(이애란 박사), 북한인권단체총연합(허강일 상임대표), 자유북한운동연합(박상학 대표), 큰샘 학교(박정오 대표), '북한주민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쌀과 정보 보내기 프로젝트(박정오 대표), 피랍탈북인권연대(도희윤 대표) 등도 헌화했다.  헨리 송 OKN 대외연락국장은 "워싱턴 한인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공산주의로 목숨잃은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북한이 가하고 있는 실질적인 한반도 전쟁 위협에 더욱 관심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단체는 워싱턴 DC에 '공산주의 희생자 기념 박물관'을  지난달 13일 공식 공개 개장 했다. 박물관은 북한을 포함해 세계 각 국가 1억 명 이상의 공산주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전체주의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세계인들의 열정과 용기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됐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공산주의 희생자 공산주의 희생자 공산주의로 목숨 수십년간 공산주의로

2022-06-13

[독자 마당] 독재와 민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과거의 소련 연방 재건을 꿈꾸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핵무기 보복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푸틴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결국 푸틴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전세계의 민주국가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고립될 것이다.   중국 주석 시진핑은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로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세계로부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 당했다. 또 불공정한 심판 판정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겨우 대회를 치렀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터키 대통령 레제프 에르도안은 정권유지를 위한 극심한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로 EU 가입이 거부 당했다. 러시아의 무기를 구입해 미국의 미움을 받게 되자 이제는 푸틴에 접근해 중국의 껄끄러운 이웃이 됐다. 6.25 전쟁 때 유엔군으로 우리를 도와줬던 터키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지만 에르도안의 불법권력 장악, 언론 탄압 등으로 국민이 신음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은 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3대 세습 왕조로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 6.25 전쟁의 혈맹인 중국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8.15 해방 후 북한에 주둔해 조선인민공화국 수립과 침략군 창설에 도움을 준 러시아와도 끊을 수 없는 관계다.   러시아, 중국, 북한이 모두 공산주의 국가들이다. 이들 공산주의 국가의 민주화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국민의 끈질긴 저항으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개인의 총기 소유 허용 등 지나친 자유와 자본주의의 폐단인 소득불균형으로 극심한 빈부격차 등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의 민주주의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자유도 좋고 자본주의도 좋지만 앞으로는 수정 민주주의, 수정 자본주의가 채택돼 모든 국민이 잘사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영훈·자유기고가독자 마당 독재 민주 수정 민주주의 러시아 대통령 공산주의 국가

2022-03-04

[잠망경] 군중심리

-혼자 있으면 교양 있는 사람일지라도 군중에 속하는 동안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 된다.- 귀스타브르봉   1960년도 후기에 히피 문화(hippie culture)가 미국을 휩쓴 적이 있었다. 히피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면서 사랑과 평화를 외치며 전쟁반대 시위를 벌였다. 공동집단 생활(communal living)을 하고 프리섹스와 혼음(混淫)을 일삼았다.   젊은 시절 열성파 히피였던 중년 백인 여자를 옛날에 진료한 적이 있다. 심한 우울증과 염세주의가 주요 증상이었다. 아버지를 모르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가 전혀 공부를 안 하는 통에 근처 ‘community college, 공동대학(?)’에 갈 것이라고 그녀는 씁쓸히 말했다.   아들은 가끔 아버지가 누군지 궁금하다며 알아볼 방법을 강구한다. 엄마는 당시에 워낙 많은 남자가 있었고 다 뿔뿔이 헤어졌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모자(母子)는 좁은 아파트에서 별 의사소통(communication) 없이 무덤덤하게 살았다.   표정이 상냥했던 것 말고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그 환자 이야기를 하면서 ‘com-’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세 개나 들먹이는 나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com’이라는 라틴어 접두사가 지닌 ‘together, 함께, 같이’라는 의미에 신경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리라.   한자어로 ‘공(共)!’ 실로 공포스러운 뉘앙스가 숨어있는 컨셉이다. 공산주의(共産主義)는 재산을 공유(共有)하려 하고 히피들은 남녀의 사랑을 여럿이 공유했던 것이다. 인간은 왜 남의 돈과 사랑을 공유하려고 덤벼드는가.   귀스타브르봉(Gustave LeBon, 1841~1931)은 파리 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후 물리학, 고고학, 인류학을 섭렵했을 뿐만 아니라 1895년에 발간한 저서 ‘군중심리’로 정신과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재능이 부글거리는 프랑스인이었다.   그의 군중심리에 대한 뛰어난 저술을 정신분석의 창시자 프로이트를 위시하여 히틀러,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들이 애독했다 한다. 볼세비키 혁명을 일으켜 러시아 공산주의를 설립한 레닌(Lenin, 1870~1924)이 르봉의 군중심리 이론과 연계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르봉은 군중심리의 특징으로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첫 번째로 손꼽는다. 개인의 특성이 귀신처럼 사라지고 단체적인 감성과 행동이 난무하는 경지! 개인의 특수성이 부재한 대신에 익명성(匿名性, anonymity)이 사람을 송두리째 지배한다.   두 번째 특징은 한 무리의 군중이 생겨난 후 그 단체요원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막강한 전염성(傳染性, contagion)이다. 독자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군중 마음속으로 얼토당토아니한 슬로건이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처럼 일파만파 퍼져간다.   세 번째는 암시성(暗示性, suggestibility)! 눈의 초점이 흐리멍덩한 사람들이 떼거리로 최면술에 걸린 듯 바보천치 같은 행동을 한다. 독재자들은 그런 현상을 호시탐탐 이용한다. 2022년 1월 28일 이후 2월 첫 주말에 걸쳐 넷플릭스 TV쇼 전 세계 1위, 한국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처럼 좀비는 전체주의적 행동에 휩쓸린다.   이런 군중심리는 거리로 뛰쳐나온 군중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입춘이 지난 겨울날 집안에 편안히 앉아 시시때때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취향에 맞는 인터넷 신문을 애독하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이벤트들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군중심리 군중심리 이론 러시아 공산주의 군중 마음속

2022-02-08

절제되고 함축된 선으로 표현된 미

절제되고 간결한 표현. 그 속에 의미를 부여한다. 함축성 있는 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작가 조현숙과 니콜레트 코미노스(Nicolette Kominos)의 2인전 '라인 퀄리티(Line Quality)'가 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리&리 갤러리서 열린다. LA중견 작가 조현숙씨는 초현실주의·미니멀리즘·개념미술의 영향을 받아 간결하고 함축된 형태의 평면이나 선, 입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 역시 일본 '젠가든(Zen Garden)'이 갖고 있는 반복성과 일회성의 상반된 개념을 선을 통해 작품 속에 표출했다. 조 작가는 홍대를 졸업했으며 캘스테이트 롱비치에서 파인아트를 전공했다. 니콜레트 코미노스는 스푼이나 테이블, 오래된 문과 같이 보이는 형상이나 영감을 받은 이미지의 형태를 변화시켜 다시 맥락화하고 단순화시켜 함축성 있는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재료를 통해 물질이 함유하는 본질을 탐구하는 유럽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가난한 미술)'의 사조와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나무, 스테인리스스틸, 오일페인트 등의 익숙하고 평범한 소재를 사용, 단순하고 절제된 작품을 선보인다. 니콜레트는 SIUC(Southern Illinois University Carbondale)에서 심리학(B.A)과 스튜디오아트(B.F.A)를 공부했다. 전시회 오프닝 리셉션은 12일 오후 6시~8시. ▶주소: 3130 Wilshire Blvd. #502. LA ▶문의: (213)365-8285.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2017-08-09

카스트로 장례식 '가느냐 마느냐' 정상들 고민

살아생전 독재자와 혁명 영웅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았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타계한 뒤 세계 정상들이 발표한 애도 성명과 장례식 참석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카스트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26일 이후 중국과 러시아, 남미 좌파 국가 지도자들은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친밀한 동지이자 진실한 친구를 잃었다"며 이례적으로 감성적인 조전을 보냈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 위대한 국가 지도자의 이름은 진실로 현대 세계사에서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고 애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역사가 그를 판단할 것이라며 카스트로의 가족에게 애도를 보내고 쿠바인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쿠바계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가 당장 오바마 대통령 비난에 나섰다. 루비오(플로리다주) 의원은 2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카스트로가 저지른 범죄를 지적하지 않으면서 그를 애도해서는 안된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이 "한심하다"고 공격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오바마 정부의 대쿠바정책을 재설정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크루즈 의원도 이날 ABC방송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카스트로 사망을 계기로 쿠바에서 자유가 확대하길 기대한다면서 트럼프가 미국과 쿠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스트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오바마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쿠바를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조 바이든 부통령이나 존 케리 국무장관도 카스트로 장례식에 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스트로를 "전설적인 혁명가이자 웅변가" "뛰어난 지도자"라고 칭하는 애도성명을 발표했다 논란에 휘말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카스트로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트뤼도 총리는 카스트로를 높이 평가한 성명에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다음날 카스트로를 독재자라고 생각한다며 "타계한 옛 국가지도자를 기리기 위한 의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유럽에서도 진영에 따라 입장이 갈렸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그는 세계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인물 중 한 명"이라면서 조문 의사를 밝혔지만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카스트로의 타계에 대해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 텔레그래프는 앨런 덩컨 외교부 차관이 조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 "카스트로의 죽음으로 세계는 많은 사람에게 영웅이었던 사람을 잃었다"고 썼다가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브라질의 두 전직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와 지우마 호세프, 카스트로와 각별한 사이였던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등 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일제히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2016-11-28

미 대통령 11명 상대, 638번 암살 시도 모면

"인간 불사조" "20세기 절반을 움직인 남자" AFP통신은 25일 타계한 쿠바의 공산주의 혁명가이자 철권 통치자 피델 카스트로의 삶을 여섯 가지 키워드로 되짚었다. 그의 인생은 '무수한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고 11명의 미국 대통령의 정적이었으며, 20세기 절반을 움직인 남자'로 요약됐다. ◆끈질긴 생명력=1926년 8월 태어난 카스트로는 쿠바 수도의 아바나 대학 법대를 졸업해 변호사가 됐다. 이후 친미 성향의 바티스타 정권에 맞서 무력투쟁을 벌였다. 55년 망명지인 멕시코에서 운명적으로 체 게바라를 만났다. 59년 두 사람이 이끄는 혁명군이 아바나를 점령하고 공산정권을 세웠다. 카스트로는 이때부터 2006년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물려주기까지 50년간 쿠바를 통치했다. 쿠바가 공산화한 시기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격화하던 때였다. 미국의 코앞에서 들불처럼 번진 공산주의 혁명은 '적색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쿠바 비밀정보국(DI)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카스트로 집권 시기 그의 시가에 독극물을 바르거나 시가폭탄, 밀크셰이크에 독약을 타는 등 638차례 암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암살 시도는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시가를 문 매력남=군복, 비스듬히 문 시가, 텁수룩한 턱수염은 카스트로의 상징이었다. 카스트로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AFP에 따르면 그는 공식적으로 두 번 결혼했고 3명의 여성 사이에 7명의 자녀를 뒀다. 카스트로는 건강상 이유로 60세부터 시가를 끊었다. "시가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원수에게 주는 것"이란 말도 남겼다. ◆반미주의자 또는 폭군=카스트로는 61년 미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소련과 손을 잡았다. 62년 소련의 핵탄도 미사일 배치 요구를 받아들여 미.소 간 '쿠바 미사일 위기'를 초래했다. 2014년 12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53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했을 때도 카스트로는 "미국의 사탕발림"이라고 비난했다. 카스트로는 내부 정적들을 가혹하게 탄압해 독재자로도 불렸다. 2003년 반체제 인사 75명을 투옥하는 '검은 봄' 사태를 초래했다. ◆불가능에의 도전=카스트로는 집권 초기인 61년 문맹률을 없애기 위해 교육운동을 펼쳤다. 또 "쿠바를 의료 대국으로 만들겠다"며 3000명에 불과하던 의사 수를 8만8000명으로 늘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제를 살리는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파의 아이콘=카스트로는 남미 전역의 좌파 게릴라 투쟁을 지원했다. 콜롬비아 좌파 무장혁명군(FARC)의 지도자 이반 마르퀴스는 그를 "20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꼽았다. 미.소 냉전 시기 카스트로는 아프리카.중동 등 전세계 38만6000명을 파병해 좌파를 지원했다. ◆공산혁명의 전설=59년 카스트로가 공산정권 수립을 천명하는 연설을 할 때 그의 어깨 위로 흰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AFP는 "이 순간부터 그는 전설이 됐다"고 평가했다. 2008년 정계 은퇴를 한 후에도 쿠바인들에게 존경 받았던 카스트로는 올해 4월 "누구나 차례가 온다"는 말로 작별을 예고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냉전 시대의 마지막 붉은 별은 마침내 영원히 지상을 떠났다. 이유정 기자

2016-11-27

고영주 이사장, 국감장서 "문재인, 공산주의자라 확신"

[앵커] 오늘(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 이런 과거 자신의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물의를 빚었습니다. 고 이사장은 영화 변호인으로 잘 알려진 과거 부림사건의 담당검사를 지냈습니다. 한윤지 기자입니다. ▶'JTBC 뉴스룸' 무료 시청하기 [기자] 도화선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과거 발언이었습니다. 처음엔 소송 중이라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전병헌 의원/새정치연합 : 문재인 대표에게도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죠?] [고영주 이사장/방송문화진흥회 : 네,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것이 아니고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얘길 했습니다.] 재차 질문이 이어지자 신념에 변함없다고 밝혔습니다. 1982년 부림사건을 담당한 공안검사 출신의 고 이사장, 극단적인 사고 때문에 이사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거란 야당의원의 지적이 날아들자 문제없다는 듯 반박했습니다. [고영주 이사장/방송문화진흥회 :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제가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고 이사장은 새정치연합 우상호 의원에게 친북 행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돌출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국감은 두 차례 정회되는 등 파행을 빚었습니다. 여당 의원들로부터 "국감장에 나와서 태도가 문제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야당은 국회모욕죄 적용을 검토키로 했습니다. ▶'JTBC 뉴스룸' 무료 시청하기

201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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