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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오스카와 소수계

아카데미 시상식이 할리우드의 태도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지난 10일 열린 제96회 시상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오펜하이머’의 7개 부문 수상, 다른 하나는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시상 장면이다.   ‘오펜하이머’의 수상은 예상된 것이었고 이견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쓴 데서 다시 백인의 잔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연기 부문 시상 장면은 이런 우려를 강화했다. 남우조연상 수상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시상자 키 호이 콴을, 여우주연상 수상자 에마 스톤이 시상자 양자경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은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3년간 이어지던 다양성 존중이 약해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2020년 오스카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다. ‘기생충’을 7개 부문 후보에 올리더니 각본상과 감독상에 이어 작품상까지 안겨주었다. 백인 남성의 잔치라는 거센 비난에 시달렸던 오스카로서는 탈출구가 필요했고 마침 작품성 높은 ‘기생충’이 명분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LA타임스는 “‘기생충’이 오스카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오스카에게 ‘기생충’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1년엔 ‘노매드랜드’와 ‘미나리’가 다양성의 상징이 됐다. 중국계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들어 올렸다. ‘미나리’는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그쳤지만 소수계를 다룬 저예산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에 오른 것 자체도 의미가 작지 않았다.   2023년은 아시안 가족을 다룬‘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독무대였다. 11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녀조연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하며 오스카의 다양성 포용 노력이 정점에 이르렀다.   2020년 이후를 놓고 볼 때 올해 소수계 수상이 적다고 해서 다양성이 후퇴했다고만 할 수는 없다.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라이브즈’가 각본상에서도 밀린 것은 아쉽지만 이것을 다양성 후퇴로 봐야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올해 오스카는 결과적으로 다양성보다 영화산업과 정치를 더 많이 반영했다. ‘오펜하이머’는 제작비 1억 달러를 투입해 3시간의 상영시간에도 전 세계에서 약 10억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흥행대작이 영화산업을 이끈다는 할리우드의 믿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영화산업 중시에는 지속가능성 문제를 고민하게 했던 지난해의 파업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감독 데뷔작 ‘아메리칸 픽션’으로 각색상을 받은 코드 제퍼슨은 수상 소감에서 “2억 달러 한 편 대신 1000만 달러 영화 20편을 만들어 보자. 아니면 400만 달러짜리 50편을”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작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오펜하이머’의 7개 부분 석권에는 미·중 대결, 특히 미래 패권의 핵심인 반도체 경쟁이 어른거린다. 영화 내용인 핵무기 개발 경쟁의 승리와 승리 뒤의 그늘에는 지금의 패권 경쟁이 투영돼 있다.   물론 올해도 오스카는 다양성 부족 비판을 받았다. ‘오펜하이머’처럼 제작비 1억 달러를 들인 ‘바비’는  전 세계 흥행에서 15억 달러로 더 많았지만 주요 부문에서 빈손이 됐다.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한 그레타 거윅을 푸대접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한인 배우 그레타 리(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실패도 백인 남성의 오스카라는 비판이 나오는 근거다.   그래도 2020년 이후 작은 영화와 아시안, 여성은 오스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두각을 보였다. 오스카의 다양성 수용도 있겠지만 아시안과 여성이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산업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오스카에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이건 분명하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오스카 소수계 올해 오스카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자

2024-03-25

자전적 이야기에 담은 '사람 향기' 영화계 매료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 자신의 이야기다.     한 여자가 두 남자 사이에 있다. 한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고 다른 한 남자는 어린 시절의 남자 친구이다. 세 사람이 뉴욕의 어느 바에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눈다. 세 사람 사이의 어색한 기류, 이상한 느낌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다.   이들 세 사람을 다르게 구분하는 건 그들의 문화와 자라온 환경, 그리고 다른 언어이다. 그러나 그 무언가가 이들을 하나로 연결한다.     “서로 만날 이유가 없는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그들이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공통점 때문이죠. 그 순간이 마치 공상과학처럼 느껴졌어요. 문화와 시간과 언어를 초월하는 … .”     서로 다른 모습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두 남자, 그들은 남편 아서와 첫사랑 해성이다. 그들 사이에 노라가 있다. 노라는 셀린 송 감독의 자화상이다. 서로의 다른 세계가 한 곳으로 모이는 그곳에 노라, 아니 셀린 송 감독의 스토리가 있다.     송 감독은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이루어 내기 힘든 놀라운 업적이다.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어 호평을 받았고, 이어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아 스크린데일리 평점 1위를 기록했다.   많은 평론가들은 송 감독이 감독상 후보군에서 제외된 사실에 아쉬움을 표현한다. 여성영화평론가협회는 송 감독을 베스트 스토리텔러로, ‘패스트 라이브즈’를 베스트 영화로 선정했다. 시애틀평론가협회 등 다수의 평론가그룹이 송 감독을 최우수 감독으로 거론했고 전미비평가협회는 지난 9일  ‘패스트 라이브즈’에 작품상을 안겨줬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자들의 삶을 뼛속 깊이 이해하는 1.5세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둔 애틋한 이야기이다. ‘옷깃을 스쳐도 인연’으로 여기는 한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배어 있는 전통적 정서에 꽤나 진지하게 접근한다.   “살던 곳을 떠나도 그 자리에 그 사람의 일부가 남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해성은 한국을 떠난 노라가 남겨 놓은 흔적을 23년 동안 붙들고 있다가 마침내 멀리 뉴욕으로 그녀를 찾아오죠.”     송 감독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현재로 끌어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두드려 본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게 사랑을 투영시킨다. 분명 노라가 결혼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만나야만 했던 해성과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노라 사이의 괴리감, 인연에 대한 집착, 열정 없는 설렘, 사랑일지도 모르는 화학작용 혹은 조용한 욕망이 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간다.     그러나 그들은 곧 헤어져야 한다. 노라와 해성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자제하고 얼굴만 쳐다보며 그렇게 며칠을 보낸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송 감독은 12세에 캐나다 토론토로 부모를 따라 이민 왔다가 다시 뉴욕으로 이주, 20대에 극작가가 되어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해성이 그녀를 찾아왔던 순간의 영감을, 그리고 그 인연을 끝내 한 편의 예쁜 영화로 탄생시켰다.     해성과 노라의 재회라는 핵심 사건에 세 명의 주인공들은 의문을 던지고 갈등한다. 그러나 그들은 논쟁을 하지도 질투와 불안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사랑과 존중의 톤을 잃지 않으며 서로에게 관대하다. 그래서 늘 ‘어색함’이 있다. 쉽게 단어로 형언할 수 없는 이 어색한 분위기, 송 감독이 얘기한 ‘공상과학’과도 같은 느낌, 그 안에서 그녀는 사랑을 사유한다.   “아서는 성인이 된 노라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의 지난 삶에는 해성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지요. 노라와 해성 외에 아서의 사랑에 대해서도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모든 걸 포용하는 사랑이 참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노라와 해성 사이에 우정 이상의 감정이 미묘하게 꿈틀거린다. 아서는 해성이 노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이 부부 사이를 불편하게 한다. 20년 전 어린 시절 결혼할 사이라고 선언했던 해성과 노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들은 여전히 친구 사이일까.     송 감독이 그리는 사랑은 비극도 코미디도 아니다. 멜로드라마는 더더욱 아니다. 노라와 해성은 그들의 떨어져 있는 삶 속에서 인연이라는 뿌리 깊은 친밀감을 찾아낸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누군가를 구속하고 또는 구속당한다. 해성이 23년 만에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노라는 그 관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관계가 지속하여 오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     송 감독은 해성 역의 유태오와 노라 역의 그레타 리를 첫 촬영이 들어가기 전까지 만나지 못하도록 떼어 놓았다고 털어놓았다. 두 주연 배우는 첫 장면을 촬영할 때 비로소 처음 만난다.     “해성과 노라가 2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의 그 특별한 감정을 최대한 포착하려는 의도였어요. 두 배우가 리허설 없이 처음 만나 대화하고, 첫 포옹을 하는 장면의 떨림과 설렘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싶어서였지요.”   영화는 때로는 떠난 곳을 뒤돌아보는 향수처럼, 때로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연가처럼 느껴진다. 조용한 갈망 또는 갈등의 감정을 통해 다른 시대의 자신을 보게 한다. 누구나의 인생에는 과거의 어느 한순간 하지 못했지만 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 또는 반대로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어요. 중요한 건 어느 순간이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에요. 나의 인생으로 들어와 준 그 누군가 … 과거에 스쳐 지나갔던 또는 앞으로 스쳐 지나갈 그 누군가.”     ‘패스트 라이브즈’는 그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말미의 긴 여운 그리고 넉넉한 여백은 내게서 너에게로 넘어가는 길이다. 이번 생에서는 사랑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노라와 해성의 인연. 인간은 사랑을 욕망하지만 또한 절제하는 존재들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영화계 이야기 패스트 라이브즈 감독상 후보군 해성은 한국

2024-02-28

[프리즘] 나만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미쳤다(crazy).”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의 셀린 송 감독은 “이렇게 엄청난 인정을 해준 아카데미에 정말 감사하다. 믿을 수 없는 영광이다. 내 첫 번째 영화로…”라고 소감을 밝히다 ‘미쳤다’라는 한마디에 감격을 담았다. 그럴 만하다. 작품상은 제작자에게 주는 것이지만 자신이 쓰고 감독한 첫 작품이 오스카 후보에 오르다니…누구에게 ‘미친’ 일이 아닐까.   송 감독의 오스카 후보 지명은 2020년 이후의 흐름 속에 있고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수상도 중요하지만 메인 부문 수상은 할리우드 영화도 드문 영광이어서 외국 작품으로는 더욱 눈이 부신 성취였다. 2021년 오스카에서는 한인 정이삭이 쓰고 감독한 ‘미나리’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수상은 못 했지만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에 올라간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2021년은 또 ‘오징어 게임’의 해였다. 영화뿐 아니라 미니시리즈에서도, 오스카라는 기성 시스템뿐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시스템에서도 통했다.   올해 한인의 작품은 영화와 미니시리즈에서 동시에 빛을 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스카에서 빛났고 LA 한인이 주축이 된 ‘성난 사람들(Beef)’은 에미상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여우주연상, 캐스팅상, 편집상, 의상상을, 말 그대로 휩쓸었다.   2020년 이후 한국인 혹은 한인이 만들어 성공한 작품의 공통점은 한국어로 쓰고 한국어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나고 자라고 영화를 만든 장소가 한국과 LA, 조지아, 캐나다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한국어다. 이 정도면 한국어 작품으로 묶어도 될 듯하다.     ‘미나리’와 ‘패스트 라이브즈’, ‘성난 사람들’은 미국과 캐나다 한인의 작품임에도 한국어 대사 영화다. 이것만으로도 이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샌드라 오와 존 조, 김윤진, 대니얼 대 김, 그레이스 박 등 엔터테인먼트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첫 세대는 주로 배우였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나만의 목소리와 감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가 적었다. 단편적으로 봐도 당시 한국어 각본이라면 지금처럼 제작이 가능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2세대 영화인들은 한국어로는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관객이, 평단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멈칫거리지 않는다. 세 작품 모두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필요하다면 한국어로 제작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어로만 작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에 필요하다면 영어나 다른 언어로도 할 것이다. 한인 이민진 소설가의 ‘파친코’가 2022년 애플+tv 미니시리즈로 화제가 된 것이 그 예다. 정이삭 감독도 오는 7월 ‘트위스트’ 속편을 개봉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감이다. 이건 새로운 세대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남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맞추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성공한 2세대의 공통점이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물론 누구든 내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세대의 ‘내 얘기’는 개인의 이야기에 보편성을 불어넣어 공감을 끌어낸다.     세대가 바뀐 한인들이 4·29 폭동을 소재로 영화나 미니시리즈를 만든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4·29 폭동은 한인이 아닌 이들이 만든 작품에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수준이었다. 새로운 세대가 얘기하면 아주 다를 것 같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이야기 오스카 작품상 한국어 작품 감독상 각본상

2024-01-25

[문화산책] 돌아본 2023년 미주한인문화 <3> 음악·영화

〈음악계〉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악인들의 세계무대 진출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조성진, 임윤찬의 뒤를 이어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세계의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인기 악기 연주에 그치지 않고 성악이나 지휘 등에서도 우승자가 나오는 등 K?클래식은 앞으로 한층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그 열기가 남가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성진이 연초와 연말 두 차례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필과 연주회를 가졌고, 임윤찬이 할리우드 보울 데뷔 연주회를 가졌는데 성시연이 LA필을 지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봄소리가 할리우드 보울 무대에서 연주했고,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도 있었다. 이 정도면 어깨가 으쓱할 만하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음악회에 조수미를 비롯한 여러 한국 음악인들이 출연했고, 금난새가 지휘하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도 눈길을 끌었다.   남가주 한인사회의 음악 행사도 매우 활발했다. 전문 음악인들의 수준 높은 연주회로부터 음악 동호인들이나 학생들의 발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연이어 열렸다. 공연 기록을 살펴보면, 100회에 가까운 연주회가 열렸으니 인구 대비로 생각하면 양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영화계〉   한국영화, 드라마는 지난 몇 년 사이 ‘미나리’,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의 작품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왔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정점을 찍었다.   올해는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하면서 그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미주 한인 차세대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셀린 송 감독, 피터 손 감독, 아만다 김 감독 등이 기대를 모으는 주인공들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전생)’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비영어권 작품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이미 고담 어워즈, 뉴욕비평가협회상 등의 여러 상을 받았고, 연말 주요 언론이 발표하는 ‘올해의 영화’ 목록마다 상위권에 오르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를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계 작가 이성진이 감독과 극본을 맡고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도 골든글로브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기대주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고, 아카데미상 수상도 기대되고 있다.   아만다 김 감독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로 화제를 모았다. 백남준의 미공개 영상과 아카이브를 조명한 이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크리스티나 윤 감독이 단편영화 ‘마더랜드’로 ‘할리쇼츠(Hollyshorts)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고, 하줄리와 이성민이 공동감독한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많은 차세대 유망주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특별기획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선보였다. 이 행사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영화인들과 그들의 작품이 초청되었다.   한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의 영화를 총괄 제작하는 등 30년간 한국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한류를 지원해온 공훈을 인정받은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한인문화 음악 작품상 감독상 한국영화 드라마 한국 음악인들

2023-12-28

막판 대반전도 못 바꾼 음란한 자본주의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은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스웨덴 출신 루벤 외스틀룬드 (Ruben Ostlund) 감독의 전작 ‘포스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더 스퀘어’(2017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은 ‘부조리한 남성’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3월 27일 거행되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지난해 5월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확실시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제치고 이 영화가 수상작으로 선정, 발표되자 야유와 환호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사회 풍자성이 강하고 대중성보다는 아트하우스 청중을 지향하는 외스틀룬드 감독의 작품 성향이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자못 기대된다.     러시아 무기상을 비롯, 상상을 초월하는 부호들이 호화 크루즈에 오른다.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모델 야야(찰비 딘)와 그의 모델 남친 칼도 홍보용(?)으로 초대된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선장 토마스(우디해럴슨)의 지휘 아래 요트 항해에 들어간다.     그러나 선장과 무기상이 술에 취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설전을 벌이면서 크루즈가 전복되고 그중 일부가 무인도에 남겨진다. 전복된 것은 크루즈뿐만이 아니다. 크루즈에서의 갑과 을의 서열도 뒤바뀌어 버린다. 화장실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온)이 재빠르게 생존자 그룹의 권력을 장악한다. 물고기를 잡고 불을 지필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 애비게일은 구명정 안에 자신의 개인 침대를 마련하고 칼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을 상납(?)받는다. 야야의 질투심이 유발되고 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영화는 계급평등론과 마르크스주의를 숨기면서 진수성찬을 즐기고 섹스를 탐닉하는 자본주의의 사치와 음란한 삶을 신랄하게 비난한다. 외스틀룬드 감독이 사용하는 풍자의 노골적인 방식은 종종 관객의 시각을 불편하게 한다. 정교하게 연출된 그의 세계관에서 자본주의의 부유한 향락은 음란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가 돈이 썩어 나는 ‘갑’들에게 던지는 조롱과 비난은 한동안 가난한 ‘을’들에게 보상심리를 제공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역대급 대전환은 절망에 가깝다. 무인도가 결국은 어느 부호의 휴양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부유할 뿐 무능한 백인들의 타락을 그대로 흉내 내던 애비게일은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 필리핀 배우 드 레온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서 제외된 것은 유감이다. 그녀는 칸영화제 기간 내내 연기상 유력 후보로 언급됐었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자본주의 대반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황금종려상 수상작 작품상 감독상

2023-02-03

[그 영화 이 장면] 400번의 구타

‘400번의 구타’는 프랑수아 트뤼포가 27살 때 내놓은 그의 첫 장편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물결(누벨 바그)가 시작되었음을 알린 작품이다. 감독 자신의 자전적 요소를 토대로 한 이 영화는 긴 세월 동안 그의 페르소나가 될 배우 장 피에르 레오를 세상에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앙트완 드와넬은 이른바 ‘문제아’다. 학교에선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고, 무단결석을 한 후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부모도 그다지 아들에게 관심 없고, 급기야 앙트완은 가출한 후 타자기를 훔치다가 경찰에 넘겨져 소년원에 가게 된다.     이곳에서도 탈출한 앙트완은 어디론가 정처 없이 달린다. ‘400번의 구타’는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당하고 교화 시설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소년에 대한 고통스러운 성장 영화다.     흥미로운 건 유독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앙트완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며, 이것은 기성세대의 부조리함에 저항하는 앙트완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엔딩은 인상적이다. 달리던 앙트완은 바닷가에 도달한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그는 돌아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이때 화면은 멈추며 소년의 클로즈업으로 영화는 끝난다.     외롭고 방황하는 청춘을 담아낸, 영화사상 가장 유명한 엔딩 중 한 장면이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그 영화 이 장면 구타 칸영화제 감독상 프랑스 영화 프랑수아 트뤼포

2023-01-27

[시카고 스포츠] 노터데임대 브레이 농구 감독, 시즌 후 떠난다

노터데임대학 남자 농구팀 역사상 최다승 기록을 보유 중인 마이크 브레이(63, 사진) 감독이 2022-2023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     인디애나 주 사우스 벤드 소재 노터데임 대학은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브레이 감독이 23년 만에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지난 2000년 노터데임대 농구팀 사령탑에 오른 브레이 감독은 현재까지 750경기에서 481승(269패)를 기록 중이다. 13번의 NCAA 토너먼트 대회에 진출해 두 차례 '엘리트 에잇'(Elite Eight, 8강전)까지 진출했다.     브레이 감독은 "20여년 간 정말 훌륭한 프로그램을 이끌 수 있어 매우 큰 영광이다. 이젠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시기라고 느꼈다"며 "학생들, 코치진, 스태프, 총장님과 신부님까지, 감사한 마음만 가득하고, 앞으로도 노터데임에 힘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든 돕겠다"고 말했다.     브레이 감독은 지난 2011년 AP, USBWA, Basketball Time 등이 선정한 올해의 대학농구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노터데임 대학은 이번 시즌 ACC 컨퍼런스 1승7패, 전체 9승10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Kevin Rho 기자시카고 스포츠 농구 감독 대학농구 감독상 농구팀 사령탑 남자 농구팀

2023-01-20

'오징어 게임' 비영어 첫 에미상 작품상 후보

넷플릭스의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제74회 에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12일 발표된 에미상 후보에서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비 영어 드라마로 기록됐다.   그동안은 영어로 제작된 드라마만 작품상 수상 자격이 주어졌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을 비롯해 모두 14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면서 외국어 드라마로는 최다 부분 후보 기록을 세웠다.   연출·각본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드라마 부문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주연 ‘성기훈’으로 열연한 이정재는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강새벽’을 연기한 정호연은 드라마 부문 여우조연상 후보로 각각 지명됐다.   또 ‘조상우’ 역을 맡은 박해수와, ‘오일남’을 열연한 오영수는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 후보에 나란히 올라 서로 경쟁하게 됐다. 이밖에 강새벽에게 일부러 게임을 져주고 죽음을 택한 ‘지영’ 역의 이유미는 여우단역상 후보로 지명됐다.   한편 상속을 둘러싼 미디어 재벌 가문 알력과 갈등을 그린 블랙 코미디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은 가장 많은 2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또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위대한 국립공원’에서 빼어난 해설을 선보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수 내레이터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에미상 시상식은 오는 9월 12일 개최되며 NBC에서 중계한다.           원용석 기자사설 오징어게임 중심지 할리우드 오리지널 드라마 감독상 작품상

2022-07-12

‘파워 오브 도그’ 작품·감독상 못 타면 이변

모처럼(?) 한국 영화가 단 한 편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오스카 시상식이 내일(27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거행된다. 물론 수상이 반드시 최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특히 효과적인 캠페인이 최고의 작품과 퍼포먼스를 앞서는 경우들이 많다.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는 ‘파워 오브 도그’가 무난하게 작품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코다(CODA)', ‘킹 리처드’와 같은 다크호스가 작품상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벨파스트’,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등 모두 10개의 작품이 후보에 올라 있다.     감독상은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언의 수상이 확실시된다. 예상대로 캠피언이 감독상을 수상할 경우 2021년 ‘노매드랜드’의 클리오 자오에 이어 여성이 연이어 감독상을 수상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내일 주시할 최대의 관전 포인트.     여우주연상은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TV전도사 태미 베이커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 ‘더 아이스 오브 태미 페이’에서 태미 역을 눈부시게 연기한 제시카 차스테인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올리비아 콜맨(더 러스트 마더), 페네로프 크루즈(파라렐마더스), 니콜 키드먼(비잉 더 리카르도), 크리스틴 스튜어트(스펜서) 등 후보 모두에게 수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     남우주연상은 ‘킹 리처드’에서 세레나,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를 세계 최강의 테니스 스타로 키워낸 실화와 신화의 주인공 리처드 윌리엄스를 연기한 윌 스미스가 수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비에르 바뎀(비잉 더 리카르도), 베네딕스 컴버베치(파워 오브 도그), 덴젤 워싱턴(맥베스의 비극)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선호하는 아카데미의 성향이 예년처럼 반영된다면 스미스의 수상을 예견해도 좋을 듯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아니타 역으로 춤과 노래 실력을 뽐낸 아리아나 드보스가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 미비평가상에 이은 여우조연상 수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제시 버클리(더 러스트 마더), 주디 덴치(벨파스트), 커스틴 던스트(파워 오브 도그) 등이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지만 2022년은 이미 드보스의 해로 대세가 기운 느낌이다. 2020년이 윤여정의 해였듯이.     2022년의 주요 영화싱의 남우조연상은 트로이 코처(코다)와 코디 스밋-맥피(파워 오브 도그) 두 배우의 경합으로 압축됐었다. 넷플릭스의 강력한 캠페인 지원을 받고 있는 스밋-맥피가 주요 상들을 휩쓸다시피 했지만, 오스카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국영화 ‘코다’에서 청각장애를 지닌 아버지 프랭크 역을 감동적으로 연기했던 코처가 동정표를 모은다면 의외의 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밋-맥피에게는 또한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제시 피에몬스와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한 작품에서 두 명의 후보를 낸 영화들이 대부분 경쟁에서 밀렸던 전례의 벽을 뛰어넘을지 의문이다.       작품상 후보에도 올라있는 일본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가 ‘프리’(덴마크), ‘핸드 오브 갓’(이태리), ‘루나나’(부탄) 등을 제치고 국제영화상을 차지할 듯.   김정 영화평론가감독상 파워 파워 오브

2022-03-25

[시카고 스포츠] 베어스 퀸, 불스 도노번 감독 이달의 선수 및 감독상

▶베어스 퀸, NFC 이달의 선수상       미 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의 수비 라인백커 로버트 퀸(31)이 11월 내셔널컨퍼런스(NFC) 이달의 선수상(Player of the Month Award)을 수상했다.     기대와 달리 지난 시즌 부진했던 퀸은 올 시즌 올스타 프로보울 출신다운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퀸은 11월 출전한 3경기서 5.5개의 쌕(sack), 6개의 쿼터백 히트(hit), 1개의 펌블 유도와 14개의 태클을 기록했다. 올 시즌 총 10경기서 NFL 전체서 4번째로 많은 11개의 쌕과 3개의 펌블 유도를 기록 중이다.     퀸은 베어스 팀 사상 24번째로 이달의 선수 수상자가 됐다.     베어스 선수로 가장 최근 이 상을 받은 것은 2020년 12월 킥커 카이로 산토스였고, 라인백커로는 1986년 12월 윌버 마쉘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4승7패인 베어스는 오는 5일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가 이끄는 애리조나 카디널스(9승2패)와 솔저필드서 맞붙는다.          ▶NBA 불스 도노번 감독 이달의 감독상     미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빌리 도노번(56) 감독이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NBA는 지난 2일 도노번 감독을 10월•11월 동부 컨퍼런스 이달의 감독상(Coach of the Month) 수상자로 발표했다.     불스에서 2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도노번 감독은 올 시즌 첫 22경기서 14승8패를 기록, 동부 컨퍼런스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도노번 감독은 불스 사상 5번째 이달의 감독상 수상자로 앞서 더그 콜린스(1회), 필 잭슨(4회), 스캇 스카일스(2회), 톰 티보도우(6회) 등이 받은 바 있다.     서부 컨퍼런스에서는 피닉스 선스(18승3패) 몬티 윌리엄스 감독이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Kevin Rho 기자시카고 스포츠 베어스 도노번 감독상 수상자 도노번 감독 불스 도노번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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