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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깜짝 나들이

여름을 알리는 연휴가 시작됐다. 집에 앉아 있기가 어려울 만큼 좋은 날씨다. 남편이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쫑긋했다. 지인과 ‘네네’ 하는 폼이 심상치 않다. “상추요? 잠깐만요.” 남편이 전화를 손으로 막더니 내게 묻는다. “우리 상추 있어?” 나는 얼른 대답했다. “그것은 없지만 나물은 있어.”   벼락치기 약속이다. 두 집이 놀러 가기로 했다. 지인네는 삼겹살을, 나는 어제 뜯어 둔 미나리나물과 돌나물을 준비했다. 야호 신난다. 나가기 전에 아들에게 해피버스데이 문자를 보냈다. 오늘이 아들 생일이다. 생일 밥을 해 준다고 며칠 전에 문자를 보냈지만, 아들네는 바쁜 것 같았다. 손주들 운동 시합에 바비큐 약속까지 있다고 한다. 생일 문자를 보낸 뒤에 ‘우리도 놀러 간다’고 덧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속 보이는 것 같아서 지워 버렸다.     업스테이트 뉴욕으로 차가 달린다. 공원에는 미리 온 사람들이 콜라 캔에 소시지에 감자칩 봉지를 테이블에 펼쳐 놓고 있다. 텐트도 치고 계곡물에 의자 놓고 앉아서 발 담그고 앉은 사람, 웃통 벗고 공을 차는 아이들, 바비큐그릴에서 지글거리는 연기에 음악도 아지랑이처럼 위로 올라간다. 자기 구역이라고 고무풍선을 쭉 달아서 공중에 장식도 해 놓았다. 며칠이라도 머물 것처럼 한 살림을 차린 듯했다. 먹거리를 푸짐하게 끌고 온 사람들이 정다워 보였다.     좁디좁은 산골 길을 따라서 올라갔다. 한 명만 간신히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등산복으로 무장한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우리를 보더니 ‘가방도 메지 않고 산보하듯이 오셨네’라고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손에 잎사귀 몇 개가 들려 있었다. 저 입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사람 키만 한 풀이 덮인 길이 나타났다. 뾰족하고 두툼한 가시로 무장한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누가 잡아 뜯었는지 비틀어진 가지도 보였다. 어린잎이 잘려나간 자리에 새순이 나오고 있었다. 새순에도 가녀린 가시가 삐죽 나와 있었다. 어린잎이라도 제 살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 나무가 두릅이라고 지인이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 그분들 손에 있던 잎이 두릅이었던 것 같다.     가파른 산을 계속 올라갔다. 고즈넉한 호숫가에 소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소나무들의 굵은 밑동이 하늘을 향해 일렬로 쏟아져 있다. 강한 향내가 우리 일행을 감쌌다. 갑자기 지인이 어떤 나무를 가르치며 소리쳤다. “버섯이다!” 잘둑하게 잘린 소나무에 갈색 버섯이 치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버섯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동물에 가깝다. 버섯은 나무의 유기물을 파먹고 자란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와는 달리 균류는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서 정착한다. 몸을 내준 나무는 땅으로 돌아가고, 버섯은 자기의 독자적 삶을 산다. 자연의 질서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다시 호수를 끼고 차를 몰았다. 비취로 꾸며 놓은 곳으로 들어섰다. 광대한 주차장에 차가 촘촘히 들어있다. 마치 한국의 경포대, 부산 해수욕장에 온 것 같았다. 바다 냄새가 확 났다. 모래 장난을 하는 아이들, 튜브를 타고 물에 둥둥 뜬 사람들. 뉴저지 남쪽 바닷가까지 가지 않아도 깊은 산 속에 바다가 있다니. 많은 사람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여름을 축하하고 있었다. 아들네가 또래끼리 어울려서 주말을 즐기는 동안, 우리도 지인과 함께 즐겁게 지냈다. 마치 나무는 나무끼리 버섯은 버섯끼리 놀듯이 말이다.     세끼를 챙겨 먹으며 캄캄해질 때까지 꼭꼭 채운 일일 여행이었다. 짐을 끌고 비행기에서 내린 듯, 긴 여행에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나들이 소나무 군락지 갈색 버섯 해피버스데이 문자

2024-06-13

[알뜰정보] '갈색가바쌀 햅쌀 스페셜'외

갈색가바쌀 햅쌀 스페셜     '진백화점'에서는 37.99달러짜리 갈색가바쌀(5kg) 햅쌀을 4포 100달러에 세일한다. 가바(GABA) 성분이 다량 함유된 품종으로 씹을수록 밥맛이 구수하고 식감이 부드러운 쌀이다. 특히 가바 성분이 일반 현미보다 8배나 풍부해 기억력 증가, 청소년 성장 및 발육 촉진, 당뇨병 개선 및 콜레스테롤 제거, 고혈압이나 치매 예방 등 여러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 갈색가바현미를 7분도로 도정한 갈색가바쌀은 LA 웨스턴과 산 마리노 코너, 부에나파크 비치와 멜번 코너에 위치한 진백화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323)734-1234, (714)660-3939     깊은 주름 '벨라필'로 싹!   '소호메디스파'에서는 피부 나이를 되돌리는 벨라필(Bellafill)을 선보인다. FDA 승인받은 반영구 필러로 인체에 흡수돼 주름 개선, 자연스러운 볼륨, 여드름 흉터 완화 효과가 최대 5년에서 10년 이상 유지된다. 콜라겐 기반 필러가 시술 후 처진 피부를 즉시 올려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자연스럽게 흡수돼 안전한 것이 장점이다. 깊은 주름(스마일 라인), 깊은 여드름 흉터 자국, 관자놀이 또는 턱 선에 효과적이며 일반 필러의 이물감이 싫거나 더 큰 효과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도 적극 권장된다. 소호는 LA와 부에나파크에 위치한다.     ▶문의: (213)368-0909, (714)670-0909     가을 제철 음식 "여기 다 있네"   대한민국 프리미엄 농수산식품 전문매장 '울타리몰'에서는 가을 제철 음식인 전복 할인전을 펼치고 있다. 청정 해역 완도에서 영양초 다시마와 미역만을 먹고 자란 최상급 냉동 전복 특대(1kg) 2개는 110달러, 대(500g) 2개는 50달러 할인가에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다시마 전복장(1kg) 3개는 40달러 내린 110달러에 준비돼 있다. 그 외에도 소백산하늘 사과주스, 슬림온유자, 아이스 냉동 군고구마, 유자그대로, 유자효차 등 다양한 제철 음식이 준비돼 있다. 울타리몰은 LA와 라미라다, 토런스, 어바인, 시애틀에 직매장이 위치한다. 알뜰정보 스페셜 갈색 햅쌀 스페셜 다시마 전복장 제철 음식

2023-10-11

[이 아침에] 커피를 닮은 사람

상큼한 커피 향이 잠에 취한 아침을 깨운다. 꿈나라에 잠겼던 영혼을 불러내 밝은 세상으로 걸어 나오게 하는 커피. 진한 갈색 음료에는 혼을 각성시키는 힘이 숨겨져 있나 보다.   매번 아침마다 또 다른 하루의 새로움이 달여지듯, 아침 녘이면 정성스레 커피를 달인다. 커피 팟에 맑은 영혼 같은 물 한 컵을 붓고, 커피 가루 두 스푼을 커피 기계에 넣는다. 열려 있는 커피 봉지에서 바닐라 향내가 물씬 스며 나오자, 잠자던 후각이 화들짝 깨어난다.   달리는 기차 소리의 커피 팟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물이 원두커피 가루를 통과하면 잠시 후 짙게 우려진 갈색 커피가 반가운 소식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것은 차갑기만 한 삶을 자신의 열정과 정성으로 끓인 다음 환상의 아로마 향이 가득 찬 꿈에 여과시켜, 마침내 노력과 인내의 열매인 커피라는 삶의 꽃을 화사하게 피워내는 것과 같다.       완성된 커피를 바람결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고운 찻잔에 따른다. 가만히 찻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을 상큼하게 맛본다. 따뜻한 커피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자, 나는 차츰 커피나무로 변해간다. 높은 산을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열이 몸에 깃들었는지 전신이 따뜻해 온다. 싱그러운 바람결에 이성(理性)이 맑아지는가 하면 푸른 산의 정기가 육신에 스며들자 머리까지 청정해진다.     자기만의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자신만의 여유를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쉼 없이 공격해 오는 일상의 충격 속에서 여유를 가진다는 것은 언젠가 터질지도 모르는 쓰나미 같은 삶의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방편이 될 듯도 싶다. 팽팽해지는 하루의 일과에서 자신만의 이완장치가 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린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통해 삶을 배워갈 나 같은 하루살이들에게는 필수일 것 같다.     원두커피에는 신맛과 단맛이 있는가 하면 짠맛과 쓴맛 그리고 감칠맛과 향기로운 아로마 향까지 숨겨져 있다. 오감을 산뜻하게 자극하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는 커피, 매혹적인 향으로 후각을, 오묘한 맛으로 미각을 매료시키는가 하면, 예측할 수 없는 삶처럼 불투명하지만 신비한 빛으로 시각을 자극한다. 그리고 마침내 넉넉한 여유로움에서 오는 풍요로운 영혼의 소리까지 듣게 만든다.   헤아려보면 좋은 커피에는 각기 다른 여러 맛이 존재할 뿐 아니라 그 밸런스 역시 잘 맞추어져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의 복합적인 요소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서로의 맛을 받쳐주고 살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아마도 사람들이 좋은 커피에 매료되는 이유는 커피 맛이 복합적이고도 조화로운 삶의 맛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가을 낙엽 빛의 커피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생기 넘치고, 신선하게 톡 쏘는가 하면 날카롭지만 밝고 풍요로운 멋을 가슴에 품은 사람. 더 나아가 담백하고 은근하지만 감미로운 향기가 나는 삶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커피 원두커피 가루 갈색 커피 커피 봉지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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