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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커피를 닮은 사람

상큼한 커피 향이 잠에 취한 아침을 깨운다. 꿈나라에 잠겼던 영혼을 불러내 밝은 세상으로 걸어 나오게 하는 커피. 진한 갈색 음료에는 혼을 각성시키는 힘이 숨겨져 있나 보다.
 
매번 아침마다 또 다른 하루의 새로움이 달여지듯, 아침 녘이면 정성스레 커피를 달인다. 커피 팟에 맑은 영혼 같은 물 한 컵을 붓고, 커피 가루 두 스푼을 커피 기계에 넣는다. 열려 있는 커피 봉지에서 바닐라 향내가 물씬 스며 나오자, 잠자던 후각이 화들짝 깨어난다.
 
달리는 기차 소리의 커피 팟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물이 원두커피 가루를 통과하면 잠시 후 짙게 우려진 갈색 커피가 반가운 소식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것은 차갑기만 한 삶을 자신의 열정과 정성으로 끓인 다음 환상의 아로마 향이 가득 찬 꿈에 여과시켜, 마침내 노력과 인내의 열매인 커피라는 삶의 꽃을 화사하게 피워내는 것과 같다.    
 
완성된 커피를 바람결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고운 찻잔에 따른다. 가만히 찻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을 상큼하게 맛본다. 따뜻한 커피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자, 나는 차츰 커피나무로 변해간다. 높은 산을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열이 몸에 깃들었는지 전신이 따뜻해 온다. 싱그러운 바람결에 이성(理性)이 맑아지는가 하면 푸른 산의 정기가 육신에 스며들자 머리까지 청정해진다.  
 
자기만의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자신만의 여유를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쉼 없이 공격해 오는 일상의 충격 속에서 여유를 가진다는 것은 언젠가 터질지도 모르는 쓰나미 같은 삶의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방편이 될 듯도 싶다. 팽팽해지는 하루의 일과에서 자신만의 이완장치가 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린다는 것은 시행착오를 통해 삶을 배워갈 나 같은 하루살이들에게는 필수일 것 같다.  
 
원두커피에는 신맛과 단맛이 있는가 하면 짠맛과 쓴맛 그리고 감칠맛과 향기로운 아로마 향까지 숨겨져 있다. 오감을 산뜻하게 자극하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는 커피, 매혹적인 향으로 후각을, 오묘한 맛으로 미각을 매료시키는가 하면, 예측할 수 없는 삶처럼 불투명하지만 신비한 빛으로 시각을 자극한다. 그리고 마침내 넉넉한 여유로움에서 오는 풍요로운 영혼의 소리까지 듣게 만든다.
 
헤아려보면 좋은 커피에는 각기 다른 여러 맛이 존재할 뿐 아니라 그 밸런스 역시 잘 맞추어져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삶의 복합적인 요소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서로의 맛을 받쳐주고 살려주는 것과 비슷하다.  
 
아마도 사람들이 좋은 커피에 매료되는 이유는 커피 맛이 복합적이고도 조화로운 삶의 맛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가을 낙엽 빛의 커피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생기 넘치고, 신선하게 톡 쏘는가 하면 날카롭지만 밝고 풍요로운 멋을 가슴에 품은 사람. 더 나아가 담백하고 은근하지만 감미로운 향기가 나는 삶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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