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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자매들의 여행

해가 갈수록 평범한 것들이 큰 의미로 다가온다. 훗날엔 지금 이 순간도 몹시 그리워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부터다.   십여년 전 푸르던 시절을 공유하는 네 자매와의 해외여행은 축제처럼 들뜨고 설레었다. 아침에 눈 뜨며 시작된 우리의 수다는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어졌다.   저마다의 말투, 표정, 몸짓을 보니 아득히 먼 어린 시절의 온갖 추억이 떠오르고 잊었던 젊은 날의 꿈이 되살아났다. 중년 이후에는 사람 속에 있으면서도 사람이 그리워진다는데 그것은 서로 공명할 수 있는 추억이 없기 때문 아닐까?   어느새 50 전후의 나이들이 되어 흰머리와 얼굴 주름이 생겼지만 부모와 자식, 남편보다 더 긴 세월 함께 가는 깊고 질긴 인연이 아닌가 싶다.   미풍이 부는 해변, 밀려오는 파도, 길게 뻗은 야자수, 이국적 음식들…. 함께했던 모든 시간은 내 가슴에 바닷속만큼이나 깊고 아름다운 흔적을 남겼다.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는다 하였다. 요즘도 자매들은 카톡방에 그때 사진을 올리며 그리워한다. 지금보다 풋풋하고 팽팽했던 얼굴들이다. 반가움에 문자 주고받으며 추억에 잠긴다.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의 촉감, 살랑거리는 나뭇잎, 물속에서 공놀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겨울에 먹는 야채와 과일을 햇볕에 말리면 맛과 풍미가 더해지듯 옛 기억들도 되돌아보니 몸과 마음이 훈훈해진다. 나이 들수록 몸은 사막처럼 건조해지고, 땅이 갈라지듯 주름이 지고, 건망증은 심해지지만 아직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들이  많다.     ‘희로애락 생로병사’의 고달픈 인생길,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짜증 나고 의욕 상실에 빠졌을 때 자매들과의 동행은 무척이나 즐거운 힐링의 시간이었다.     그때 충전했던 힘과 생기가 점점 약해지고 있어 또 한 번의 타임아웃이 하고 싶어진다. 손선애 / 리버사이드독자 마당 자매 여행 얼굴 주름 가도 추억 희로애락 생로병사

2024-03-05

[노트북을 열며] ‘노 재팬’이라는 이름의 유령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의 차코트 발레 스튜디오. 수업이 끝난 후, 한 일본 여성이 다가와 “한국에서 오셨다니 반가워요”라며 배우 박서준의 사진을 보여줬다. 발레 선생님도 “요즘 한국 분들이 다시 꽤 오셔서 반갑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도쿄에선 어디를 가도 한국어가 들려왔다. 지난 정권 일었던 ‘노 재팬’ 물결에 용일(用日)을 주장했다가 “친일 토착 왜구의 OO를 찢어버리자”는 악플·악메일 세례를 받았던 게 3년이 채 안 됐는데, 격세지감이다.   숫자도 ‘노 재팬’의 종언을 증거한다. 지난해 출국한 658만145명 중 109만260명이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45만6100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방일 한국인은 조용하지만 확실히 늘고 있다. 팬데믹 끝에 여행 수요가 폭발했고, 엔저 효과 덕이라고? 하지만 ‘노재팬’ 당시를 생각해보라.     반일감정으로 국민을 조종했던 정치 세력은 휴화산일 뿐이다. 특정 정치세력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그간 이해보다 단죄에 에너지를 쏟았다. 서로의 판단 기준만이 옳다며 두 개나 가진 귀는 틀어막고 하나뿐인 입만 열어왔다. 지금 중요한 건 ‘노 재팬’ 썰물이 남기고 간 잔해를 점검하는 일이다. ‘노 재팬’ 밀물에 휩쓸려간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 일본 여행 갔다고, 일본 맥주를 마셨다고, 일본 차를 몰았다고 뭇매 맞은 이들 말이다.   정치적으로 선동·악용된 ‘노 재팬’ ‘죽창가’는 영어 표현으로 ‘방 안의 코끼리’다. 불편하지만 모르는 척하는 존재를 뜻한다. 방의 5년짜리 주인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뿐. 얼렁뚱땅, 은근슬쩍, 두루뭉수리하게 없었던 일로 지나가서는 코끼리를 방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 오해 마시라. 친일하자는 얘기가 결단코 아니다. 일본에게 따질 것은 냉정한 머리로 끝까지 따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는 이사할 수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국익을 위해 일본은 경계는 하되 때론 손을 맞잡아야 하는 상대다.   차코트에선 “한국에 가서 맛있는 것 먹고 싶다” “BTS는 언제 입대하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인근 에비스의 댄스 스튜디오에선 K팝 클래스가 문전성시다. 정치인들은 소모전을 계속해도 민간교류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 더욱, ‘노 재팬’이라는 이름의 코끼리를 직시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노 재팬 정치’의 진자추는 되돌아올 것이고, 한국은 다시 반일이란 소모적 논란에 굴복하며 뒷걸음질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성장한 멋진 대한민국에 이웃 국가 일본은 잘 이용해야 할 전략적 파트너다.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 팀장노트북을 열며 재팬 이름 재팬 정치 방일 한국인 가도 한국어

2023-03-01

[J네트워크] 펠로시가 연 시진핑 4연임 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가장 큰 득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왜? 펠로시가 시진핑의 4연임 가도를 열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오는 가을 20차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에 도전한다. 과거 10년 집권의 틀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당내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왜 시 주석은 예외적으로 그래야 하나.   이를 위해 일찌감치 ‘중국몽(中國夢)’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인데 방점은 ‘부흥(復興)’에 찍힌다. ‘다시 흥한다’는 것인데 그 함의는 청(淸)의 국력이 세계 1위였던 1840년 아편전쟁 이전 시기로의 회귀다. 세계 최강이 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미국을 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미국과의 갈등은 언젠가는 겪어야 할 진통이다.   미국이란 강력한 적수와 싸워 이기려면 시진핑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시진핑 시기 중국이 사사건건 미국과 각을 세우는 이유다. 이런 논리로 시 주석은 올가을 무난히 3연임에 성공할 전망이다. 문제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 플랜이 여기서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란 점이다. 또 다른 5년, 즉 4연임의 구실이 필요한데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불쏘시개가 된다.     미국을 넘기에 앞서 할 일이 있다. 바로 대만을 해방해 ‘중국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방군’ 이름을 고집하는 건 아직 대만을 해방시키지 못해서라고 한다. 한데 그 역할을 다시 일깨워주는 게 바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다. 2027년은 해방군 건군 100주년의 해다. 또 시 주석의 4연임을 결정 지을 21차 당 대회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권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시주석 입장에선 이번 가을 3연임에 성공한 뒤 바로 4연임 준비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4연임의 구실로 대만 해방만 한 게 없다. 14억 중국 인민을 애국주의 열정으로 똘똘 뭉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해방에 성공하면 시 주석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중국 전역을 통일하는 지도자가 돼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앞으로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위기가 본격화할 것은 뻔하다.   우리로선 이제 시 주석이 이끄는 ‘다음 5년의 중국’이 아니라 ‘다음 10년의 중국’을 생각하며 대중 전략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음 5년간 양안 간에 일 거센 풍랑이 한반도에는 어떤 비바람을 부르게 될 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자칫 양안 사이에 무력 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우리 또한 화약 냄새를 맡지 않게 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J네트워크 시진핑 펠로 4연임 가도 4연임 준비 낸시 펠로시

2022-08-10

[중국읽기] 펠로시가 연 시진핑 4연임 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가장 큰 득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왜? 펠로시가 시진핑의 4연임 가도를 열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오는 가을 20차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에 도전한다. 과거 10년 집권의 틀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당내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왜 시 주석은 예외적으로 그래야 하나.   이를 위해 일찌감치 ‘중국몽(中國夢)’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것’인데 방점은 ‘부흥(復興)’에 찍힌다. ‘다시 흥한다’는 것인데 그 함의는 청(淸)의 국력이 세계 1위였던 1840년 아편전쟁 이전 시기로의 회귀다. 세계 최강이 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미국을 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미국과의 갈등은 언젠가는 겪어야 할 진통이다.   미국이란 강력한 적수와 싸워 이기려면 시진핑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시진핑 시기 중국이 사사건건 미국과 각을 세우는 이유다. 이런 논리로 시 주석은 올가을 무난히 3연임에 성공할 전망이다. 문제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 플랜이 여기서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란 점이다. 또 다른 5년, 즉 4연임의 구실이 필요한데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불쏘시개가 된다. 미국을 넘기에 앞서 할 일이 있다. 바로 대만을 해방해 ‘중국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해방군’ 이름을 고집하는 건 아직 대만을 해방시키지 못해서라고 한다. 한데 그 역할을 다시 일깨워주는 게 바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다. 2027년은 해방군 건군 100주년의 해다. 또 시 주석의 4연임을 결정 지을 21차 당 대회가 열리는 해이기도 하다. 권좌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시주석 입장에선 이번 가을 3연임에 성공한 뒤 바로 4연임 준비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4연임의 구실로 대만 해방만 한 게 없다. 14억 중국 인민을 애국주의 열정으로 똘똘 뭉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해방에 성공하면 시 주석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중국 전역을 통일하는 지도자가 돼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앞으로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위기가 본격화할 것은 뻔하다.   우리로선 이제 시 주석이 이끄는 ‘다음 5년의 중국’이 아니라 ‘다음 10년의 중국’을 생각하며 대중 전략을 구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음 5년간 양안 간에 일 거센 풍랑이 한반도에는 어떤 비바람을 부르게 될 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자칫 양안 사이에 무력 충돌이라도 벌어진다면 우리 또한 화약 냄새를 맡지 않게 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시진핑 펠로 4연임 가도 4연임 준비 낸시 펠로시

2022-08-08

[시로 읽는 삶] 해피엔딩을 위한 다짐

가파른 비탈만이/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산다는 일은/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오히려 산 아래에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그 하루하루/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나희덕 시인의 ‘속리산에서’ 부분       높이에 대한 선망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이쯤에서 다 내려놓았다 싶은데도 가끔씩 고개를 삐죽 내미는 욕망의 잔뿌리가 있다. 그것도 없으면 살아 있는 게 아니지 싶어 마음을 다독여 보기도 하고 후회를 곁들여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가파르게 앞을 막고 서 있던 것은 사실 생활이라는 절벽이었다. 오르기에 벅차고 오르다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던 밥을 끓이는 일, 생의 최전방이던 먹고 사는 문제는 늘 제일 큰 산이었다.   안전지대는 없었다. 무엇도 만만치만은 않았다. 벼랑을 오르는 일, 더욱이 미국이라는 풍요로운 땅에서 겪어야 했던 마음의 빈곤은 여러 해를 살고 있어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고 있다. 욕망은 대개 탈선을 일삼았다. 한때 쟁취했었더라도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지곤 한다.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동경했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그 동경으로 택한 미국은 인생의 기대치를 높여주긴 했지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타국의 편견을 견딜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잘 살아내는 일만이 최선책이어서 입을 앙다물고 살아왔다. 나뿐이겠는가 우리는 다 그랬다. 이제 뭉친 근육을 풀고 다리를 뻗으면 좋으련만 긴장은 여전하다.     오랜만에 친정에 왔다. 어머니의 집은 물 주름이 펴진 호수 같은 것일까. 마냥 느긋해도 될 것 같다. 뿌리를 내리려고 안간힘을 쓰던 타향의 공기와 뭐가 다를까 싶지만 청국장 끓이는 냄새도 구수하다.     친정이란 말을 새겨본다. 책임과 의무에서 무장해제 되어도 될 것 같은, 내 존재가 존재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될 수 있을 것 같은, 내가 나답게, 내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아 새삼 친정이란 말이 좋다.   마루에 대자리를 깔고 누워 노모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람의 일이란 엇박을 놓기가 일쑤다. 어머니가 살아온 세월이 그랬겠고 나의 세월도 다르지 않아 세월의 저편은 늘 짠하다. 그 세월을 소환해 내는 일은 추억이라는 이름의 연민이기도 하다.   고단한 시대를 견뎌온 어머니와 비교적 편한 세상을 살아온 나, 그러나 살면서 체감해야 했던 빛과 그림자는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삶은 때로 무례하기도 해서 우리에게 갖가지 상처를 남기곤 하지 않던가.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불편한 몸으로도 자식들의 안전을 위해 찬송하고 기도하는 구순 넘기신 어머니를 바라보는 일은 감사이지만 슬픔이다. 자식은 환갑이 되어도 어미에게는 어린애라며 먹을 것을 챙기는 어머니. 냉동실에 준비해둔 음식들을 꺼내 해동시키는 시간은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기다림의 후일담 같은 것이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시간은 어머니와 나의 이야기 마지막 챕터가 될 것 같다. 밥을 안치고 갈치를 굽는 사소함도 선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밑줄을 그어야 한다. 식어가는 국화차를 앞에 놓고 나누는 우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해피엔딩 다짐 이야기 마지막 나희덕 시인 가도 가도

2022-07-05

식당은 가도, 회사는 가기 싫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드는 가운데 뉴요커들이 외식은 즐겨도 사무실 복귀는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뉴욕포스트는 식당 예약 서비스 오픈테이블의 통계를 인용해 2월 첫째 주 뉴욕시의 외식 수요가 코로나19 팬데믹 전의 75%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출입증 사용을 기록을 추적해 사무실 복귀율을 발표하는 정보업체 캐슬 시스템 분석 결과, 2월 첫째 주 뉴욕시의 사무실 출근율은 28.6%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캐슬이 업계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 관람은 팬데믹 이전의 58% 수준, 항공 여행은 80%가량 수준,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현장 관람은 2020년 2월의 93% 수준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무실 복귀와 다른 외부 활동에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감염 우려와 같은 보건상 이유가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점이 꼽혔다. 직원들이 이처럼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데는 출·퇴근 시간 절약과 비용 절감의 이유가 가장 크다. 개인 여가시간도 늘고 교통비도 줄어드니 삶의 질이 개선된다는 것. 이외에도 ▶편리한 복장 ▶불필요한 회식·행사로부터 해방 ▶가사·육아 병행 가능 등이 재택근무 선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한국 기업의 지사에 근무하는 A씨(29)는 “2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다가 요즘에는 주 2일 재택근무, 3일 사무실 근무를 하고 있다. 위에서는 사무실에 더 나오고 싶은 직원은 더 나와도 좋다고 하는데, 눈칫밥을 먹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재택근무가 기업문화나 협업에 지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섣불리 사무실 완전 복귀를 종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난 속에서 사무실로 복귀 명령이 자칫 직원 퇴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익명의 CEO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식당에서 배를 채울 수 있으면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건 당연한 논리 아닌가”라며 사무실 출근을 꺼리는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도 지난달 “모두가 집에 있다면 뉴욕시가 돌아갈 수 없다”며 경제 생태계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직장인들의 출근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담스 시장은 17일 열린 뉴욕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뉴요커들이여, 이제 다시 일터로 돌아갈 때다”라며 재차 화이트컬러 직장인 복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종민 기자 shim.jongmin@koreadailyny.com식당 가도 사무실 복귀율 재택근무 선호 사무실 출근율

2022-02-17

그곳이 걷고 싶다 2. 둘루스 맥대니얼팜

짙은 숲속 개울물 운치 가득  사계절 언제 가도 걷기 좋아 옛 농장터 구경도 특별 재미      나이가 들어가면 누구에게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이다. 몸에 좋은 음식, 운동, 약 이야기가 끊임이 없다. 걷기도 절대 빠지지 않는 소재다. 2021년 매사추세츠대학이 중심이 된 공동 연구팀이 미국 의사협회(JAMA)지에 발표한 논문도 걷기가 얼마나 건강 장수에 좋은지 일깨워 준다.    38~50세 남녀 211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 따르면 매일 7000보 이상 걷는 사람의 사망률은 그 이하로 걷는 사람들보다 50~70%나 낮았다. 그야말로 불로초가 따로 없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다지만 정작 걷기가 불로초인 줄은 몰랐던 것 같다.     각설하고, 꾸준히 걷기에 가장 좋은 곳은 역시 동네 공원이다. 미국 좋다는 게 뭔가. 어느 도시를 가도 동네 인근에 훌륭한 공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든 자연이든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른다. 조지아 한인타운 둘루스 한복판에 있는 맥 대니얼 팜 공원(McDaniel Farm Park)도 그렇다.      나는 처음 이곳을 가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나 조붓하고 우아한 공원이 있다니. 말이 동네 공원이지 숲도 우거지고 작은 개울까지 흐르는 거대한 자연이다. 전체 면적은 134에이커. 1에이커는 약 1224평이니까 대략 16만 4000평이나 된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면 국제규격 축구장 80개 정도 넓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공원은 1999년 귀넷카운티가맥 대니얼 가문으로부터 농장을 구입해 주민 쉼터로 만든 곳이다. 원래는 19세기 초 서부 개척이 한창일 때 불하된 땅이었다. 처음 미국은 동부 13개 주를 중심으로 한 나라였기 때문에 애팔래치안 산맥 너머는 모두 미답의 땅이었고 그냥 서부로 불렸다. 정부는 서부를 개척하면서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쫓아내고 얻은 땅을 공짜에 가까운 헐값으로 팔았다. 토지 추첨(Land Lottery) 정책이었다. 물론 토지 신청은 백인 남자만 할 수 있었다. 이 공원도 1820년 그렇게 해서 시작된 땅 중의 하나였다.     이 땅은 1859년 맥 대니얼이라는 사람에게 당시 돈 450달러에 다시 팔렸다. 그는 이곳을 농장으로 개간했다. 그의 후손들도 목화도 심고 채소도 심고 벌목도 하면서 19세기 초기까지도 자급자족 생활을 이어 갔다. 지금 공원은 입구가 둘인데 올드노크로스로드 쪽으로 들어가면 당시 미국 남부의 전형적인 농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1874년에 지었다는 농장 본채와 우물, 19세기 초반에 지은 헛간, 대장간, 당시 썼던 농기구 잔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공원 이름에 농장(Farm)이 붙은 것은 그래서이다. 봄 여름엔 텃밭도 운영한다. 또 여러 트레일 외에도 단체 모임을 위한 바비큐 시설, 놀이터, 개 공원 등도 구비되어 있다.        주말 아침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나는 집에서 가까운 이곳을 찾아가 걷는다. 언제 가도 걷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두 손잡고 함께 걷는 나이 든 노부부도 보이고 씩씩하게 혼자 걷는 노인도 많다. 깡총깡총 뛰어가는 젊은 아가씨도 있고 개와 함께 유유히 산책하는 중년 아주머니 아저씨도 보인다. 그들을 마주쳐 지나칠 때면 다들 예외 없이 눈을 맞추고 미소를 굿모닝, 헬로 하며 미소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아, 내가 미국에 살고 있구나' 라는 것을 확인한다.      공원 내 여러 트레일 중 제일 바깥쪽을 골라 빠른 보폭으로 착착착착 걸으면 30~4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돈다.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역시 봄이다. 막 올라오는 새순이며 연초록으로 덮여가는 신록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다. 재잘재잘 새소리, 돌돌돌 물소리도 신비롭고 경이롭다. 단풍 짙어가는 가을도 좋다. 요즘같이 잎을 모두 떨구고 나목만 남은 앙상한 숲길을 걷는 것도 운치가 있다. 알싸한 아침 공기, 청명하게 높은 하늘을 음미해가며 시린 손을 용감하게 흔들며 뚜벅뚜벅 성큼성큼 걸어보는 것은 겨울 걷기의 재미다.         걷는다는 것은 그냥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원래 머리를 쓰면 몸은 정지한다. 거꾸로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쉰다. 몸과 머리의 상호작용 원리다. 주말 한 두 시간 땀 흘려 걷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다시 균형을 회복하는 것도 이런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메모 : 공원 입구는 올드노크로스로드(3251 McDaniel Rd, Duluth, GA)와 둘루스 하이웨이(3020 McDaniel Rd. Duluth, GA) 쪽에서 들어가는 길 두 곳이 있다. 농장 시설을 보려면 올드노크로스쪽에서 들어가면 된다.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개방. 입장료 무료.     이종호 기자 lee.jongho@koreadaily.com           농장터 구경 대니얼 가문 가도 동네

2022-01-13

[독자 마당] 버리고 갈 것들

차를 주차하다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그중 하나가 주차장에 버려진 수북한 담배 꽁초이다. 차 안에 모아 둔 담배 꽁초들을 주차하면서 버린 것이다.     나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흡연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과 몇 발자국만 가도 쓰레기통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주차하는 바닥에 꽁초들을 버리는 행동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는 흡연자까지 욕 먹게 하는 행동이다.     매년 연말이 되면 버리고 갈 것은 버리고 새해를 맞자는 말을 자주한다. 버리고 갈 것들 중에는 남에게 폐를 주는 행동, 지켜지지 않는 공중 도덕, 잘못된 관행, 불법과 편법 등 다양하다. 매년 버리자고 결심은 하지만 새해가 조금 지나면 흐지부지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많은 것을 결심하고 여러가지를 개선하겠다는 욕심이 결국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한다. 일단은 한 두 가지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 거창한 결심을 하고 힘들게 실천하다 보면 결국 포기하게 된다.     한 예로 일회용품 사용을 한꺼번에 줄이려면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2개 쓰던 종이컵을 1개를 줄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연초마다 사람들이 하는 결심이 모두 이뤄졌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됐을 것이다. 또한 연말마다 버리고 가자고 외쳤던 것들이 모두 버려졌다면 사회 질서와 환경은 더욱 개선됐을 것이다.     이번에는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지 말고 1인 당 한 가지씩 실천 항목을 정해 놓고 노력해 보자. 전부 못 이루는 것보다 1개라도 실천하는 것이 낫다. 누군인지 몰라도 주차장에 담배 꽁초를 버린 사람은 내년에는 안 버리기를 목표로 삼기 바란다. 유지호·LA독자 마당 담배 꽁초들 일회용품 사용 가도 쓰레기통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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