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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밤을 지샐 수 없는 이유

우리 민족에게 내려오는 풍습 가운데 ‘수세(守歲)’라는 것이 있다. 수세는 설 전날인 음력 섣달 그믐날 밤에 집 안 구석구석에 등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는 일을 뜻한다. 이날 밤에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지 않고 놀면서 밤을 보냈다.   어린아이들은 수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오늘은 안 자고 밤을 샐 거야”라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숨도 자지 않고 밤을 지낸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밤(을) 새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새다’는 잘못된 표현으로 ‘새우다’를 써야 바르다.   ‘새다’는 ‘날이 밝아 오다’는 뜻을 지닌 자동사다. 자동사는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치는 동사로,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새우다’는 타동사로, 동작의 대상인 목적어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와 같이 조사 ‘을/를’이 붙는 목적어 뒤에서 사용된다.   정리하면 주격조사 ‘이’가 붙는 ‘밤이’ 뒤에는 ‘새다’를, 목적격조사 ‘을’이 붙는 ‘밤을’ 뒤에는 ‘새우다’를 써야 한다.   이는 ‘지새다’와 ‘지새우다’에서도 마찬가지다. “밤이 지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에서와 같이 ‘밤이’는 ‘지새다’와, “며칠 밤을 지새우며 공부를 했다”에서처럼 ‘밤을’은 ‘지새우다’와 짝을 이뤄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동사로 목적어 음력 섣달 풍습 가운데

2024-11-13

[우리말 바루기] ‘뚝배기’

‘뚝배기’는 [뚝빼기]로 소리 난다. 그렇지만 소리 나는 대로인 ‘뚝빼기’로 적지 않고 ‘뚝배기’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곱빼기, 악착빼기, 얼룩빼기, 이마빼기, 코빼기’처럼 ‘빼기’가 붙은 말도 많다. 이 말들은 소리 나는 대로 [빼기]라고 적는다.   한편으로는 ‘배기’가 붙은 말들도 있다. 나이배기, 대짜배기, 생짜배기, 알짜배기, 육자배기…. 이 말들도 소리 나는 그대로다. ‘늑대’도 [늑때]로 소리 나지만 ‘늑대’라고 적는다. ‘낙지’는 [낙찌], ‘접시’는 [접씨], ‘갑자기’는 [갑짜기]로 된소리가 난다. 그렇지만 적을 때는 ‘뚝배기’처럼 된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   이 말들의 공통점은 된소리가 나는데 그대로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ㄱ’과 ‘ㅂ’ 받침 뒤여서다. 우리말에서는 ‘ㄱ’ ‘ㅂ’ 받침 다음에 반드시 된소리가 난다. 이때는 된소리 표기를 하지 않는 게 한글맞춤법의 원칙이다. 그리고 한 가지가 추가된다.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단위인 형태소 한 개로 이뤄진 말이어야 한다. ‘뚝배기’는 ‘뚝’과 ‘배기’로 나눌 수 없다. ‘늑대, 낙지, 접시’처럼 한 개의 형태소로 이뤄져 있다. ‘ㄱ’ 받침 뒤, 한 형태소 안이어서 ‘뚝배기’로 적는다.   그런데 ‘얼룩빼기’도, ‘곱빼기’도 ‘ㄱ’과 ‘ㅂ’ 받침 뒤이지만 된소리로 적는다. 짐작하듯이 이 말들은 각각 ‘얼룩’과 ‘곱’에 ‘빼기’가 붙어 만들어졌다.  우리말 바루기 뚝배기 된소리 표기 곱빼기 악착빼기 이마빼기 코빼기

2024-11-12

[우리말 바루기] 유명세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발표한 솔로 곡 ‘아파트’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로제의 ‘아파트’가 유튜브 조회 수 2억 회를 넘어서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와 같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명해졌다는 것을 나타낼 때 이처럼 ‘유명세를 떨치다’ ‘유명세를 타다’와 같은 표현을 흔히 쓰곤 한다. 그런데 ‘유명세’는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탓에 당하는 불편이나 곤욕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긍정적 표현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유명세(有名稅)’는 ‘세금 세(稅)’ 자를 써, 유명하기 때문에 치르는 불편을 ‘세금’에 비유한 단어다. 세금이 납세자에게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떠올려 보면 ‘유명세’가 부정적 표현에 어울린다는 걸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이가 ‘유명세’를 인기와 명성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흔히 쓰고 있다. 그 이유는 ‘유명세’를 ‘확장세(擴張勢)’ ‘증가세(增加勢)’ 등과 같이 기세를 나타내는 ‘勢(기세 세)’ 자를 쓴 ‘有名勢’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유명세’가 부정적 의미라는 걸 생각하면, 이와 호응하는 서술어도 ‘떨치다’ ‘타다’ 등보다는 ‘치르다’ ‘따르다’ 등을 쓰는 게 적합하다. 긍정적 의미를 나타내고 싶다면 “로제의 ‘아파트’가 유튜브 조회 수 2억 회를 넘어서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등처럼‘명성을 날리다’ ‘이름을 떨치다’ ‘인기를 얻다’ 등으로 표현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유명세 부정적 표현 유튜브 조회 긍정적 표현

2024-11-11

[우리말 바루기] 이어지는 문장

“그가 새로 참여해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무대를 꾸민다.” 이런 문장들이 은근히 있다. ‘참여해’에 ‘-여’가 있는데, 뒤쪽 ‘가르쳐’에도 ‘-여’가 나온다. 이러면 읽기가 편치 않다. 뜻도 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참여하다’ ‘가르치다’ ‘꾸미다’ 등 여러 정보가 한 문장에 무리하게 들어가 있다. 다음처럼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게 낫다. “그가 새로 참여해 무대를 꾸민다. 그는 이 무대를 위해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상대 팀의 초반 공세에 밀려 더 나은 전력인데도 잇따라 실점해 쉽게 무너졌다” 역시 읽기가 부담스럽다.  ‘밀려’ ‘실점해’의 ‘-여’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실점하다’를 ‘실점해’ 형태로 가지 않아도 되는 문장이었다. ‘실점해’ 대신 ‘실점하는 등’이라고 하면 자연스러워진다. 문장을 두 개로 나누면 더 간결하다. “더 나은 전력인데도 상대 팀의 초반 공세에 밀렸다. 경기 초반에 잇따라 실점해 쉽게 무너졌다.”   “귀찮아서 소파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에서는 ‘-아서’가 이어졌다. 그렇다 보니 문장 전체의 길이는 짧지만 간결해 보이지 않는다. 같은 형태의 반복이 흐름을 꺾어버리고 만 것이다.   “귀찮았기 때문에 소파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글맛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면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소파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도 괜찮겠다. 우리말 바루기 문장 문장 전체 초반 공세 경기 초반

2024-11-10

[우리말 바루기] ‘운명’을 달리하다?

죽음 앞에선 누구나 엄숙하다. 종교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불교계에선 승려가 죽었을 때 ‘입적(入寂)’이라 한다. ‘고요한 상태로 들어간다’는 뜻. ‘번뇌나 고뇌가 없어진 상태’를 가리키는 ‘열반(涅槃)’이라고도 한다. 개신교에선 ‘하늘의 부름을 받아 돌아간다’는 뜻으로 ‘소천(召天)’이란 표현을 쓴다. 가톨릭에선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이란 의미로 ‘선종(善終)’이라 한다. 천도교에선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에서 ‘환원(還元)’이라 부른다.     언론 매체의 부음 기사에서는 ‘사망’ 외에 ‘별세(別世)’ ‘타계(他界)’ ‘서거(逝去)’ 같은 말들이 흔히 보인다. 이 가운데 ‘사망’을 빼면 다 죽음을 높인다. ‘별세’의 사전적 의미는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이다. ‘타계’는 “인간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이다. ‘서거’는 “죽어서 세상을 떠남”이란 말이지만, 대통령처럼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만 쓴다. 언론 매체는 마음대로 이 말들에 서열을 정해 놓았다. 사망, 별세, 타계, 서거 순으로 높아진다.   일상에서는‘숨지다’ ‘돌아가시다’ ‘작고(作故)하다(고인이 되다)’ ‘영면(永眠)하다(영원히 잠든다)’라고 한다. ‘운명(殞命)하다’도 ‘목숨이 끊어지다’라는 말이다. 그러니 ‘운명을 달리하다’는 어색하다. ‘달리하다’는 ‘유명(幽明)’과 어울린다. ‘유명’은 저승과 이승을 가리킨다.우리말 바루기 운명 사망 별세 언론 매체 사전적 의미

2024-11-07

[우리말 바루기] 불필요한 ‘그’

‘그’는 편리하다. 가까운 식탁에 있는 사과를 달라고 할 때 ‘그’가 있어서 “그 사과 좀 줘”라고 말할 수 있다. “식탁에 있는 사과 좀 줘”라고 하는 것보다 짧고 효율적이다. 앞에서 말한 대상을 가리킬 때도 ‘그’는 유용하다. “얼마 전 봐 둔 옷이 있어. 그 옷 사려고”라고 하면 된다. ‘그’는 또 다음처럼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알고 있는 대상을 가리킬 때 쓰인다. “아까 크게 웃던 그 사람이 대표야.” 이 문장에서 ‘그’는 ‘사람’을 더 선명하게 한다.   여기까지는 ‘그’가 가리키는 대상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다음의 ‘그’는 대상이 확실하지 않다.‘그’는 이럴 때와 어떤 일을 명확하게 밝히고 싶지 않을 때도 쓰인다. “지식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대상이 확실치 않으니 ‘그’라고 해야 했다.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보이는 ‘그’는 분명하게 대상을 밝히고 싶지 않았서였겠다. 이렇게 막연한 ‘그’는 말에서보다는 글에서 주로 보인다. 그런데 문학적 ‘막연함’은 상상력을 북돋우지만, 실용적이어야 하는 글에서는 ‘그’가 거추장스럽다.   “최종 점검하는 부서에서 그 이행 성과를 부풀렸다.” “대통령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장 구조가 다르다. 그 의미 또한 다르다.” ‘그 이행 성과’ ‘그 결과’ ‘그 의미’라고 표현했다. ‘그’가 필요했을까. 없는 게 간결하고 낫다. 우리말 바루기 불필요 이행 성과 문장 구조 대통령 선거

2024-11-06

[우리말 바루기] ‘서울말’의 반전

첫 서울살이에 나서는 지방 사람들도 서울말이 어색하기는 매한가지다. “그건 아니구요” “비가 올 것 같애요”와 같은 말을 따라 하며 차이를 실감한다.   일반적으로 서울말과 표준말을 동일시하지만 둘은 같다고 할 수 없다. “그건 아니고요” “비가 올 것 같아요”로 사용해야 표준어다.   표준어 규정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서울 토박이가 쓰는 말이 표준어의 기초가 됐지만 표준말은 아니다. 서울 사투리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서울말은 넓은 의미에서 경기 방언 중 하나다.   ‘-구요’로 발음하는 게 대표적이다. 입말에서 “뭐라구요”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고민도 되구요”처럼 끝맺는 경향이 있다. 상대편의 어떤 말에 대한 대꾸의 성격을 띠는 종결어미 ‘-고’와 보조사 ‘요’가 결합한 형태이므로 ‘-고요’로 적고 읽어야 한다. ‘뭐라고요’ ‘생각하고요’ ‘되고요’로 고쳐야 바르다. 대개 방언이라기보다 구어체로 인식하지만 ‘-구’로 끝나는 어미는 없다.   연결어미 ‘-고’를 ‘-구’로 발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겨울바다도 보구 회도 먹구 즐거웠어요”와 같이 이야기할 때가 많다. ‘보고’ ‘먹고’가 표준어다.   ‘같아요’를 ‘같애요’로 발음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아요’는 설명·의문·명령·청유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어미 ‘-아’와 보조사 ‘요’가 결합한 말이다. ‘-애요’ 형태의 어미는 없다.우리말 바루기 서울말 반전 현대 서울말 표준어 규정 서울 토박이가

2024-11-05

[우리말 바루기] ‘낮으막한’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이번 주말에 낮으막한 산에 가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라는 내용이었다. 위치나 소리가 꽤 낮다는 것을 나타낼 때 이처럼 ‘낮으막하다’고 쓰는 사람이 많다.     ‘낮다’를 떠올리면서 ‘낮으막하다’로 적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나지막하다’가 맞는 표기다. ‘낮다’의 원형을 생각하면 ‘낮으막하다’가 맞을 것 같지만 ‘나지막하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나지막하다’를 ‘나즈막하다’로 쓰는 이도 있다. ‘낮은’의 발음을 따라 ‘나즌→나즈막’과 같이 연상해 이렇게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지막하다’는 ‘낮다’가 아닌 ‘나직하다’에서 온 말이므로 ‘나지막하다’로 적어야 한다.   참고로 우리말에서 ‘-즈막하다’로 끝나는 단어는 없다. ‘큼지막하다’ ‘높지막하다’ ‘느지막하다’처럼 ‘-지막하다’로 끝나는 단어만 존재한다.   이와 비슷하게 ‘늘그막’을 ‘늙으막’으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늙다’를 활용해 명사형으로 만들 때 ‘늘금’이 아니라 ‘늙음’이라 하는 것처럼 원형을 살려 ‘늙으막’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한글맞춤법은 어간에 ‘-이, -음’이 아닌 그 외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 다른 품사로 바뀐 말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따라 ‘늘그막’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얕으막하다’는 어떻게 될까? 이 역시 ‘야트막하다’가 표준어다.우리말 바루기 이번 주말

2024-11-04

[우리말 바루기] 거둬들였다

다음 중 맞는 표현을 고르세요.   ㄱ. 세금을 걷어들였다 ㄴ. 세금을 거둬들였다   여러 사람에게서 돈이나 물건 등을 받아서 들여오거나 좋은 결과 또는 성과 등을 얻어 낸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걷어들이다’ ‘거둬들이다’ 어느 것을 써야 할지 헷갈린다. ‘걷어들이다’와 ‘거둬들이다’의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표기에서도 혼동이 오는 것으로 보인다.   ‘거둬들이다’의 발음은 [거둬드리다]이지만 이를 [거더드리다]와 같이 발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소리를 따라 ‘걷어들이다’로 적는 경우가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바른 표현은 ‘거둬들이다’이므로 잘못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거두다’의 준말은 ‘걷다’이다. “답안지를 거두어 갔다”는 “답안지를 걷어 갔다”, “회비를 거두었다”는 “회비를 걷었다”로 바꿔 쓸 수 있다.   따라서 ‘걷다’를 활용한 ‘걷어’에 ‘들이다’를 붙이면 ‘걷어들이다’가 되기 때문에 이것이 맞는 표현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거두어들이다’의 준말인 ‘거둬들이다’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즉 ‘거두어’를 줄인 ‘거둬’에 ‘들이다’를 붙인 형태인 ‘거둬들이다’가 옳은 표현이다.   그러므로 “지난해 창립 이후 최대 수익을 거둬들였다” “세 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였다” 등과 같이 써야 바르다. 서두의 문제도 ‘ㄴ. 세금을 거둬들였다’가 바른 표현이다.우리말 바루기 최대 수익 지난해 창립

2024-11-04

[우리말 바루기] ‘거예요’

꽃이 곧 필 (거에요/거예요). 괄호 안에 있는 ‘거에요’ ‘거예요’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에요’와 ‘-예요’는 누구나 헷갈리는 말이다.   우선 ‘예요’는 ‘이에요’가 줄어든 말이다. 여기에서 ‘이’는 명사를 서술어로 만들 때 쓰이는 조사다. 즉 명사를 서술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가 첨가된다. ‘거’는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로 명사다. 따라서 명사인 ‘거’를 서술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가 추가된다. 그래서 ‘거+에요’가 아니라 ‘거+이+에요’ 형태가 되고 ‘거이에요’가 줄어 ‘거예요’가 되는 것이다.   명사의 경우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 없으면 ‘예요’와 결합한다. ‘책+이에요→책이에요’ ‘꽃+이에요→꽃이에요’ 등은 받침이 있는 명사여서 ‘이에요’가 붙은 경우다. ‘저+예요→저예요’ ‘나무+예요→나무예요’ 등은 받침이 없는 명사여서 줄임말인 ‘예요’가 붙은 예다.     그렇다면 ‘아니에요/아니예요’는 어느 것이 맞을까? 명사가 아닌 용언(동사·형용사)의 어간과 직접 결합할 때는 서술격 조사 ‘이’가 필요 없으므로 ‘에요’만 붙는다. ‘아니다’의 경우 어간이 ‘아니’이므로 ‘아니+에요→아니에요’가 된다.   명사일 때는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 없으면 ‘예요’가 자연스럽게 발음되기 때문에 헷갈릴 염려가 많지 않다. ‘아니에요’처럼 동사와 형용사의 경우 어간에 ‘에요’가 붙는다는 사실에 주의하면 된다.우리말 바루기 서술격 조사

2024-11-03

[우리말 바루기] ‘~와의’ 표현

다음 중 적절한 표현을 고르시오.   ㄱ. 중국과의 경기에서 이겼다.   ㄴ. 중국과 경기에서 이겼다.   ㄱ에 나오는 ‘~과의’가 일본식 표현이므로 ‘ㄴ.중국과 경기’가 맞다고 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의’가 일본식 어법에서 온 것은 맞다. 일본식 이중조사인 ‘~との’를 그대로 옮기면 ‘~과의’가 된다. 우리말에선 과거에는 쓰지 않던 표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의’가 일본식 표현이므로 ‘의’를 빼고 ㄴ처럼 ‘중국과 경기’라고 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중국과 경기’는 불완전한 표현이다. ‘중국과 벌인 경기’처럼 서술어를 첨가해야 온전한 말이 된다. 그러다 보면 말이 길어진다.   그렇다 보니 훨씬 간결한 ‘중국과의 경기’ ‘노조와의 협상’ 같은 ‘~과의’ ‘~와의’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간결성을 이길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현실을 인정해 ‘~와의’ 표현을 사전에 올렸다. ‘의’의 용법 가운데 ‘저자와의 대화’란 예문을 들어 놓았다. 국어원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인접 언어는 서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타 언어의 영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참으로 어렵다. 일본어의 영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과의’ ‘~와의’ 표현을 써도 된다.  정 이 표현이 내키지 않는다면 ‘ㄴ. 중국과 경기’가 아니라 ‘중국과 벌인 경기’라고 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표현 인접 언어 용법 가운데

2024-10-31

[우리말 바루기] ‘떼려야’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햄버거와 콜라…. 하나를 들으면 다른 하나가 저절로 떠오르는 관계다. 즉 둘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이러한 관계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없다. 왜냐하면 ‘뗄래야’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뗄래야’는 붙어 있거나 잇닿은 것을 떨어지게 한다는 뜻을 지닌 ‘떼다’의 어간에 어미 ‘-ㄹ래야’가 붙은 구조다. 하지만 ‘-ㄹ래야’는 존재하지 않는 어미로 ‘-려야’가 맞는 말이다. 따라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 “갈래야 갈 수 없는 곳” “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 등의 표현도 흔히 볼 수 있다. 이 역시 ‘-ㄹ래야’가 아니라 ‘-려야’가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 “가려야 갈 수 없는 곳” “보려야 볼 수 없는 사람”으로 고쳐야 한다.   ‘-려야’는 ‘-려고 하여야’가 줄어든 말이다. 위의 예문을 모두 풀어 써 보면 ‘떼려(고 하여)야’ ‘끊으려(고 하여)야’ ‘보려(고 하여)야’ ‘가려(고 하여)야’가 된다. 풀어 쓴 형태를 보면 ‘뗄래야’ ‘끊을래야’ ‘볼래야’ ‘갈래야’ 모두 ‘ㄹ’이 불필요하게 덧붙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간혹 “뗄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지울려야 지울 수 없는 기억”에서와 같이 ‘-ㄹ려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려야’를 붙여 ‘떼려야’ ‘지우려야’로 써야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소주 햄버거 맥주 삼겹살 표현 자체

2024-10-30

[우리말 바루기] 뵈요? 봬요?

문자메시지에서 눈에 자주 띄는 말이 '뵈요'다. "내일 뵈요" "이따 뵈요" "다음에 뵈요"와 같은 표현이다. 맞는 표기일까?     '뵈다'의 어간은 '뵈'이다. 여기에 '고' '니' '면' 등 연결어미가 붙을 때는 그대로 결합하면 된다. 즉 '뵈고 뵈니 뵈면' 등이 된다. 문제는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인 '요'가 붙을 때다.   '요'는 어간과 바로 결합하지 못한다. 어미인 '어'를 추가해야 한다. '먹다'의 '먹'에 '요'를 붙일 때 '먹요'가 되지 못하고 '먹어요'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뵈'에 '요'가 붙을 때는 그대로 '뵈요'가 되는 게 아니라 '어'가 추가돼 '뵈어요'가 된다. '뵈어'가 줄면 '봬'가 되므로 '뵈어요'는 줄어 '봬요'가 된다. 실제 말할 때는 '뵈어요'보다 준말인 '봬요'가 많이 쓰인다. 헷갈리기 쉬우므로 '봬요'의 철자를 외워 두는 것이 좋다.   '뵈요' '봬요'와 더불어 '뵜다' '뵀다'도 혼란스럽다. '뵈다'의 과거형은 '뵈+었+다' 형태로 '뵈었다'가 된다. 이 자체로는 문제를 느낄 것이 없으나 이것이 줄어드는 경우다. '뵈었다'가 줄면 '뵜다'가 아니라 '뵀다'가 된다.     그렇다면 "내가 이래 (뵈도/봬도) 왕년에 선수였다"에서는 어느 것이 맞을까? '뵈+어도'의 준말이므로 '봬도'가 맞는 말이다. '뵈서' '뵜습니다'도 마찬가지로 '봬서' '뵀습니다'가 맞는 표기다.우리말 바루기

2024-10-29

[우리말 바루기] '나지막한'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이번 주말에 낮으막한 산에 가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라는 내용이었다. 위치나 소리가 꽤 낮다는 것을 나타낼 때 이처럼 ‘낮으막하다’고 쓰는 사람이 많다. ‘낮다’를 떠올리면서 ‘낮으막하다’로 적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나지막하다’가 맞는 표기다. ‘낮다’의 원형을 생각하면 ‘낮으막하다’가 맞을 것 같지만 ‘나지막하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다.   ‘나지막하다’를 ‘나즈막하다’로 쓰는 이도 있다. ‘낮은’의 발음을 따라 ‘나즌→나즈막’과 같이 연상해 이렇게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지막하다’는 ‘낮다’가 아닌 ‘나직하다’에서 온 말이므로 ‘나지막하다’로 적어야 한다.   참고로 우리말에서 ‘-즈막하다’로 끝나는 단어는 없다. ‘큼지막하다’ ‘높지막하다’ ‘느지막하다’처럼 ‘-지막하다’로 끝나는 단어만 존재한다.   이와 비슷하게 ‘늘그막’을 ‘늙으막’으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늙다’를 활용해 명사형으로 만들 때 ‘늘금’이 아니라 ‘늙음’이라 하는 것처럼 원형을 살려 ‘늙으막’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한글맞춤법은 어간에 ‘-이, -음’이 아닌 그 외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 다른 품사로 바뀐 말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따라 ‘늘그막’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우리말 바루기 이번 주말

2024-10-28

[우리말 바루기] ‘생각지’? ‘생각치’?

글을 쓰면서 늘 헷갈리는 것이 ‘생각지/생각치’와 같은 경우다.  발음으로 구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읊어봐도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은 ‘-하지’가 줄어들 때 ‘-지’가 되느냐 ‘-치’가 되느냐의 문제다. ‘-하지’ 앞이 유성음이냐, 무성음이냐를 따지면 된다. 목청이 떨려 울리는 소리가 유성음이고, 성대를 진동시키지 않고 내는 소리가 무성음이다.   ‘-하지’ 앞이 유성음(모음이나 ㄴ, ㄹ, ㅁ, ㅇ)일 때는 ‘ㅏ’만 떨어져 ‘ㅎ+지=치’가 된다. ‘흔치, 간단치, 만만치, 적절치, 가당치, 온당치’ 등이 이런 예다.   ‘-하지’ 앞이 무성음(ㄱ, ㅂ, ㅅ)일 때는 ‘-하지’가 줄어들 때 ‘하’ 전체가 떨어지고 ‘지’만 남는다. ‘넉넉지, 익숙지, 거북지, 답답지, 섭섭지, 떳떳지, 깨끗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하다’ ‘-하게’ ‘-하도록’ ‘-하건대’가 줄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다정하다→다정타’ ‘간편하게→간편케’ ‘흔하다→흔타’ ‘이바지하도록→이바지토록’, ‘참석하기로→참석기로’ ‘생각하건대→생각건대’ 등으로 적어야 한다.   유성음 뒤에서는 자연스럽게 거센소리가 나므로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 무성음인 ‘ㄱ, ㅂ, ㅅ’ 뒤에선 거센소리가 아닌 ‘지’ ‘게’ ‘다’ ‘기’ 등으로 적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말 바루기 생각

2024-10-27

[우리말 바루기] ‘승낙’과 ‘허락’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고 결혼식 날짜를 잡았어요.” “가족들의 승락하에 혼인신고만 먼저 하기로 했어요.”   이처럼 청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을 나타낼 때 ‘승낙’이라 해야 할지, ‘승락’이라 해야 할지 헷갈린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승락’이 아니라 ‘승낙’이 맞는 말이다. 한자어 ‘承諾’은 ‘이을 승’과 ‘허락할 낙’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본음 그대로 ‘승낙’으로 발음하고 그렇게 표기하면 된다. 따라서 ‘승락’이라 하면 틀린 말이 된다.   그렇다면 비슷한 의미의 한자어인 ‘허락(許諾)’은 왜 같은 한자(諾)임에도 ‘낙’이 아니라 ‘락’으로 표기하는 것일까? 한글맞춤법은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속음(俗音)’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굳어져 쓰이는 음을 이른다.   본음은 ‘허낙’이 맞지만 사람들이 발음하기 편한 ‘허락’을 계속 쓰면서 속음인 ‘허락’이 표준어가 된 것이다. 따라서 ‘허낙’이라 쓰면 틀린 말이 된다.   ‘승낙’과 ‘허락’ 외에도 ‘낙’을 써야 할지 ‘락’을 써야 할지 헷갈리는 낱말이 몇 개 있다. ‘諾(허락할 낙)’은 ‘수락(受諾), 쾌락(快諾, 남의 부탁 등을 기꺼이 들어줌)’ 등에서는 ‘락’으로 적어야 한다. 반면에 ‘감낙(甘諾, 부탁이나 요구 등을 달갑게 승낙함), 감낙(感諾, 감동해 승낙함)’ 등에서는 ‘낙’으로 적는 것이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승낙 허락 결혼 승낙 결혼식 날짜

2024-10-24

[우리말 바루기] ‘회자(膾炙)’의 뜻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걸 이를 때 자주 쓰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회자되다’라는 낱말이다.     ‘회자되다’는 언론 매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보도할 때도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종종 등장한다. 앞 문장에 잘못된 표현이 숨어 있다고 하면 많은 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듯하다.   ‘회자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다. ‘회자되다’를 이렇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회자’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자(膾炙)’는 ‘회 회(膾)’ 자와 ‘구울 자(炙)’ 자로 이뤄진 낱말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인 ‘회’와 ‘구운 고기’를 뜻한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맛있는 음식처럼 칭찬받을 일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으로 ‘회자되다’의 의미가 변화해 굳어진 것이다.   따라서 “그 노래는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되는 명곡이다”와 같이 긍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회자되다’를 쓸 수 있지만, “그의 악행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회자되고 있다” 등처럼 부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부정적 의미를 나타낼 때는 ‘회자’ 대신 ‘구설’을 쓰면 된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긍정적 의미에는 쓸 수 없다. 우리말 바루기 회자 부정적 의미 긍정적 의미 언론 매체

2024-10-23

[우리말 바루기] ~하기 위해? ~하려고?

한 후배는 번역투에 민감하다. 그는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았다”를 “해외여행을 가려고 돈을 모았다”로 수정한다. ‘~기 위해’가 영어(for, in behalf of, in the interest of)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투여서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말에 조금은 수긍이 가기도 한다. “해외여행을 가려고 돈을 모았다”가 일상에서 쓰는 방식이니까.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유턴했다” “밥을 먹으려고 식당에 갔다” “너를 만나려고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에서처럼 ‘~려고’는 낯이 익고 편하다. 여기서 ‘사려고’를 ‘사기 위해’, ‘먹으려고’를 ‘먹기 위해’, ‘만나려고’를 ‘만나기 위해’라고 하면 일상에서 멀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평범한 일상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 일로 무게가 더해진다. 공적인 곳에서 내놓는 문장이었다면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유턴했다”고 했을 확률이 더 높다. ‘사기 위해’라고 표현하면 행동의 목적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려고’라는 일상의 평범한 말투와 구분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는 듯하다.   물론 ‘~기 위해’가 더 나을 때도 있다. “구체적인 성과를 마련하기 위해 실천 방안을 매주 점검한다” 에서는 ‘마련하기 위해’가 불편하지 않다. ‘마련하려고’가 오히려 낯설어 보인다. 그렇지만 “돌고래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에서는 ‘살리려고’가 자연스럽고 간결하다.우리말 바루기 in behalf 실천 방안

2024-10-22

[우리말 바루기] ‘나 자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내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때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등과 같은 자기 고백적 글이 많이 게재된다.   이같이 많은 이가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 ‘내 자신’ ‘제 자신’과 같이 쓰곤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나 자신’ ‘저 자신’이라고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내 자신’과 ‘제 자신’을 풀어 써 보면 왜 틀렸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는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나’에 조사 ‘의’가 결합한 ‘나의’가 줄어든 말이다.   따라서 이를 문장에 대입해 풀어 써 보면 “내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결국 “나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와 같이 어색한 문장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굳이 불필요한 조사 ‘의’를 넣어서 생긴 잘못된 표현이므로, ‘의’를 빼고 ‘나 자신’이라고 쓰면 된다.   ‘제 자신’도 마찬가지다. ‘제’는 자기를 낮추어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저’에 조사 ‘의’가 합쳐진 ‘저의’가 줄어든 말이다. “그때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역시 풀어 써 보면 “그때는 저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가 돼 영 이상하다. 이 또한 불필요한 ‘의’를 빼고 ‘저 자신’이라 고쳐 쓰면 된다.   “네 자신을 알라”는 유명한 문장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해야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우리말 바루기 일인칭 대명사 자기 고백적

2024-10-20

[우리말 바루기] 이어지는 문장

“그가 새로 참여해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무대를 꾸민다.” 이런 문장들이 은근히 있다. ‘참여해’에 ‘-여’가 있는데, 뒤쪽 ‘가르쳐’에도 ‘-여’가 나온다. 이러면 읽기가 편치 않다. 뜻도 바로 전달되지 않는다. ‘참여하다’ ‘가르치다’ ‘꾸미다’ 등 여러 정보가 한 문장에 무리하게 들어가 있다. 다음처럼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게 낫다. “그가 새로 참여해 무대를 꾸민다. 그는 이 무대를 위해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친다.”   “상대 팀의 초반 공세에 밀려 더 나은 전력인데도 잇따라 실점해 쉽게 무너졌다” 역시 읽기가 부담스럽다. 문장 길이도 길어 보인다. ‘밀려’ ‘실점해’의 ‘-여’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실점하다’를 ‘실점해’ 형태로 가지 않아도 되는 문장이었다. ‘실점해’ 대신 ‘실점하는 등’이라고 하면 자연스러워진다. 문장을 두 개로 나누면 더 간결하다. “더 나은 전력인데도 상대 팀의 초반 공세에 밀렸다. 경기 초반에 잇따라 실점해 쉽게 무너졌다.”   “귀찮아서 소파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에서는 ‘-아서’가 이어졌다. 그렇다 보니 문장 전체의 길이는 짧지만 간결해 보이지 않는다. 앞쪽과 뒤쪽이 긴밀히 연결되지 않고 끊기는 느낌이다. 같은 형태의 반복이 흐름을 꺾어버리고 만 것이다. 다음처럼 변화를 주는 게 좋겠다. “귀찮았기 때문에 소파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우리말 바루기 문장 문장 길이 문장 전체 초반 공세

202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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