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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정체성 교육, 왜 중요한가

미국은 다민족·다인종 사회
정체성 없으면 자신감 부족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장태한 UC리버사이드 교수

요즘 집안에 ‘틀어박혀’ 사는 한인 2세 청소년들이 많다고 하는데 주변에도 꽤 있다. 특히 젊은 한인 남성들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식사와 모든 것을 방에서 해결하면서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즉, 반년 이상 집에 틀어박혀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행위를 칭하는 신조어가 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고 미주 한인 사회와 한국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최근 방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일본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한다. 즉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으로 버튼 한 개만 누르면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집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방에서 나갈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기에 방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틀어박혀’ 사는 젊은 남성들의 경우 우선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산다는 특징이 있다. 심지어 가족과의 접촉도 피하고 방안에 냉장고, 음료수, 그리고 간단한 다과 등을 쌓아두고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고 외톨이로 살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즉 직장에 다닐 수 없고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자칫 정신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매우 높아질 수 있다.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거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또한 가족 내부의 사정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젊은 한인 남성들이 ‘틀어박혀’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정신의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신적 측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다는 정도만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한인 2세들의 경우는 정신적, 그리고 가족 내의 문제와 더불어 ‘인종’ 문제를 매일 접하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같은 다인종, 다민족 사회에서 내가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아시안 아메리칸의 경우 정체성 결여는 정신적 질환으로 발전한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발표되고 있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살아가고 있는 한인 2세들이 주로 ‘은둔 생활’을 하는 것이다.  
 
미국인도 아니고, 한인도 아니고 별생각 없이 그냥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목적의식도 없고 의욕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방에 틀어박혀 살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평소 정체성 강의를 하면서 코리안 아메리칸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하고 있다. 정체성의 결여는 “닻을 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배와 같다” 또는 “모래 위에 고층 빌딩을 짓고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정체성 결여는 자신의 뿌리를 모르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 활동을 기피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며 자신 자신을 자랑스러워하지 못하면 어떻게 다인종 다민족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한인 이민 1세대는 경제 활동에 집착하다가 자녀 교육에 소홀했던 경우가 많다. 교육은 학교에 맡기고 방치하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한인 2세들은 학교에서 ‘인종’ 문제를 접하면서 많은 고민과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럴 때 정체성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당당히 이겨내고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반면 정체성이 결여된 학생들은 방에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사회 기피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이 나오기 전에 한인 사회는 정체성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리버사이드에 도산 안창호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미주 한인 정체성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다 함께 참여하고 꿈을 이루어 내면 좋겠다.

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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