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가을 소풍
시
닫혀 가는 삶의 문을
활짝 열어 팔딱이는 심장 깃발을 흔든다
흥얼흥얼 노래가 나온다
기운 없어 못 걸어, 매일매일 앙탈하던
일상 접어 두고
노란 겨자꽃 함박 웃는 들길을 달리고
꼬부랑 길 굽이굽이 돌고 돌아 찾아가는 곳
하늘은 높고 더욱 푸르러 나의 역사를
행복의 꽃으로 물들이는 산비탈 초록 지붕
파랗게 일어서는 풀잎들 맑음 안고 흐르는 계곡
개울은 영혼의 굳은 빗장을 열고 환호한다
유독 하얀 머리들이 둥글둥글 앉아 있음은
생의 여유로움일까 생각이 들어 나도 옆자리에
발을 내밀어 본다. 하하호호 웃으며
사진같이 눈에 박힌 행복이
오래오래 기억 속에 자리할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와이너리, 소풍을 가다
엄경춘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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