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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포용적 미국’ 아직 유효한가

진성철 경제부장

진성철 경제부장

매사추세츠공대(MIT) 대런 아제모을루 경제학과 교수, 역시 MIT의 사이먼 존슨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등 3명은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경제적 성공과 실패의 핵심 요소로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를 제시했다. 로빈슨 교수는 남북한의 경제 격차를 언급하며, 한국은 포용적 제도를 통해 놀라운 경제적 성장을 이룬 나라 중 하나로 평가했다. 반면 북한은 착취적 제도에 장악된 대표적인 나라로 지목됐다. 남북한은 1948년 이후 서로 다른 체제와 제도를 만들었고, 그 결과가 경제력의 차이를 벌어지게 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제시한 포용적 제도와 착취적 제도는 무엇일까. 포용적 제도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부당한 공권력의 개입을 방지하며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제도를 가리킨다. 포용적 경제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생산성이 향상되어 경제활동이 왕성해지고 그 결과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 또한 포용적 시장에서 국민은 자신의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은 이러한 포용적 제도를 도입하여 경제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착취적 제도는 소수 집단에게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제도를 말한다. 사유재산이 허용되지 않고 경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하지 않아서 국가의 지시만 따르면 되는 구조다. 착취적 제도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북한이다. 로빈슨 교수는 소수 엘리트에게 권력이 편중된 전체주의적 독재 체제 때문에 북한은 경제적 번영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포용적 제도가 점차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의 양극화가 포용적 제도의 근간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흔들고 있어서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포용적 제도가 가장 잘 구축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면서 포용적 정치 제도가 위축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의 등장 이후 정치와 사회의 양극화는 더 악화했다. 그는 4년간 미국 대통령을 역임했고 올해 대선에도 공화당 후보로 나섰다. 이번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그는 종종 공격적이고 사실과 거리가 있는 언급으로 정치와 사회적 논란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정치 리더의 태도는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다 팬데믹 이후 심화한 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산 상위 1%에 속하는 초부유층의 부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자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포용적 제도를 구축해 성공적으로 유지해 온 미국조차도 이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민주주의가 모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면, 그 실망감이 독재 정치에 대한 지지로 이어져 포용적 제도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존슨 교수 역시 “포용적 제도를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나 홀로 호황’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경제와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선진국의 핵심 요소인 포용적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는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더 발전하려면 정치와 경제 전반에서 포용적 제도를 더욱 견고히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성철 /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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