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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 빙하·해빙이 빨리 녹는 원인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농수산물 수확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구의 기온 상승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알래스카를 포함한 북극 지역은 지난 7월 기록적인 고온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대기 습도가 낮아지면서 발생한 수증기가 적란운 생성을 증가시킨다. 이는 적도 지방의 스콜이나 온대의 게릴라성 호우에 비견된다. 그래서 북극 지방은 여름철 천둥 번개로 인한 산림 화재가 자주,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지난 초여름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지역은 화재로 인한 스모그로  창문을 열지도 못할 상황이 됐던 것이 그 증거다.  당시 AQI (대기 질 지표)가 200을 넘었다. 보통의 대기 질은 대부분 40이하이며, 50이상이면 노약자나 유아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대기 이동 모델을 사용해서 산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한 필자의 2005년 논문이 많은 인용 건수를 기록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필자는 1999년 알래스카 중부 생태연구지 (LTER: long-term ecological research watershed)에서 산불실험(소실면적: 4kmX 4km)을 실시, 강제로 화재를 일으켜 산불로 인한 대기 질 이동과 식생의 변화를 조사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스모그 중 BC (black carbon: 숯, 검댕)과 이산화탄소의 이동 경로를 단기간(10일 이내) 추적하였다.  
 
그런데 이 결과가 흥미롭게 나와서 많은 연구자가 이를 인용했다. 즉, 숯과 이산화탄소는 바람의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산림화재 발생 5일째와 7일째의 결과가 이 논문의 백미다. 5일째의 바람장 (wind field)이 알래스카 남서부로 이동하였고, 7일째는 북쪽으로 바람이 이동하였다. 중력에 의해 무거운 숯은 가까운 곳에, 가벼운 것은 멀리 이동한다. 또한, 산불의 스모그 중 이산화탄소는 대기보다 약 10% 높지만, 직접 측정값은 수천 배에서 수만 배나 높다.  
 
알래스카 남서부에는 미국 최대 규모인 랭클 세인트 엘리아스 국립공원(Wrangell-St. Elias National Park)이 있다. 이 국립공원은 한국 여의도 면적의 6000배가 넘는다. 이곳은 미국 최대 빙하지대이기도 하다.  
 
이 빙하표면에 산불로 생긴 BC가 내려앉으면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역할을 한다. 즉, 돋보기로 햇빛을 이용해 검은 종이를 태우는 것과 같은 이치로, BC는 햇빛을 흡수하여 빙하를 녹이는 역할을 한다. 즉, 알비도(반사율)가 0.8이면 바로 내린 흰눈에 해당하고, 0.5이하면 BC 및 먼지 등으로 빙하표면이 지저분해진 것을 나타내는 지표다.  
 
알래스카 북부, 즉 북극해에는 수많은 해빙이 떠 있다. 해빙의 표면에 BC가 내려앉으면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제 공동연구로 대기 중의 BC를 장기간 측정한 결과, 봄철 유라시아(러시아와 중국)에서 발생한 산불이 편서풍을 타고 알래스카까지 날아온다. 여름철에는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BC의 발생과 농도가 매우 높다.  
 
최근 기온 상승과 더불어, 산불 화재의 발생 빈도가 늘고 피해 면적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만 한다. 이렇게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기후변화에 대한 ‘포지티브 피드백 (positive feedback of climate change)’이라고 한다. 즉, 악순환이 더 가속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캐나다의 빙하에서 산불 스모그로 인한 빙하 융해의 가속화와 이에 따른 담수량 증가로 일부 생물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빙하 면적 감소 현상도 현저하게 나타난다는 경고가 있었다.  
 
다만, 산림생태 측면에서 산불은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알래스카 및 캐나다의 우점 산림인 흑가문비나무는 나무 끝에 있는 씨앗 무리에 불길이 닿아야만 씨앗을 둘러싼 두꺼운 껍질을 깨뜨릴 수 있다. 산불이 지나간 다음 깨진 껍질 안의 수많은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땅에 착생하게 된다.  
 
그리고 착생된 땅은 화전처럼 영양분이 풍부한 토질이어야만  씨앗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흑가문비나무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산불에 의한 BC의 움직임은 극지의 해빙 및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주요 원인인 반면, 화재 후 식생 천이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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