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음식 중독의 주범 ‘설탕’ 찾기
어느 때보다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화두는 더는 배고픔이 아니라, 웰빙 즉 건강히 잘 사는 것입니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가 중요한 웰빙시대가 열린 지 오래지만, 우리가 웰빙을 추구하면 할수록 더 많은 성인병과 새로운 질병코드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간헐적 단식’의 저자 마이클 모스는 ‘배신의 식탁’과 ‘음식 중독’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의 식탁 선택권이 개개인의 자유의지가 아닌, 기업의 교묘한 술수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우리의 혀는 본능적으로 단맛에 약한데, 식료품 기업들이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단맛에 민감한 우리의 혀를 의도적으로 길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중독이란 단어는 담배, 약물, 게임 등과 어울려 쓰일지언정, 음식이란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음식 중독이란 단어가 좀 과격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독이란? ‘그만두기 힘들어하는 반복적인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식품광고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또 먹고 싶다’ ‘다시 찾게 된다’의 단어들은 중독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입니다. 소비자들이 음식 중독에 이르는 중요한 요소는 속도와 기억입니다.
먼저 중독의 중요한 요소인 속도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학자들이 말하는 일반적인 음식 중독의 주범은 설탕, 소금, 지방인데, 그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설탕이라고 합니다. 설탕을 섭취함과 동시에 우리의 뇌 보상시스템은 0.6초 만에 활성화되어 도파민을 내보냅니다. 도파민은 행복감을 느끼게 만들어 다시 우리는 그 음식을 떠올리며 과다하게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탐닉하게 됩니다. 담배나 약물이 10초 후에 보상시스템인 도파민을 내보낸다고 하는데, 설탕의 보상은 담배나 약물의 보상시스템보다 무려 12~13배의 즉각적인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설탕이 도파민을 활성화하는 속도가 담배와 약물을 능가하는 중독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빠른 보상시스템은 사람들의 의존성을 높이고, 중독에 이르러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의지와 통제력을 상실하게 합니다.
현대인들의 외식 횟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외식을 많이 하는 나라 1위입니다. 1주일에 한 번 이상 외식하는 비율이 63%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인의 하루 설탕 섭취량은 평균 22티스푼이며, 연간 소다를 통해 섭취하는 설탕은 3700티스푼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외식하는 우리는 식당 음식에 사용된 설탕 혹은 액상과당의 양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작스러운 혈당의 상승과 하강을 겪고, 알 수 없는 피로감에 힘들어서 병원에 가면 당뇨 환자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당뇨는 혈관 벽을 손상해 심근경색, 망막증, 신부전, 뇌졸중, 피부 괴사 등의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우리가 원했던 웰빙으로 멀어지게 만드는 주범임이 확실합니다.
그다음 중독에 이르는 주요 요소인 기억에 있어서, 어린아이들의 식습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식이 잦은 이 시대 어린아이들의 기억에 설탕으로 범벅된 레스토랑의 음식은 가족들과 행복했던 기억으로 각인됩니다. 위에서 중독의 요소로 기억을 언급했었습니다. 좋은 기억과 함께 그때 먹었던 음식은 맛있는 것으로 기억되어 집니다. 그 행복한 기억에 있던 메뉴와 맛이 좋아하는 음식의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어린이 메뉴가 따로 존재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어린이들도 어른들과 같은 양의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섭취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외식에 자주 노출된 아이들은 설탕의 지복점(맛있다고 느끼는 설탕의 양)이 높게 나타납니다. 이것은 어릴 적 입맛을 잘 세팅해야만 평생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어린 시절부터 음식에 들어가는 설탕 관리를 잘해서 설탕의 지복점을 낮추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체인 레스토랑에서는 어린이에 맞추어진 설탕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과다한 설탕 사용으로 설탕 중독에 이르도록 입맛을 길들여야만 식품기업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가 어른들과 같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미래에 음식 중독 관련한 수많은 질병 문제가 언젠가는 터질 폭탄으로 자라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인들의 4명 중 한 명은 식품라벨을 확인하고 식품구매를 한다는 통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먹는 음식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높다는 뜻입니다. 이에 발맞춰 Interfaith Public Health Network(종교연합 공공보건 네트워크)에서 설탕 섭취에 관해 경각심을 알리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뉴욕주에 퍼져 있는 체인 레스토랑에 설탕 경고 라벨 표시를 의무화해서, 적어도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이 얼만큼인지 인지하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자는 운동입니다. 속도와 기억을 통해 설탕에 중독된 우리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전, 설탕 라벨을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체인 레스토랑도 설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조금의 눈치라도 보는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우리의 혀는 단맛을 탐닉하는 본능에 충실하니, 사회시스템이 설탕 중독 문제의 첫 번째 장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미래 공공보건에 유익함은 당연합니다. 기업들이 우리 가족들의 건강 선택권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부모들이 법안을 만들어 식단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초석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사라 김 / KCS 공공보건리서치센터 디렉터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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