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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기후변화 피해에도 빈부 격차

진성철 경제부장

진성철 경제부장

# 김 모씨는 비싼 전기료가 걱정돼 지난달 에어컨 사용을 작년보다 많이 줄였다. 그런데도 전기료는 작년의 2배나 나왔다. 그는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이렇게 공과금이 오르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벌써 걱정”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 모씨 부부는 올해 주택보험 가입을 포기했다. 연간 4000달러 수준이던 보험료가 9000달러 이상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씨 부부는 “집값이 너무 오른데다 높은 모기지 이자율 때문에 집을 팔고 이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특히 주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모기지 융자도 받을 수 없어 이사는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전세계가 물난리와 폭염 등 이상기후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고통이 서민과 빈곤 국가에 더 가혹하다는 점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이들의 재정 부담이 부유층이나 선진국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폭우, 홍수, 폭염, 산불 등의 자연재해가 유틸리티 비용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에너지 관련 단체에 따르면 올해 가구당 평균 냉방 비용은 719달러로 작년의 661달러에 비해 58달러가 오를 전망이다.  
 


폭염으로 인한 냉방비는 중산층도 버거워할 정도다. 그러니 저소득층, 장애인, 시니어 등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다.
 
지난 2018년 애리조나주에서는 한 전기 회사가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그해 9월 화씨 10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한 가운데 72세 시니어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 원인은 온열 질환이었다. 전기 회사 측이 전기료를 연체한 이 여성의 집에 전기공급을 중단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단전으로 선풍기도 에어컨도 사용할 수 없었다.  
 
단전 이후 그녀는 연체된 176달러에서 51달러 모자란 125달러를 겨우겨우 납부했지만 전기회사는 완납이 아니라며 전기 공급을 재개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사흘 만에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사회는 전기회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급기야 정부는 여름철에는 전기료 연체를 이유로 전기를 끊을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이 조치를 영구화했다.  
 
폭염에 더해 기후변화로 빈발해진 산불이나 강풍은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주택 보험사들이 산에 가깝거나 주위에 큰 나무가 있는 주택의 경우 주택보험료를 급격하게 인상하거나 가입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지 융자를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주택보험 가입 여부다. 그런데 보험료가 너무 비싸 바이어들이 집을 사는데 제약을 받고 있을 정도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돈을 빌려주는 대출 기관 입장에서는 산불이나 강풍으로 주택에 피해가 발생하면 융자금 회수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주택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주택 보험사들은 산불이 강풍 위험의 증가를 이유로 너무 비싼 보험료를 요구하고 있어 주택소유주나 바이어의 재정 부담은 훨씬 커졌다. 아예 보험사들이 주택보험을 제공하지 않는 지역의 주택은 융자 없이 현금으로 집을 사야 한다.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면 산 근처의 집을 마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존 주택소유주 중에도 비싼 보험료를 감당할 수 없어서 주택보험 가입을 포기하는 소유주가 느는 추세다.
 
최근 리카르도 라라 가주보험국장은 “가주 보험 위기가 서민주택 개발은 물론 주택시장 전체에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해 빈번해진 자연재해는 많은 사람의 재산과 목숨을 앗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빈부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속히 냉난방 불평등 문제 해결 방안과 함께 주택보험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기후변화로 인한 서민들의 현실적인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다.

진성철 /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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