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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달라지는 ‘관광’ 트렌드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방학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일본 도쿄 지역 명소들을 둘러보기 위해 여행길에 나섰는데 첫날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일정이 Z세대 아이들이 원하는 투어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사쿠사의 대표적 아이콘인 카미나리몬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하고 길 양옆에 상점이 늘어서 있는 나카미세를 구경했다. 연간 수천만 명이 찾는다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센소지가 눈앞인데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뭔가 찾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로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소개된 단고(경단) 전문점 때문이었다. 단고를 사서 맛보는 장면을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대며 좋아했다. 아사쿠사에서 꼭 해야 하는 문화 체험이라며 유카타를 빌려 입겠다고 해서 알아보니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아이들은 사흘 뒤 아사쿠사를 다시 방문해 유카타 체험을 하며 이곳저곳에서 사진 담기에 바빴다.  빠듯한 일정에 갔던 곳을 또 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다음 날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하라주쿠를 가려 했으나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을 먼저 가야 했다. 바로 스튜디오 지부리의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를 테마로 한 슈크림 공방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시모키타자와역에서 내려 시로히게 슈크림 공방을 찾아갔다. 역 인근에 팬시한 레스토랑, 카페들을 지나 주택가로 들어가 한참을 가다 보니 슈크림 공방이 나왔다.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친동생이 운영하는데 지브리의 공식 인증을 받아 토토로 슈크림 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다.  
 
주택가임에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카페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90분으로 제한될 정도였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인테리어에 신이 난 아이들은 사진 촬영을 하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바빴다.  
 
쇼핑 역시 소셜미디어 영향이 컸다. 인플루언서들이 소개한 화장품, 생활용품 등을 둘러보고 구매하느라 대형 할인매장 돈키호테에 서너 차례나 가야 했다. 결국 계획했던 관광지는 절반도 가보지 못한 채 돌아왔다. 명소를 둘러보기보다 소셜미디어 트렌드를 중심으로 관광을 즐기는 모습에서 세대 간 높은 벽과 시대가 변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같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자 여행업계와 항공업계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USA투데이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여행이나 항공편 이용 시 연기, 결항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오래 기다려야 하는 전화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받는 것이 이슈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 업체가 소셜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고객 응답률도 높고 신속히 응대한다는 것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을 목표로 하는 한국관광공사도 최근 한류 콘텐츠로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 50여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LA지역 인플루언서를 한국관광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보통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홍보대사로 선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컬 인플루언서를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인플루언서가 자체 기획한 올가을 4차례 한국투어단 모객이 매진됐을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젊은 감각의 한국관광 콘텐츠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반해 한인 여행업계는 여전히 기존 투어상품 중심으로 모객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체별로 자체 개발한 투어라며 홍보하고 있지만, 관광 명소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방문지나 일정을 살펴보면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고객층도 시니어나 중장년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  
 
그나마 일부 업체들이 시즌별 테마 투어 상품을 내놓고 있고 한류 붐으로 한국관광에 관심을 갖게 된 한인 2세와 타인종 모객을 위한 영어 가이드 투어를 시작했다.
 
최근 한류 문화가 큰 관심을 끌고 있고 소셜미디어라는 강력한 마케팅 툴도 등장했다. 한인 여행업계도 최신 트렌드를 직시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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