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혐오·극단주의 정치 사라져야
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총기 피격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고, 11월 대통령 선거 판세도 출렁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 인근에서 유세 도중 총격 피습을 당했다. 사라져야 할 정치 테러가 또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트럼프는 총알이 귀를 스치는 가벼운 상처만 입었고,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는 20세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이번 사건의 구체적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범인이 숨져 신속한 규명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숨진 크룩스가 평소 외톨이 성향의 인물로 알려져 수사 기관에서는 일단 단독 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인 테러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암살된 현직 대통령만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등 4명에 이를 정도다. 또 로널드 레이건 등 현직 대통령의 암살 위기 모면 사례도 많다. 범인들은 일부 정신 이상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극단적 이념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인물들은 이성적 방법이 아니라 폭력적 수단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올해 11월 대통령 선거는 치열한 접전이 예견됐다. 2020년 맞붙었던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인 데다 지지율도 팽팽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자 양측은 원색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했다. ‘혐오의 정치’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였다. 선거전이 양극화, 극단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양측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번 사건이 트럼프 캠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장 공화당은 사건 직후 열린 전당대회에서 단합을 강조하며 결집했다. 내달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 역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양측의 공방전은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는 ‘선거 승리’가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극단적 지지자들로 인해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오염시키고 있다. 선동 대신 정책으로 표를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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