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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탄 상처 노린 악행 중단해야

 LA 등 남가주 지역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한 지 열흘째다. 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역대 최악을 향하고 있다.   5개 지역 산불 중 해변가 ‘팰리세이즈 산불’과 알타데나 지역을 덮친 ‘이튼 산불’로만 24명이 숨졌고 37명이 실종상태다. 임야 3만8000에이커, 건물 1만3000여 채가 잿더미가 됐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8만8000명에 달한다. 화마의 끝은 아직 기약이 없다. 진화에 8000명이 투입됐지만 불길은 통제불능이다. 설상가상으로 강풍이 또 휘몰아친다고 한다.   지금 피해자들에게 재난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다.     피해 지역에 약탈범들이 들끓고 있다. 2개 산불 지역에서만 절도 등으로 40명 이상 체포됐다. 이중 몇몇은 소방관 복장을 하고 피해 지역을 쇼핑하듯 털었다고 한다.   피해 지역을 도우려는 선의를 악용하는 기부 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단체와 유사한 이름을 써서 기부자를 속여 후원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정부는 비영리단체 평가 인증기관 BBB(bbb.org)를 통해 신뢰할 만한 단체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이들은 또 있다. 일부 건물주들이다. 산불 인근 지역의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 렌트비가 최근 폭등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정의로운 경제 전략 행동(Strategic Actions for a Just Economy)’에 따르면 산불 이후 올려진 임대 광고중 최소 400여개 이상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평균보다 최소 30%에서 많게는 75%까지 임대료를 올렸다. 이 단체에 따르면 LA한인타운 인근 한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2400달러였던 렌트비를 3개월 만인 1월9일자 광고에선 3300달러로 900달러 인상했다. 앞서 개빈 뉴섬 주지사는 산불 피해 지역의 렌트비의 인상 상한선을 10%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욕심은 법을 넘고 있다.   다행히 아파트 소유주협회에서는 협회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10% 이상 렌트비를 올릴 경우 가주 법무부에 고발하고 기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일터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막막한 미래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올바른 대처가 필요한 때다. 소방당국은 조속한 진화에 최선을 다하고, 사법당국은 불법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피해들에 대한 경제적·정신적 지원도 지체돼선 안 된다.  사설 상처 악행 지역 산불 산불 지역 피해 지역

2025-01-15

[사설] 배스 시장, 사과가 먼저다

캐런 배스(71) LA시장이 산불 대처 실책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보수 성향의 매체는 물론이고 진보 언론들도 그의 정치 미래가 불안하다고 비평을 쏟아냈다. 그에게 우호적인 LA타임스도 거리를 두고 있다. 패트릭 순시옹 회장은 2022년 시장 선거에서 배스를 지지한 것이 “실수”였다고까지 했다.   주류 언론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그의 가장 큰 실책은 산불 발생 당일인 7일 아프리카 가나 출장으로 인한 그의 부재와 소방국 예산 삭감이다.   배스 입장에선 두 사안 모두 억울할 수 있다. 그가 가나로 출국한 날은 산불 발생 사흘 전인 4일이다. 미래를 누가 알 수 있었겠나. 게다가 가나 출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축하 사절단의 일원으로 그를 임명했으니 거절하기도 어려웠을 터다.   또 그가 소방국 예산을 삭감했다는 건 100%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당초 그가 올해 예산안에서 소방국 예산을 2300만 달러 삭감하려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시의회를 거치고 소방노조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소방국 최종 예산은 오히려 전년 대비 5840만 달러가 늘었다. 그러니 예산이 감축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클릭 몇 번이면 확인할 수 있는 사실들이지만 그를 향한 여론은 냉랭하다. 그 불신의 뿌리는 배스 시장의 안일한 태도와 신뢰 상실에 있다.   재난의 빨간불이 깜빡인 것은 그가 출국하기 전부터다. 그가 떠나기 전날 국립기상청은 LA에 산불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혹시 모를 재난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했을 시장이 “설마”하고 안일한 선택을 한 셈이다.     LA타임스는 익명의 시청 직원을 인용해 “통상 악천후나 재난 상황이 예상되면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대안을 마련해놓는 것이 관례”라며 “출장을 취소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중대한 정치적 과실”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판단 오류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의 치안과 소방 등 공공안전 실무를 담당했던 브라이언 윌리엄스 부시장은 산불 발생 3주 전부터 정직 상태였다. 지난달 연방수사국(FBI)은 윌리엄스가 시청 폭발 협박을 한 혐의로 그의 자택을 수색하는 등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배스 시장이 가장 뼈아파 해야할 점은 진정성의 결여다. 그는 2021년 시장 선거 출마 당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당선되면 해외 출장을 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만약 출장을 간다면 LA 시정과 관련해 DC나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 뉴욕 정도만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산불 발생 당시 그의 부재를 사과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그에게 원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아니라 함께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리더로서의 책임 통감이다. 그는 사과 대신 “재건에 힘쓰겠다”고 했다. 재건은 진정성 있는 사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사설 배스 시장 배스 시장 시장 선거 소방국 예산

2025-01-15

[사설] 한미우호상 주인을 찾자

창립 62주년을 맞는 한미 교류 민간단체인 한미협회가 설립자인 고 이원순(1890~1993) 전 회장의 미국내 자손들을 찾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10월 한미우호상 수상자로 이 전 회장 부부를 선정했지만 한국에서 가족과 친인척을 찾지못해 본지에 부탁해 왔다.   이 전 회장은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의 뿌리인 동시에 대한민국 체육계의 은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10년 전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대한인국민회가 후원하고 민병용 한인역사박물관장이 집필한 ‘미주독립유공자 전집’은 그를 한인 최초의 부동산 백만장자이자 ‘독립과 민족’이라는 시대정신을 실천한 거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1890년 서울 출생인 그는 24세 되던 1914년 보성전문학교(고려대학교 전신) 법과 졸업 직후 하와이로 망명해 30년간 독립운동에 힘썼다. 초기에는 파인애플 통조림 공장 등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었지만 자동차 행상, 가구점 등 탁월한 사업 수완으로 돈을 모았다. 특히 하와이대학에서 부동산 중개 면허를 취득한 뒤 토지 매매로 부를 축적했다. 그에게 돈은 조국 독립을 위한 수단이었다. 이승만 박사의 측근으로 활동하면서 1928년부터 1943년까지 대한인동지회 회장으로 외교와 독립운동자금 조달에 힘썼다.     광복 이후 그가 남긴 가장 큰 족적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첫 올림픽 참가를 이뤄낸 역사다. 그는 1947년 스톡홀롬에서 열린 IOC 총회에 참석차 뉴욕에서 출국하기 위해 ‘사제 여권’을 만들었다. 미국 시민권자도 아닌데다 피신탁통치국 국민이었기 때문에 촉박한 시간내 여권을 받기 어려웠다. 그는 공문지에 나이, 본적, 주소 등 신상정보와 당시 미국 후생성에서 일한 부인 이매리의 경력까지 쓰고 조선의 올림픽 참가 필요성을 적었다. 비공식 여권이었지만 영국, 스웨덴, 덴마크 총영사관은 한국이 처한 상황을 감안해 비자를 내줬다고 한다. 그 여권은 현재 한국체육박물관에 문화재로 전시되고 있다.   그의 후손을 찾는 일은 우리 한인들의 몫이다. 그가 1993년 102세로 별세한 지 32년이 흘렀지만 각 지역 총영사관, 한인회가 함께 찾고자 노력한다면 어렵지 않다. 한미협회에 따르면 전 회장의 세 딸은 미주 한인들과 결혼해 줄곧 미국에 거주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회장은 고 이희호 여사의 외삼촌이다. 그러니 이 전 회장의 세 딸은 이 여사와 외사촌 지간이다. 80대 중후반인 세 딸 중 두 딸은 쌍둥이다.   대통령 부부의 인척이고 쌍둥이인 80대 중후반의 한인과 그 후손은 어디서든 도드라지게 마련이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는다. 이 전 회장의 한미우호상 선정은 단순한 상패 이상이다. 그의 후손들에게는 애국 유산이자 한인들에게는 지켜야 할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다.사설 한미우호상 한미우호상 수상자 대한인동지회 회장 민병용 한인역사박물관장

2025-01-08

[사설] 산불에 한인 안전 우려된다

LA 등 남가주 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산불이 강풍으로 타고 확산하고 있다. 산불 발생 이틀째지만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소방당국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지난 7일 LA 서쪽 해변가 부촌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은 8일 오후 현재 LA다운타운을 중심으로 북동쪽, 북서쪽 6개 지역에서 번지고 있다. 15만 명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해당 지역에는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인명, 재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LA북동쪽의 ‘이튼 산불’ 지역에서만 5명이 숨졌다. 건물 1100채, 임야 2만7000에이커가 소실됐다. 뿐만 아니라 LA·샌버나디노·벤투라·오렌지 등 4개 카운티 150만 가구에 전력이 끊겼다.   이번에도 산불을 키운 건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라는 최악의 조합이다.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LA의 강우량은 0.2인치에 불과했다. 평균 강우량 4.5인치의 4.5%에 불과한 수치다. 바싹 마른 날씨에 튄 불꽃은 최대 시속 100마일에 달하는 샌타애나 강풍을 타고 통제 불능 상태다. 진화율은 6개 지역 모두 0%에 머물러있다.   우려되는 점은 한인들의 안전이다. 특히 이튼 산불 피해지역인 아케디아, 패서디나, 글렌데일, 라카냐다, 라크레센타 등은 한인 다수 거주지역이다. 또 허스트 산불 역시 한인 다수 거주지인 밸리, 포터랜치를 위협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한인들의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만약 거주지에 대피령이 내려졌다면 주저말고 피신부터 해야한다. 또 산불 인근 지역 주민들은 대피소와 대피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고 중요 서류나 귀중품도 따로 챙겨둬야 한다.   커뮤니티 차원에서는 피해 주민들을 돕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8일 LA한인회(회장 로버트 안)는 대피소에 있는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해 담요와 마스크 등 구호품을 모집하는 등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자연재해의 피해를 막을 순 없지만 슬픔은 나눌 수 있다.사설 산불 한인 한인 안전 이튼 산불 허스트 산불

2025-01-08

[사설] ‘한인회 2.0’에 거는 기대

2025년 새해가 밝았다.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을 맞아 LA한인회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일부터 2년 임기를 시작한 로버트 안 37대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인회 버전 2.0’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전임 제임스 안 회장에 이어 두 번째 한인 2세 회장이인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내놓은 계획안에 고민한 흔적들이 보여 반갑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의 2세들을 이사로 영입해 탄탄한 조직 체계를 갖추고 민원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했다. 또 치안 강화와 정부 지원 서비스 접근성을 늘리기 위해 각 정부 당국과 더 긴밀히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버전 2.0에서 가장 주목되는 목표는 한인회가 정치력 신장을 주도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한인들의 표가 당락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인식을 주류사회에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의 임기 2년째인 2026년 연방하원, LA시장 및 시의원 선거가 그에겐 응집된 한인 표심을 보여줄 기회다.   한인회 업그레이드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외연 확장이다. LA한인회의 지경을 넓혀야 한다.     먼저 LA라는 ‘지역’의 확장이다. 각 지역 한인회들을 선도하는 큰 형 역할을 맡아야 한다. 가까이는 오렌지카운티 한인회부터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등 타주의 한인회들과도 정기적으로 소통해 전국 한인들의 현안을 정부에 전달할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또, ‘한인’이라는 경계도 넘어 범아시안계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한인회로 진화해야 한다. 인종차별이나 이민자 인권 문제에 힘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이 장차 한인회가 나가야 할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인사회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 인사들의 이사 영입도 고려해볼 만 하다.   로버트 안 회장에겐는 조력자들이 많다. 한인 최초의 상원의원이 된 앤디 김 의원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1.5세인 스티브 강 LA시 공공사업위 커미셔너가 이사장을 맡는다.   본인의 차별화된 능력도 십분 활용해야 한다. 변호사인 그는 여러 대형 로펌을 거쳐 법조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또 LA시 도시계획위, 마리화나위원회 커미셔너를 역임해 시정부 실무진들을 잘 안다. 빼놓을 수 없는 조력자가 2014~2016년 32대 한인회장을 역임한 그의 부친 제임스 안 회장이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으로 각종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의 부친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굵직한 10여개 행사를 무리 없이 치렀다. 10년전 부족했던 점을 경청한다면 80주년 행사의 성공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새해, LA한인회가 버전 2.0 업그레이드로 넓고 단단해지길 기대한다.사설 한인회 기대 la한인회의 지경 한인회 업그레이드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2025-01-01

[사설] 체감 어려운 LA 홈리스 감소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지난달 27일 홈리스 인구 보고서를 냈다. 전국 노숙자 숫자는 77만 명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LA시는 같은 기간 5% 감소했다. 지난해 5만2307명에서 4만9509명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LA의 노숙자 수가 감소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임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성과를 보인 것이라고 HUD는 분석했다.   통계상의 감소는 긍정적지만 일상에서 체감하긴 어렵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LA한인타운 동쪽의 맥아더 공원만 봐도 그 효과는 확인하기 어렵다. 35에이커 크기의 이 공원을 단 하루만 관찰해도 LA시 노숙자 실태의 심각성은 알수 있다. 대낮에 공원 여기저기서 노숙자들은 2~3명이 모여 자기 팔뚝에 주삿바늘을 꽂거나 파이프로 마약을 흡입한다. 다른 한쪽에선 마약 복용 후유증으로 몸이 경직돼 굽은 채 주저앉거나 쓰러져있는 일명 ‘폴딩(folding)’ 노숙자들이 널려있다.   이 공원을 관할지구로 둔 11 소방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부작용 출동건수가 화재건의 16배였다고 한다.   시는 지난해 홈리스 관련 예산으로 7억87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물론 지원 인프라나 관련 시설 확충, 인력 투입 등 상당한 비용과 자원이 필요하지만 거액을 들인 성적표가 1년 새 홈리스 2798명 감소라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복잡한 사회 현상이 얽힌 노숙자 문제를 한번에 해소할 방법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야 할 공원이 노숙자 집성촌으로 전락하는 것만큼은 최소한 막아야 하지 않나.사설 홈리스 체감 홈리스 인구 지난해 홈리스 la 홈리스

2025-01-01

[사설] 동창회, 부활할 수 있다

이맘때면 신문 지면의 상당 부분을 단체 사진들이 차지한다.   특히 동문회가 많다. 수명에서 수백명이 담긴 사진들은 한인사회 연말 분위기를 대변한다.     송년을 상징하는 그 사진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진속 인물들의 수도 예전같지 않다. 어느 동문회나 고민은 마찬가지다. 물론 팬데믹의 여파도 있겠지만 동문회의 존속까지 걱정하는 곳도 있다.   젊은 후배들이 모임에 나오길 꺼려하는 것도 큰 이유중 하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입장에선 편한 자리가 아니다. 행사 준비부터 진행, 뒷정리까지 힘들고 귀찮은 일들은 후배들 몫이다. 무엇보다 송년회인데도 술 한잔 맘 놓고 마실 수 없다. 모임이 끝나면 하늘 같은 선배들을 댁까지 모셔드려야 해서다.   최근 한 동문회가 운전대를 놓은 시니어 선배들과 젊은 후배들의 픽업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 LA한인타운내 택시 회사에 연락해 동원 가능한 벤차량 10여대를 확보했다. 그리고 시니어 동문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6개로 묶어 무료로 픽업했다고 한다. 픽업 장소는 마켓, 빵집, 식당앞 등등 동문들이 모이기도 쉽고 택시회사가 찾기 쉬운 곳으로 정했다.     물론 택시비는 동문회에서 부담했다. 덕분에 참석한 동문 숫자가 전년보다 70명 늘었다고 했다. 시니어 선배들은 오가는 길이 편해서 좋고, 젊은 후배들은 먼길 오갈 부담을 덜었으니 모임 분위기는 훈훈했다.   한인 이민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1980년대 한국은 미국 3대 이민국이었다. 1985년 연 3만5000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35년만인 2020년엔 1만1000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민은 줄어들지언정 결속만큼은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내년 연말에는 모임 활성화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사설 동창회 부활 시니어 선배들 시니어 동문들 한인사회 연말

2024-12-25

[사설] 검찰 소수계 자문위 복원하라

네이선 호크먼(61) 신임 LA카운티 검사장이 지난 12일 검사장실 산하 자문위원들을 전원 해촉해 논란이다.   LA카운티 검사장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문위는 아태계(AAPI), 흑인계, 라틴계, 성소수자, 여성, 종교 등 6개로 구성돼 총 58명이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다. 각 집단의 대변자로 검찰 간 소통 창구 역할을 맡아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검사장실측은 ‘조직 재정비’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촉을 통보했다고 한다. 자문위원들의 반발은 당연했다. 여러모로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어서다.   전원을 해촉한 것부터 이해하기 어렵다. 조직의 힘은 축적된 경험이다. 조직의 재정비를 원했다면 기존 업무가 무리 없이 인수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인선을 했어야 했다.   일방적인 통보도 문제다. 임명보다 어려운 것이 해촉이다. 물론 현 자문위원 중 새 검사장실이 지향하는 운영 목표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수고해준 자문위원들에게 충분히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했어야 했다. 해촉은 자문위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58명의 자문위원들이 해촉에 담긴 메시지를 오해한다면 그들이 대변하는 소수계 집단에 신임 검사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달될 수 있다.     특히 한인사회 입장에서는 더 당황스럽다. 자문위원 58명 중 에스더 임·카니 정 조씨 2명이 소속된 아태계 자문위는 조지 개스콘 전임 검사장이 지난 2022년 5월 처음 창설했다. 팬데믹 시기 인종혐오 범죄가 76% 급증하자 적극 대처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인들 입장에서는 AAPI 자문위를 충원해도 부족할 판에 전원 해촉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사장실에서는 아직 각 자문위의 유지 여부나 재정비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만약 AAPI 자문위를 폐지한다거나 축소한다면 일방적 해촉 통보와는 차원이 다른 중대한 실수다. 재정비를 한다 해도 더 나은 계획을 내놓지 않는다면 돌아선 이들의 마음을 다시 얻기 어렵다.   호크먼 신임 검사장은 지난 11월 선거를 앞두고 본지 인터뷰에서 “한인 커뮤니티는 LA에서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 중 하나”라고 했다. 또 그는 앞서 2022년 가주 검찰총장 선거 출마시에도 본지를 찾아 “1992년 4.29 폭동 당시 난 한인들을 대변했다. 그래서 한인 친구가 많다”면서 “날 후원하고 뽑아달라. 여러분의 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선되면 유권자와의 약속을 쉽게 잊는 정치인들을 한인사회는 그간 수없이 봐왔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로 뽑고, 다르지 않아 실망하는 악순환이 정치의 속성이기도 하다. 그렇다해도 “또 속은 건가”라는 자괴감이 들기엔 너무 이르지 않은가. 취임한 지 고작 3주밖에 되지 않았다. 자문위는 하루 빨리 복원되어야 한다.사설 소수계 자문위 아태계 자문위 la카운티 검사장실 검찰 소수계

202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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