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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엔저’로 쇼핑·관광 천국된 일본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최근 수퍼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14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15일 현재 1달러에 158.10엔을 기록, 반년 만에 20엔 가까이 치솟았다.  이 같은 엔저 현상의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에 따른 투자 수익률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월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엔화 환율이 17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퍼 엔저로 산업 분야별로 다양한 득실이 발생하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여행, 쇼핑이 아닐까 싶다. 100달러를 환전할 경우 1만6172엔이 되니 여행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쇼핑도 저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일본 하면 ‘물가가 비싸다’라는 인식 때문에 여행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는데 엔저에 강달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지난 4월부터 남가주 한인 사회에서도 일본 여행 붐이 일기 시작했다. LA지역 한인 여행사들에 따르면 일본 여행 문의 및 예약이 예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으며,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로 한국 방문길에 일본 여행에 나서려는 한인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부터 K팝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 성화도 있었던 데다가 이번 수퍼 엔저 특수도 누려보고자 최근 한국과 일본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도쿄를 방문하는 것은 대학 시절 이후 30여년 만이었기에 아이들 못지않게 기대가 됐다.  
 


엔저 효과를 바로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호텔비였다. 일본항공이 설립한 닛코호텔에서 첫날을 보냈는데 숙박비가 하루 48달러에 불과했다. 일식과 양식 메뉴에 각종 비타민 코너까지 갖춘 호텔 내 뷔페식당도 1인당 2200엔으로 환산하면 14달러도 안 됐다. 이 정도 수준의 호텔과 뷔페 서비스를 이렇게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니 LA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도쿄도청 인근 신주쿠 지역을 둘러보는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고층 빌딩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길거리에 늘어선 자판기들은 여전했는데 가격을 보니 음료수 종류에 따라 130엔에서 160엔 사이었다. 30년 전 기본 가격이 100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오른 것 같진 않았다.  
 
즐겨 먹던 회전스시 전문점을 찾아 가보니 가장 저렴한 접시가 개당 110엔부터 시작됐다. 30년 전 기본 접시 가격인 100엔에서 10엔 오른 데 그쳤다는 점이 놀라웠다.  
 
LA에서 가족 5명이 회전스시를 먹을 경우 약 200달러 가까이 나오곤 했는데 신선도나 품질에서 앞서는 스시를 본고장에서 배불리 먹었음에도 78달러라니…. 엔저에 봉사료가 없는 것도 지갑 부담을 크게 줄여 줬다.
 
이 밖에도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우동, 소바, 규동, 가츠동, 카레 등의 음식 가격도 1000엔 전후였다. 일본 회사원들이 점심 식사비로 평균 1000엔 이하를 지출한다는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1000엔이면 6달러다. LA 한인타운에서 점심을 먹을 경우 20%에 달하는 봉사료까지 더하면 20달러 전후가 나오니 일본에서는 3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셈이다.  
 
팬데믹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고 일본 역시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하는데 미국서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서민들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왜 이리 크게 체감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대형 할인매장 돈키호테에서도 엔저 특수에다가 면세 혜택까지 누리려는 한국, 중국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최근 일본 여행 트렌드를 나타내는 틱톡 영상이 화제인데 내용을 보면 ‘먹고 쇼핑하고, 먹고 쇼핑하고’하느라 정작 봐야 할 관광 명소는 보지 못한 채 쇼핑 물건들로 가득 찬 가방만 남는다는 내용이었다.
 
네티즌들 사이에 ‘미국서 벌어 일본서 쓰는 것이 가성비 최고’라고들 하는데 실제로 일본서 지갑을 이렇게 홀가분하게 열어볼 수 있는 날이 또다시 올까 싶다. 무더운 여름 성수기 시즌을 피해 올가을이나 겨울, 한국에 갈 일이 있다면 일본 여행에 나서보길 권하고 싶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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