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사설] 우리가 양용이다

필요한 건 완전한 진실 규명
피해자에 원인 책임 넘기고
경관 1명 꼬리자르기 그치면
한인사회 격렬한 분노 초래

양용 씨 총격 피살 사건 2주일이 지나도록 진실 규명에 진전이 안 보인다. 총격을 가한 LAPD 경관 한 명의 신원이 공개됐을 뿐이다. 반면 경찰이 절차와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정황은 속속 드러났다. 양 씨는 정신과 진료를 위한 병원 이송 준비 과정에서 경찰에게 4발의 총격을 당해 숨졌다.
 
그가 흉기를 든 탓에 어쩔 수 없이 총을 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무장경관 9명이 환자 1명을 못 다뤄 다짜고짜 발포했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먼저 설득하거나, 일단 후퇴해도 됐을 텐데, 왜 무장 테러범 잡듯 총부터 쐈나. 또 총격 직후 왜 즉시 의료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나. 사건 현장은 보존하지 않고 왜 증거 인멸하듯 치워놨나. 설명이 필요하다. LAPD 전체의 신뢰가 걸린 문제다.
 
경찰의 총기 사용은 시민에게서 부여받은 권한이다. 따라서 총기 사용엔 엄격한 제한이 있다. 법 집행이라는 미명 하에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출동 경관들이 규정을 준수했는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위반이 드러나면  무관용의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LAPD가 총격 유발 책임을 양 씨에게 떠넘긴 채, 경관 한 명의 과잉 대응을 따지려는 회피적 전술기동을 한다면, 격렬한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 이게 납세자들을 위한 공권력인가. 납세자들을 짓누르는 공폭력이라는 비판이 나올 지경이다.
 


현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경관들의 보디캠 영상이다. 경찰은 이것부터 편집 없이 전체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 경관들의 통신 내용 등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될 내용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본지도 지난 10일 LA시와 LAPD에 공공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조사 과정은 수시로 공개돼야 한다. 지연되거나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미룬다면 의혹만 커질 뿐이다. 질질 끌면 경찰에 대한 한인 사회의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진실 규명은 누가, 왜, 몇 발을 쐈느냐 등과 같은 현장검증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개인의 잘못과 책임을 가려내는 데 머물러서도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진실은 경찰의 일상적 폭력성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와 제도까지 포함한다. 이를 하나하나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관료조직과 강력한 노조의 존재 등이 LAPD의 자정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3의 힘을 빌리더라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캐런 배스 LA시장은 뒤늦게나마 “투명하고 완전한 조사” 방침을 밝혔다. 한인 사회는 이번 사건의 조사 과정을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한국인이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는 게 아니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피살 사건 이후 수많은 한인이 경찰의 폭력에 대한 항의에 동참했다. 그러면서도 경찰력 축소나 디펀드 폴리스(Defund Police)와는 거리를 뒀다. 우리는 정의로운 경찰을 원했고, 지금 역시 그렇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개인의 비극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러다간 같은 피해가 반복될 뿐이다. 이젠 바꿔야 한다. 지금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데가 없었던 과거와 다르다. 한인이 힘을 합치면 바꿔야 할 것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그런데도 평소 한인의 지지를 요청하던 한인 정치인 대다수가 입을 닫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인 사회의 바위와 같은 의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 함께 외쳐야 한다. 내가 양용이다, 우리가 양용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