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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극지 연구자의 경고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50대 후반을 넘긴 세대라면 어릴 적 집에 재봉틀 하나쯤은 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재봉틀은 미국 브랜드인 싱거(SINGER)였다. 이 재봉틀은 6·25전쟁 후 생계유지를 위한  중요한 자산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재봉틀은 도무지 고장이 나질 않아 제조사가 망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극지 연구를 해 온 필자는 미세플라스틱이 극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미세플라스틱 문제와 관계가 깊다. 중국의 온라인 소매 업체들이 저가 상품을 무기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초저가 제품들로 기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업체 판매 제품에  철저한 품질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문제는 첫째, 이들 업체가 판매하는 플라스틱 제품이 환경 기준에 적합한가 여부다. 제대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제품에 중금속이나 유해 화학물질의 함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물질들은 호르몬 장애, 신경계 손상, 암 등 질병 유발 위험성이 높다. 플라스틱 제품은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소각하거나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해물질이 함유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 소각해야 한다.  
 
폐플라스틱은 소각로의 온도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환경기준 규정에 따르면 폐플라스틱은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소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는 큰 비용과 시간이 든다. 따라서 일부 소각장에서는 1000도 이하로 소각하는데 이 경우 다이옥신 (dioxine)이라는 독성 화학물질이 생성된다. 다이옥신은 자연 분해되지 않고, 영원히 지구(토양, 해저)에 남는 치명적인 화학부산물이자 환경호르몬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살포된 고엽제에 포함돼  많은 후유증을 남긴 화학물질로도 악명이 높다.    
 


두 번째는 싼 만큼 고장이 잦고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고장이 많은 제품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 원료다. 제조 및 생산보다 처리에 더 많은 경비와 시간이 요구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자연은 회복력을 갖고 있지만, 화학물질에는 취약하다. 자연은 이러한 화학물질을 분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축적했다 언젠가는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들도 철저한 성분 조사가 필요하다.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수입을 허용하고 수시로 무작위 조사도 해야 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각 국가는 중국에서 생산된 쓰레기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최근 중국의 온라인 소매 업체들의 공세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조품의 대부분도 중국산이기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설령 제품 기준에 맞춘다고 해도 플라스틱 제품들은 내구성이 약한 편이라 결국 소각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병물조차 마음 놓고 마실 수 없는 시기가 됐다. 어떻게 하면 미세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  
 
요즘도 싱거 재봉틀과 같은 제품은 얼마든지 있다.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에서도 가격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일회성 제품의 구매는 삼가는 것이 좋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폐플라스틱은 극지까지 도달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건강에도 피해를 끼치고 있다. 자연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잘 보살피며 영원히 동행해야 할 존재다. 자연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에게 일방적으로 한없는 이로움을 준다. 마치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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