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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착한 치매’와 낱말 퀴즈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친구 부부를 오랜만에 만났다. 식당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친구 부인은 우리를 빤히 쳐다만 볼뿐 표정이 없다. 친구는 아내가 ‘착한 치매’를 앓고 있으니 양해하라고 했다. 점심을 마치고 친구가 화장실에 간다며 일어서니 부인도 따라나섰다. 친구는 아내가 남자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려 하니 내 아내에게 함께 여자 화장실에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다. 말로만 듣던 치매 증상을 직접 목격하니 충격이 컸다. 앞으로 우리 집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오래전 ‘나쁜 치매’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남편이 매일 요양원을 방문해 아내를 만나지만 아내는 남편을 못 알아본다. 물론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해 혼자 요양원 밖으로의 외출은 불가능했다.  갓난아기보다 더 많은 돌 봄의 손길이 필요했다.  
 
나도 요즘 현저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집 근처 노상 지나다니는 길 이름도, 인근 도시 이름도 생각이 나질 않아 구글 지도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러다가 아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까 봐 ‘여보’라는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노화하는 뇌세포를 운동시켜 기억력을 증진하는 방법을 찾다가 신문에 게재되는 ‘낱말퀴즈’를 풀기 시작했다. 빈칸을 채우면서 마음에 찔리는 게 있었다. 오래전 맥도날드의 구석 자리에서 시니어 한 분이 신문을 펼치고 ‘크로스워드’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그분이 ‘킬링타임’을 한다며 한심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같은 것을 하고 있다. 그분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낱말퀴즈는 수수께끼처럼 물어봐서 재미가 있다. 가령 ‘몹시 변덕스럽고 꾀가 많은 여자는?’ 하고 묻는다. 잘 몰라 답을 보니 ‘불여우’라고 해서 한참 웃었다. 아내에게도 낱말퀴즈를 물어보면서 잘 모르면 첫 자를 알려주거나 몇 자라고 힌트를 준다. 요즘 아내는 유튜브에 나오는 사자성어 낱말 퀴즈를 즐겨한다.  
 
작년 여름 여행 때 비행기 옆 좌석에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앉았었다. 그녀는 한 시간 내내 스도쿠(Sudoku:숫자퀴즈) 책자를 보면서 열심히 1-9까지의 숫자를 써넣고 있었다. 마치 간첩들이 쓴다는 난수표 같은 암호풀이 같았다. 그 모습이 신기해 회계 분야에서 일하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디자인 일을 한다고 했다. 내가 스도쿠를 신기해하니 한장 찢어 주며 해보라고 했다. 10여 분을 이리저리 시도하다 결국 못 하겠다고 하니 그녀가 웃었다. 그러면서 본인은 10대 시설부터 식구들과 함께 스도쿠를 했다고 말했다.  
 
고령사회인 일본은 고령자 5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그 숫자가 67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치매가 ‘어리석고 아둔하다’는 뜻이라고 해서 일본에선 이 말 대신 ‘인지증’이라고 표현한다. 한국도 치매 대신 다른 용어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자연히 치매 환자도 늘고 있다. 육체 운동처럼 뇌세포 운동도 필요하다. 재미있게 치매 예방을 할 수 있는 낱말퀴즈를 권하고 싶다.

윤덕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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