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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진료 현장 떠나는 것은 의료인의 본분 망각”

한국의 의료 대란을 보며

송장길 언론인·수필가

송장길 언론인·수필가

현대 사회과학계의 태두 막스 베버는 명저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1. 대의(大義)에 헌신하는 열정 2. 책임의식 3. 자신을 통제하며 갖는 균형감각 등을 정치 지도자의 요건으로 강조했다. 개인의 영달이나 이기주의가 발붙일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의사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종이니 정치인 못지않게 높은 수준의 직업의식이 강하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제네바 선서까지 맹약하고 의사의 길을 걷는 전문인이니 소명감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의 의료계가 요즈음 자신들의 이해에 매몰돼 환자들을 등지고 집단 이기주의 행태를 보인다. 이런 중차대한 사태에 환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도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의사들은 사회의 상위 계층에 속한다. 그런데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자기들의 성역인 병원을 뛰쳐나가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이런 행태는 환자의 생명을 ‘나 몰라라’ 하는 속 좁은 오만이며, 의술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의료 수요 증가에 대처하려는 정책을 ILO(국제노동기구)에 제소까지 함으로써 스스로 전문인에서 노동자로 계층 변환을 자처하는가 하면, 국제적으로 신망이 높던 한국 의료를 문제의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현실적으로 의사들도 격무에 시달리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또한 의사 전체가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또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이유 불문하고 의사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는 과격한 행보는 의사의 본분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가족이 환자라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이런 행동은 결코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으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일부 강경한 분위기에 휘둘려 사태가 더 악화하거나 장기화한다면 환자들의 고통은 물론, 사회 시스템에 상처를 주는 동시에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 국민의 일부인 의사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무조건 철회하라는 요구는 행정 행위의 속성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다.  
 
의료 수요 증가에 맞춰 의대 신입생 숫자를 늘리려는 정부의 주요 정책이 의료계의 반발로 후퇴한다면 다른 이해 집단들도 나서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 전체가 카오스 상태에 접어들 우려도 있다. 사회의 가치 체계가 혼미한 이런 상황을 부끄러워하면서 수수방관 대신, 사태의 조기 수습과 한국 의료의 선진화를 위한 전향적인 비전 마련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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