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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알래스카의 비버 증가, 왜 문제일까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김용원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알래스카의 비버(beaver)는 원주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물이다. 비버 고기와 가죽은 원주민 생활에 유용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툼하고 큰 꼬리에는 지방이 많아 겨울철 원주민의 영양 공급원 역할을 했다고 한다. 또 비버 가죽은 유용한 모자와 신발 재료로 사용된다. 비버 가죽과 털로 만든 모자는 보온성이 좋고 내구성도 뛰어나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알래스카의 비버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지형 변화는 물론 다른 동물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북극 비버 관찰 네트위크 (Arctic Beaver Observation Network)’가 최근 알래스카 대학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네트위크는 과학자는 물론 토지관리자 및 부족 대표, 비버 사냥꾼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립과학재단의 지원으로 2026년까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측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비버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버는 주로 하천에 많은 나뭇가지로 댐을 만들어 서식하지만 스스로 환경을 바꾸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주변에 하천이 없어도 작고 강한 앞발로 습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연못이나 습지 면적을 확장하기 위해 수로까지 판다고 한다. 네트워크에 따르면 항공사진 조사 및 인공위성 관측 결과에서도 비버의 서식지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라시아 비버는 수 세기에 걸쳐 모피용으로 과잉 포획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그러나 사냥 조건을 강화한 이후 개체 수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서식지도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버와 물새가 서식하는 북극 호수 주변의 많은 관목이 물에 잠겨 죽었다. 이는 홍수 때문이 아니라 온난화로 동토가 녹으면서 융해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환경 교란 (disturbance)이라고 한다. 비버의 서식지 근처에는 다른 동물의 개체 수도 함께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버를 먹이로 하는 오소리 (wolverine)와 늑대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이다. 늑대는 순록보다 움직임이 느린 비버를 더 쉽게 사냥할 수 있다고 한다. 비버가 특정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순록 개체 수 감소 시 늑대의 새로운 먹이가 되는 것이다.  
 
비버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거나 이전 서식지가 호수화되면 온난화의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기 쉽다. 동토 융해는 그 속의 많은 유기물의 분해도 초래해 메탄의 발생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버 서식지의 증가로 하천이 고립된 호수처럼 변하면 수중 산소가 점차 고갈되어 무산소 상태로 변한다. 이런 무산소 환경에서는 메탄 생성 미생물이 증가하면서 메탄 발생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호수 온도의 증가로 동토 융해 현상까지 더해지면 메탄 발생은 이중으로 증가하게 된다.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  동토중에 함유됐던 수은의 발생량도 늘어난다. 이는 수중 어류뿐만 아니라 비버와 인간에게도 피해를 미칠 수 있다.
 
비버 서식지 확대 및 개체 수 증가는 환경을 교란하고, 최종적으로 메탄 발생을 증가시켜 북극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북극 비버의 서식지 확장은 산불만큼 큰 교란을 의미하며, 인간을 제외하면 북극을 이처럼 빠르게 변화시킨 동물은 없을 것이다.  
 
캐나다 원주민 장로의 말에 의하면, 하천에서 10개의 비버 서식지와 댐을 발견하고 이를 신속하게 제거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3일 후 그 지역에 다시 갔더니 어느새 비버의 댐이 또 만들어져 있더라는 것이다. 비버는 나무를 자르는 능력이 뛰어난 설치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그의 말은 비버의 급속한 서식지 확장 문제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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