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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독립문 앞 3·1절 행사 합당한가

김택규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김택규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LA 한인회 및 한인 단체들이 3·1절 105주년 기념행사를 미주 한인 독립운동 요람지로 꼽히는, 중가주 리들리시(Reedley)에 세워진 독립문 앞에서 개최했다. 독립문 양옆에는 안창호, 이승만 등 10인의 애국지사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이 독립문은 서울 서대문에 있는 원형을 4분의 1 정도 크기로 줄여(높이 14피트) 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독립문은 언제, 누가, 무슨 목적으로 세운 것인가. 독립문은 미국에 있던 서재필 박사가 1896년 귀국해 ‘독립협회’를 세우고, 그 협회의 발의로 1897년 11월 20일 완공했다. 서재필 박사가 스케치한 설계도를 기초로 당시 서울주재 독일공사관원이 프랑스의 개선문을 참고해 만들었다.  
 
독립문을 세운 목적과 배경은 무엇일까? 독립문은 조선이 중국(청나라)으로부터 독립한 자주 독립국임을 만천하에 선포한다는 의미로 세워졌다. 사실 조선은 그때 중국의 속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왕도 중국 황제로부터 책봉을 받아야 오를 수 있었다. 독립문이 세워진 곳은 영은문(황제의 은혜를 받는 문)이 있던 곳이다. 중국 황제가 보내는 사신을 영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영은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사신이 체류하는 ‘모화관(중국을 사모한다는 뜻)’이 세워졌다.  
 
그러나 1896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한 후, 강화도 조약에서 일본은 조선을 독립국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때까지 조선은 독립 국가 개념도 없었고, 스스로 중국의 ‘속국’을 자처했었다. 강화도 조약 제1조에는 ‘조선은 자주국으로 일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서재필과 독립협회가 주동이 되어 영은문을 허물고 그 자리에 독립문을 세우게 된 것이다. 서재필은 당시 발행하던 독립신문에 ‘조선은 이제 중국의 속박에서 벗어나 독립국이 되었다’는 것을 천명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독립문을 일제 강점기에 독립 혹은 독립운동의 목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한 여론조사 기관이 중고생을 대상으로 독립문이 세워진 배경을 물었더니 약 70%가 일제 강점기 독립을 염원하며 세운 것이라고 답을 했을 정도다. 독립문은 일제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건축물이다. 독립문이 세워진 시기는 일제의 강점 훨씬 전의 일이기 때문이다.  
 
1924년 7월15일 발행된 동아일보를 보면 독립문에 관해 설명한 기사가 있다. 내용을 보면 ‘…진정한 외세로부터의 독립이 아니고,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상징물이오. 나라 팔아먹은 우두머리 이완용이 독립문 편액 글씨를 썼소. 독립문은 청국은 가고 일본은 오라는 개선문인 셈이요.“ (이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주장도 있으나, 이완용은 당대의 명필로 독립협회 회장도 했다. 독립문 현판의 글씨체도 이완용의 것이 맞는다는 주장이 더 강하다.)
 
만일 독립문이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의 의미로 세워졌다면 일제는 태극기가 새겨져 있는 독립문을 철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 강점 36년 동안 독립문을 철거하지 않고 오히려 낡은 부분은 보수를 하는 등 유지를 했다.  
 
그렇다면, 미주 한인들이 비록 축소 모형이긴 하지만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는 독립문 앞에서 3·1절 기념 행사를 갖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아닐까? 다만 이미 세워진 건축물인 까닭에 그곳에 3·1절 관련 기념 조형물을 추가로 세우고, 그 앞에서 3·1절이나 광복절 기념행사를 갖는 것이 합당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는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김택규 / 트루쓰역사연구회 대표·전 서울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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