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자율주행차 상용화, 신뢰가 먼저다
'자율주행차 시승'이라는 경이로움을 선사한 주인공은 바로 닛산의 전기차 리프 NSC-2015 프로토타이프였다. 지난 2013년 8월 어바인에서 개최됐던 닛산 360 쇼케이스에서 한인 언론 최초로 시승에 나섰던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닛산은 2012년 10월 일본 치바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ATEC 2012’에서 스마트폰으로 연동되는 리프 프로토타이프의 자율 저속 주행 및 주차 성능을 공개해 운전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을 받았다. 이듬해 10월에는 일본 도쿄 남서부 가나가와 현 사가미 고속도로에서 최초의 공도 주행에 나섰다. 닛산 부회장과 현 지사가 탑승한 닛산 리프가 자율주행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면서 닛산은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시판을 목표로 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10여년이 지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 무인 로보택시 중 하나인 구글의 웨이모를 시승하게 됐다. 닛산 리프 시승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말 그대로 무인차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운전석에 닛산 담당자가 동승해 자율주행차 주행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담당자가 운전석에는 앉았지만 출발부터 도착까지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는 등 주행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재규어의 전기 SUV I-페이스에 부착된 라이다 센서, 카메라, 레이더로 지형과 도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웨이모 로보택시는 복잡한 시내 도로에서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렸다.
주행 안정감은 확실히 닛산 리프보다 개선됐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10년 전과 같은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다. 리프와 마찬가지로 웨이모도 사전 제작된 정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해진 지역 이내에서만 운행이 가능했다.
당시 리프에 탑승했던 닛산 연구센터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응답성 단축 등 기계적인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교한 디지털 지도와 주행 데이터 등의 콘텐트 확보 및 자율주행차의 교통 법규 마련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수차례 시승회에서 만났던 업계관계자들도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같이 자율주행 기능은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으나 역시 관련법 및 보험 규정 마련을 풀어야 할 과제로 손꼽았다.
최근 로보택시와 관련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GM의 로보택시 크루즈가 2건의 보행자 사고를 내자 가주차량관리국이 운행 허가를 중지했다. 크루즈 운행 중단으로 샌프란시스코 유일의 로보택시가 된 웨이모도 이달 초 자전거와 충돌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진입한 웨이모가 잠시 정지하자 지켜보던 군중이 차를 둘러싸고 스프레이 낙서와 함께 유리창을 깨고 폭죽을 차 안으로 던져 결국 전소하는 소동이 있었다. 언론들은 잇단 사고로 인한 안전성 결여와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반발심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전성 입증과 관련 법규 마련도 필요하지만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성됐다 할지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한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낙희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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