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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반도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박철웅 일사회 회장

박철웅 일사회 회장

지난 15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 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 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신화통신은 “미국을 주적으로 부르던 북한이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규정했다”며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는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데, 북한이 미국이 아닌 한국을 주적으로 삼은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미 정책에 대한 경고라는 관측이 있다”고 전했다. 한반도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이 연말연시에 계속해서 남한에 전쟁 가능성을 암시하며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이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음을 강조하고, 동시에 남한 내에 친북·종북 세력을 부추겨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미 북한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과 경의선 일대 지뢰 대량 매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쇄 포격 등 도발 수위를 고조시키는 것도 이런 저의가 깔렸다.
 
북한이 남한의 4월 총선을 앞두고 직간접 군사도발 행위를 하는 것은 정치혼란을 가중시켜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꼼수도 있다고 본다. 지난 진보정권에서 대북 유화 기조를 앞세운 가운데 친북세력은 북한의 핵을 자위적 수단이자 방어용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5000개의 핵무기를 가진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갖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느냐는 사회적 논란도 기억할 것이다.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대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했다. 회담 후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일 3국은 군사 및 안보, 첨단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안정, 에너지 안보를 위한 3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해외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조기 경보시스템을 함께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돈독한 한·미·일 안보협력 관계를 무너트리려는 김 위원장의 속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1 적대국’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본다. 한국과의 대화는 완전히 단절한 채 차기 미 행정부와 핵보유국 인정 직거래를 시도하겠다는 위험한 도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기시다 일본 총리에게도 납북자 문제 등 북·일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통미봉남은 물론이고, 통일봉남으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무너뜨려 남한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다.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한과는 대화도 교류도 하지 않겠다는 남북관계의 근본적 전환을 선언했지만, 미국에는 반공화국 대결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대화 단절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이런 의도를 알 수 있다.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발표한 안보협력은 확고하기에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되든 한국은 미국과의 확고한 안보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 중심에 핵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을 인정하게 되면 한국도 어떤 방법으로든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지금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언제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최선인데 말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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