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정신과 병동
병원 응급실을 통해 정신과 병실에 입원하는 사람의 10% -30%는 약물 중독에 의한 정신 착란 증세로 인해 난폭해지는 사람들이다. 과거에는 우울증 환자, 자살 위험 환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처가 있을 경우에는 외과 병실에 다량의 약물을 복용했을 때는 내과 병실에 입원했다 정신과 병실로 옮긴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이에 대한 치료비를 줄이고 있어 이런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강제 입원 환자의 70%는 피해망상증을 가진 정신질환자들로 남을 해치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경우다. (청소년 병동의 70%는 자해나 자살 시도)
피해망상증은 여러 가지 정신 질환에서 나타난다. 첫 번째가 ‘피해망상 성격 장애’다. 하지만 이들은 정상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 타인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입원까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 번째는 ‘망상병의 피해망상형’이다. 이들은 단순히 피해망상만 있으며, 그 망상 외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주로 혼자 살며 큰 문제 없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낸다.
세 번째는 ‘조현병의 피해망상형’이다. 주로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피해망상 증상을 보이며 사회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폭력성을 나타내며 보통 한 명, 또는 그와 관련된 두세 명을 공격한다.
네 번째가 조울증과 과대망상, 피해망상을 합친 경우다. 이런 환자는 여러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과거 총기를 난사해 33명을 살해한 조승희도 조울증과 피해망상, 과대망상이 합쳐진 경우다.
정신과 환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의 폭력적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자기를 해치려고 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있어 정당방위 차운에서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한다.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자기를 감시하고, 간섭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한다면 얼마나 무섭고 화나고 괴롭겠는가. 밤마다 우주벌레가 와서 자기 눈을 파먹는다고 호소하던 피해망상 조현병 환자가 있었다. 그는 지속하는 환각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몇 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정신과적으로 느끼는 고통은 자기와 남을 파멸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의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다. 정신과 질환의 위험성을 알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끄는 시민 의식,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강제 입원 치료도 가능하게 하는 법적 뒷받침, 그리고 치료비에 관한 정부와 보험 회사의 협력 등이 필요하다. 남을 해하고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무서운 정신병에 대한 이해와 협조, 대책이 시급하다.
의료인으로서 정신질환자로 인해 피해를 본 분들과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책임감도 느낀다. 난폭한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이미 지구라는 정신병동에 함께 갇혀있는지도 모른다.
조만철 /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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