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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소비자 어려움 덜어 줄 업소 없나요?

이은영 경제부 부장

이은영 경제부 부장

서울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는 독고라는 이름의 야간 알바가 있다. 서울역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독고는 70대 여성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 일을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직 후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 여사는 노숙자에게 편의점을 통째로 맡긴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상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심도 생기지만 독고는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로하며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일꾼이 되어간다. 독고로 인해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던 곳에서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되어 간다. 불편하지만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다.  
 
 앞의 내용은 한국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202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던 김호연 작가의 장편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줄거리다.  지난해 불편한 편의점은 1, 2권을 합쳐 1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불경기의 불안감을 달래주는 위로형 소설이 통했다고 평했다.  
 
경제가 요동쳤던 한 해가 저문다. 금리 인상, 물가상승, 노조파업, 경기둔화 등 올 한해 경제계는 ‘사상 최고’, ‘역사적인 기록’이 난무했다.  
 
시작은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출 확대였다. 정부 지출 확대와  저금리 유지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4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이에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인플레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금리가 오르면서 크레딧카드 등 소비자 부채도 늘어났다.  지난봄 미국인의 총 크레딧카드 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크레딧카드 부채 증가는 오를 대로 오른 물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방증하는 바로미터다.  
 
한인 경제 역시 미국 경제의 축소판이다. 일 년 중 최고 대목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에도 대부분의 한인 업체의 매출 성적표는 예년보다 좋지 않았다. 마켓, 식당, 소매업체 모두 경기둔화를 매출로 고스란히 경험하고 있다.  
 
특히 요식업계는 모임이 많은 연말 시즌에 접어들었지만, 폐업과 점심 영업을 중단하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케이터링 업계는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지갑이 얄팍해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결혼식, 생일, 기업행사 등의 이벤트용으로 케이터링 업체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인플레를 겪으면서 자바 업계, 직장인, 병원, 약국, 물류업체, 양로보건센터 등으로 고객이 확장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으로 직장인들의 점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삼삼오오 모여 케이터링 음식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케이터링 업계의 생존 비결은 가성비와 편리함, 그리고 넉넉한 인심이다. 케이터링 업계는 과거보다 가격을 소폭 올리긴 했지만 식재료 및 인건비 상승분만큼 올리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익률은 낮추고 직접 배달을 하는 등의 수고로움은 기꺼이 감수했다. 또 식사비가 부담스러운 한인타운 직장인들에게 넉넉하게 음식을 담아준다. 고객들 반응은 뜨겁고, 주문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과 타인종 고객들의 주문까지 늘어나면서 새로운 메뉴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에 대응하는 중이다.  
 
내년 경제에 대한 전망은 월가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모건 스탠리는 경기 침체 없이 연준이 내년까지 금리를 높게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 반면, JP모건은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경기침체 위험이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내년 한인 경제권에도 불경기의 불안감을 달래주고 위로를 주는 ‘불편한 편의점’의 나비 효과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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