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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국의 경제 성장과 한국인의 성숙

어린 시절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면 “많이 성숙해졌다” 는 칭찬을 듣곤 했다.  ‘성장’이란 몸무게가 늘고 키가 크는 체세포 활동을 말하지만, ‘성숙’이라는 말에는 남을 이해할 줄 알고, 자립심도 있는 등 ‘어른스럽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인간은 자신의 눈과 귀, 코는 의지대로 지배할 수 없다. 그러나 입은 의지에 따라 좋은 말도 할 수 있고 듣기 싫은 말도 할 수 있다. 또 손과 발을 이용해서도 가고 싶은데도 가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다. 인간이란 목표와 기준을 잃어버리면 방황하게 되고 성장은 있을 수 있겠지만 성숙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한국은 양적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휴대전화, 반도체, 자동차, 화학, 철강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문화 콘텐트도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한국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상황에서 말 그대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직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경제 규모는 커졌으나 많은 시니어는 곤궁한 삶을 살고 있고, OECD회원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국가 의식과 가치는 점점 희박해지고 유대 관계 또한 느슨해지고 있다.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타협과 조정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  
 


바람직한  정치인을 육성하는 정당 정치와 정치 도덕도 무너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념을 달리하는 세력 간에 극한 대결이 벌어지고 있어 다수의 국민은 피곤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어찌 성숙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시정 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하며 야당 의원들에게도 손을 내밀었지만 이를 거절하며 고개를 돌리는 의원도 있었다. 어찌 이런 모습을 성숙한 정치라 할 수 있겠는가. 태평양 바다 건너에서 봐도 볼썽 사나운 장면이다.    
 
법치국가에서 정치인이 신뢰를 받지 못하면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독재가 아닌 이상 정치인은 서로 협력하여 국민을 위해 입과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 연구하고 검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국민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  선과 악을 구별 못 하고 무조건 자기주장만 옳다고 우겨대며 진흙탕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정치인들이 공정과 상식을 구현하여 성숙해지면 민생도 안정되고 국민은 감동과 기쁨을 느낄 것이다.
 
한국 사회는 무한 경쟁의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해 뛰다 보니 성장만 있을 뿐 성숙은 뒷전으로 밀려난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 삶의 진정한 목적은 무한 성장도 필요하지만 균형 있는 성숙도 필요하다. 산은 올라가 봐야 힘든 줄을 알게 되고 사람은 겪어봐야 그 사람의 인성을 안다고 하였다. 국가도 국민이 지키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은 경제적 성장 못지않게 정치인과 국민의 성숙한 자세도 요구되는 시기다.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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