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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과의 대화

황금 빛 들녘을 달려온 가을이
 
나에게 하는 말은
 
이 가을에 거둘 것은 무엇이고
 
비울 것은 무엇인가라는  
 


가을 말이었다
 
 
 
살아온 날들이 텅 비었으니  
 
거둘 것도 비울 것도 없다 했더니
 
그런 말은 가을 사람의 언어가 아니란다
 
 
 
이역의 외로움과 서글픔을 비우고 싶다 했더니
 
그리하면 조국에 대한 그리움도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에게  
 
가을이 하는 말은
 
뿌리가 흔들리는 나무는
 
하늘의 뜻이 머물러
 
벙글고 여물기가 쉽지 않으리란다
 
 
 
봄도 봄 아니고
 
가을도 가을이 아닌 이역이란 것을
 
모를 리 있겠는가
 
 
 
해와 달도 허전하다 하리니
 
가을 한 잔 드시란다.

유병옥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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