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열린광장] 세계의 군대 행진곡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다. 난데없이 조선 인민군 행진곡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나는 북한 출신이라 ‘우리는 강철 같은 조선의 인민군’으로 시작하는 행진곡을 알고 있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되고 며칠이 지난 오후였다. 나는 인천 미군 유류 저장소 수송부에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먼지를 뿜으며 달려가는 몇 대의 GMC 트럭 위에 카빈과 M1 소총을 멘 미군들이 인민군 행진곡을 가사 없이 흥얼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경비하던 미군들로 포로 교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올라왔다가, 유류저장소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판문점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 포로수용소의 경비 책임자였던 미군 준장이 처우 개선을 주장하며 폭동을 일으킨 포로들에게 납치되어 며칠간 수모를 당하고 처우 개선을 약속하고서야 풀려난 사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미군 경비병들은 포로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불러대는 인민군 행진곡을 하도 들어서 서당 개 3년에  풍월을 짓는다고 곡을 외운 것이었다.
 
그 인민군 행진곡과 중국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전남 광주광역시 출신 정율성이 작곡했다고 한다. 이 곡들은 세계 3대 행진곡에는 끼지 못했지만 사기 진작에는 뛰어난 곡이라고 생각한다. 정율성이 공산주의자이지만 위대한 음악가임은 틀림없다.
 
세계 3대 행진곡의 하나가 1900년 세토구치 토키시가 작곡한 일본 해군의 군함 행진곡, ‘마모루모 세모루모 구로가네노’이다. 소학교 시절 나는 거의 매일 이 행진곡에 발맞춰 행진을 해 어느 정도 세뇌(洗腦)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 행진곡은 1889년 독일의 군악작곡가 칼 테이커가 작곡한 ‘옛 전우’이고, 세 번째는 미국의 ‘성조기여 영원하라’이다. 두 곡 다 경쾌한 리듬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미 해병대 찬가’도 멋진 행진곡이다.
 
인민군 행진곡, 중국해방국 행진곡을 생각하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한국 전쟁 때 방방곡곡에서 이 행진곡이 울리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피를 흘리며 죽고 죽였는가. 태평양 전쟁 당시, ‘미 해병대 찬가’가 울리는 가운데 사이판에 상륙한 미군 3000여 명이 전사했다. 일본군 전사자는 3만여 명, 그리고 민간인도 1만 5000여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전투를 고취하는 호전적인 행진곡이 싫다.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너무 많이 희생되고 있다. 그만 싸웠으면 좋겠다. 평화를 구가하는 행진곡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그런 행진곡은 별로 많지가 않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