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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무기 대신 책이나 악기를 잡았으면

김순진 교육학박사

김순진 교육학박사

지난여름 한국을 방문했던 딸 내외가 ‘추억의 히트가요’라는 한국가요집을 선물로 가져왔다. 제1집 ‘눈물 젖은 두만강’에서 부터 10집에 이르기까지 ‘목포의 눈물’, ‘타향살이’,‘황성 옛터’,   ‘이별의 부산정거장’, ‘홍도야 울지마라’ 등 시니어들에도 익숙한 노래 100여 곡이 들어있다.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은 서양의 클래식 음악에서 시작됐지만 그 이전부터 들었던 대중가요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현역 교사 시절 한 칼럼에서 대중가요를 즐겨 듣고 또 부른다고 썼다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실제로 음악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다섯 살쯤 집에 있던 유성기에서 흘러나온 노래에서 시작된 것 같다. ‘물결은 출렁출렁, 연락선은 떠난다. 잘있오, 잘가오, 눈물 젖은 손수건’으로 시작되는 노래다. 아직도 가사와 멜로디를 기억해서 가끔 혼자 불러보는 노래중의 하나다.
 
고등학생 때는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서양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던 시절이었다. 바흐에서부터 헨델,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등 서양 고전음악 천재 작곡가들의 명곡이 공부에 시달려 피곤한 내 정신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큰 원천이었다. 서양 클래식 음악은 아직도 시간이 있으면 즐겨 듣고 사랑하는 열정의 대상이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취미가 무엇이세요?”  라는 질문을 해오는 사람도 드물지만,  젊었을 때는 자주 받았던 질문이었다. 은퇴한 지 벌써 수년이 지났고, 여가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나의 취미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는 것이다. ‘독서가 취미’라는 게 쉽게  나오는 대답이다. 사실 독서는 어렸을 때부터 즐겼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독서가 취미” 라는 나의 대답이 이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 도서관에서 빌려온  4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예전에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1주일 내지 10일이면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을 지금은 3주가 지났는데도 다 읽으려면 아직 2주는 더 걸려야 할 것 같다. 책 내용에 따라 읽는 속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많은 독자도 잘 알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중학교 다닐 때 밥숟가락 떨어지지 마자 김래성 작가의  탐정 소설을 들고 이리저리 숨어다니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도 재미가 있었지만 당시 나의 독서습관도 학생으로서 지나쳤던 것 같다. 고등학교 2, 3학년이면 대학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그때도 한글로 번역된 나타니엘 호손의 ‘주홍글씨’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너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네 것이니까,  의무적으로 읽기 싫은 책을 읽을 필요도 없고,  그저 편안하게 지내라” 는 친구의 조언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나저나 지금 지구의 저쪽 한 편에서는 책이나 악기 대신 총을 들고 귀중한 생명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체 누구의 잘못입니까?” 라는 질문에 누가 적절하고 합리적인 답을 줄 수 있을까?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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