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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어흥축제, 축제의 의미를 생각함

김정 영화평론가

김정 영화평론가

축제의 본질은 인간의 본성을 찾는 데서 시작한다. 유희와 유흥은 축제의 한 부분일 수 있어도 결코 본질은 아니다. 러시아의 문학비평가 미하일 바흐친(1895~1975)은 축제의 숨겨진 의미를 대화와 관계로 보았고 함께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인간들에게 필요한 의식행위로 생각했다. 축제는 대립적인 것들의 공존이며 일상에 찌들고 주눅 들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간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미주예술원 ‘다루’(이사장 박창규, 대표 서연운)가 풀러턴 시와 함께 지난 달 27일부터 3일간 풀러턴 다운타운플라자에서 개최한 ‘어흥축제’(축제위원장 릭김)는 한인 예술단체가 특정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기획한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앞으로 어흥축제가 천편일률적인 이벤트 중심적 축제, 규모만 확대되는 상업주의적 축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축제 주체인 한인들의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한 번쯤 깊이 있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민족 고유의 축제인 ‘천제’, 즉 하늘굿이나 서양의 ‘페스티벌’ 또는 ‘카니발’이 열리는 축제 기간에 사람들은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나 신화적인 세계로 몰입했다. 소생과 부활의 의미를 새기면서 풍요로운 생산을 기원했다. 그리고 축제를 통해 공동체의 재결합을 이루어냈다. 우리 선조들은 축제를 통해 모두 하나가 되는 ‘대동세상’을 꿈꿨다.
 
지구촌 사람들은 이미 K팝과 친밀해졌으며 한국을 ‘문화발신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인들이 미주에서 여는 축제 마당이 축제의 외형적 형식, 포장에 치우쳐 단순한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K팝의 이면에는 한국인들이 억눌려 살아오는 동안에도 그 ‘한’의 정서를 풍류와 흥, 익살과 풍자로 승화시킨 문화적 저력이 있다. 따라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숨결을 신명과 화합의 어우러짐, 즉 K팝으로 창출해냈다는 귀한 가치를 알리는 축제가 돼야 한다.  
 


앞으로 어흥축제의 주최자들은 모국의 전통문화를 답습하기보다, 다문화 사회의 다양한 지역사회와 연대하여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어흥축제만의 콘텐트들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이 K팝의 생산지라면 미주 한인들은 K팝의 재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어흥축제가 이제 그 선봉에 서서 지역사회의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물론, 지역시민들과 함께 세계 시민으로서의 비전을 공유하고 진정한 문화 공유의 영역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인적 자원과 동력이 있다. 우리 고유의 멋과 맛에 바탕을 둔 K팝, K푸드, K드라마, K무비를 세계 속에 심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미주 한인들에게 주어진 역할일 것이다.  
 
세계가 우리의 이웃이다. 세계는 지금 한류 속에 살고 있다. 한국인의 가슴 속에 묻혀 있는 창조력을 국경을 초월한 세계시민의 새로운 문화로 키워 나가자. 미주 한인들이 그 주역이 되자.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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