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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코리안 아메리칸’ 정체성의 시작은 한국어

김형재 사회부 차장

김형재 사회부 차장

미국은 다민족·다문화 사회다. 저마다의 역사와 서로 다른 민족 정체성에 바탕을 둔 원주민과 이민자가 어우러져 산다. 영국발 후손들이 바다를 건너와 식민지를 건설하고 독립국가를 세웠다. 백인계 이민자의 개척정신은 15세기 당시 약 500만 명이었던 미국 원주민 인구를 20세기 초 25만 명으로 급감시킨 비극을 낳았다. 이런 연유로 지난 4세기 동안 미국은 백인 인구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소위 백인 중심의 ‘주류문화’가 영원할 것 같지는 않다. 연방 인구조사국(censu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백인계 인구는 1억91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7.8%를 차지했다. 2010년 1억96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3.7%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비율이 낮아졌다. 인구조사국은 건국 직후인 1790년부터 10년마다 인구조사를 시행한 이후, 백인계 인구 비율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반면 아시아계 인구는 2400만 명(전체 인구의 6%), 히스패닉계 인구는 6210만 명(전체 인구의 18.7%), 아프리카계 인구는 4110만 명(전체 인구의 12.4%)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 10년 사이 아시아계 인구는 33%, 히스패닉계 인구는 25%나 증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인구조사국 측은 “2020년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은 어느 때보다 다민족·다문화 사회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으로 20년 후 미국은 어떤 모습이 될까. 인구조사국은 예측 자료를 통해 2045년 백인계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49.73%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 인구 과반을 차지하는 다수 인종이 사라지는 셈이다.  
 


한인사회에서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가 ‘주류사회’다. 여기서 주류사회란 다민족·다문화인 미국사회를 표현하는 의미가 아닐 때가 많다. 주류사회라는 말에는 은연중 백인 중심 문화로 구축된 기득권을 인정하고, 우리는 소수계이자 변방이라는 수동적 자세가 배어 있다.
 
소수계이자 변방이라는 인식은 한인사회에 부작용도 낳았다. 공동체 차원의 정체성 퇴색이다. 고유의 이름과 언어를 지켜가는 노력이 중국계나 히스패닉계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영어 이름을 지어도 백인 문화권 작명 일색이다. 자녀교육 때 영어만 중시하다 보니 2세대의 문화적 특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세대 이민자에서 시민권자로 태어난 차세대 사이 정체성 보존과 계승 노력이 부족한 셈이다.
 
최근 들어 1~1.5세대 한인 부모는 자녀의 한국어 교육을 중시한다. 2세대 역시 한국어 배우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한 모임에서 만난 8살 아이는 “우리 엄마 아빠가 토종 한국인”이라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한국에 가본 적 없다는 아이가 유창한 한국어 어휘를 구사하는 모습에는 당당함이 충만했다.
 
다민족·다문화 사회에서 ‘뿌리’를 지키려는 움직임은 반갑다. 미국사회에서 고유한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삶은 자존감과도 연결된다. 자신의 뿌리를 아는 정체성 함양은 당당한 미국사회의 일원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미국은 본격적인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한인사회도 변방의 소수계라는 소극적 자세는 지양할 때다. 정체성을 자부심으로 길러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어 교육은 정체성 함양, 뿌리교육의 시작이다. 얼마 전 출범한 재외동포청도 차세대 정체성 함양을 위한 첫 번째 지원사업으로 한국어 교육을 꼽고 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고유의 문화와 정서를 체득할 수 있어서다. 남가주 등 한인사회가 있는 곳에는 이미 주말 한국학교들이 있는 곳이 많아 기본적인 정체성 교육 환경도 구축했다. 참여와 독려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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