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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미국 속 한국어 위상…K팝·K드라마 이어 이제는 ‘K랭귀지’

영어원어민 배우기 어려워도
학습 인구는 매년 증가 추세

말은 정보교류의 최적 매체
한국 정부의 지원 확대돼야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언어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한국어진흥재단과 LA한국교육원이 주최한 ‘한글 이름 써주기 행사’ 모습. 김상진 기자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언어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한국어진흥재단과 LA한국교육원이 주최한 ‘한글 이름 써주기 행사’ 모습. 김상진 기자

미국에서 한국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LA시의회는 한글날 제정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을 계기로 LA시는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리게 된다. 이번 선포식에 앞서 2019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한글날을 기념일로 제정했다. 소수계 언어를 주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기념한 것은 처음이다. 상원 만장일치로 통과된 한글날 기념일 제정은 한글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주류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지난 수년 사이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한국어반을 개설한 공립학교도 많아졌다. LA통합교육구(LAUSD)는 현재 11개 학교에서 한국어 이중언어반을 운영하고 있다. 1400여 명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중고등학교를 포함하면 한국어 개설 학교는 80개교, 332개 학급에 이른다. 10년 전에 비해 150% 증가했다.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과 성인의 한국어 학습 열기도 뜨겁다.
 
현대언어학회(Morern Language Association) 보고서에서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2016년 기준 1만3936명으로 집계됐다. 수강자 수는 10위에 머물지만 2013년과 비교한 수강생 증가율은 13.7%로 다른 외국어에 비해 월등히 높다. 1위에서 10위권까지 대부분 외국어의 수강자가 줄어드는 추세에도 한국어는 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 커 95%에 이른다. 한국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언어와는 달리 높다는 증명이다.  
 
컬럼비아대학 한국어 프로그램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사이 한국어 수강생이 50% 이상 증가했다. 한국어 학습 열풍과 관련해 CNN은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다음에는 ‘K랭귀지(Language)’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 언어학자들이 인정한다. 영국의 언어·문자학자 제프리 샘슨 교수는 “한글은 이미 6세기 전에 언어학적 원리를 적용해 제작된 우수한 문자”라며 “가장 정교한 문자체계”라고 설명한다. “인류가 이룩한 가장 지적인 성과가 한글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도 극찬한다.  
 
한글은 표음문자다. 사람의 말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문자, 즉 소리글자다. 28개의 음소문자를 조합해 인간이 내는 거의 모든 소리를 표기한다. 이제까지 발명된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발음표기가 가능한 문자가 한글이다. 또한 문자와 소리의 일치 정도를 뜻하는 표음성도 우수하다.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시기도 정확하다. 몽골 파스파 문자와 에스페란토 등 몇몇 문자의 창제기록이 남아 있지만 현재 사용되는 문자 중에서는 한글이 유일하다.
 
한글의 우수성은 유네스코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1990년부터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제정해 문맹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국제적으로 문맹 퇴치와 각국의 모국어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를 수상한다. 매년 ‘세계 문해의 날’인 9월 8일에 시상한다. 이런 상에 세종대왕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어는 영어 원어민들이 습득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외국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어 학습 열풍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연방 국무부 산하에는 각국의 언어와 문화를 교육하는 ‘FSI(Foreign Service Institute)’가 있다. 세계 각국에 파견할 직원들에게 70여 개국의 언어를 교육하는 곳이다.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FSI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인들이 배우기에 가장 쉬운 언어에서 어려운 언어까지 5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놓고 있다.
 
영어 모국어 사용자가 가장 빨리 습득하는 언어는 카테고리1의 스패니시,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덴마크어 등이다. 영어와 구조가 매우 유사해 24~30주(600~750시간)의 학습으로 배울 수 있다. 카테고리2에는 독일어가 속한다. 카테고리1보다는 조금 어렵지만, 영어와 비슷해 평균적으로 30주(750시간) 학습하면 된다.
 
카테고리3은 영어와 언어적 구조가 다른 언어로 36주(900시간)의 학습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스와힐리어가 여기에 속한다. 카테고리4는 언어구조가 영어와 상당히 차이가 나는 말로 태국, 베트남 등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언어와 러시아·터키·폴란드·그리스·핀란드어 등이 포함된다. 학습과정에 44주(1100시간)가 소요된다.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단계인 카테고리5에 포함된다.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도 여기에 속한다. 언어구조가 영어와 전혀 달라 영어 사용자에게 최악의 외국어다. 학습 기간도 가장 길어 88주(2200시간)가 필요하다. FSI는 한국어가 어려운 이유를 문장구조가 영어와 확연히 다르고, 동사의 변형이 다양하며, 한자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국 파병 군인들에게 현지어를 교육하는 국방언어연구소(DLI)도 1~4단계로 언어별 난이도를 구분하는데 여기서도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4단계에 속한다.  
 
CNN은 국무부가 한국어를 ‘수퍼-하드 랭귀지(super-hard language)’로 분류했다며 이는 ‘극히 배우기 어려운(exceptionally difficult)’ 언어를 뜻한다고 보도했다.  
 
이같이 한국어가 영어 원어민에게 어려운 외국어임에도 학습자가 급속하게 느는 것은 그만큼 미국 내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  
 
아시아 작은 나라에서 유일하게 사용됐던 한국어가 이제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인의 언어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을 벗어나 타국에 가도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 정도는 현지인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다.  
 
이제까지 2세 한국어 교육은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취업과 경제 활동 등 실리적인 목적에서 배우는 2세들도 많다.
 
국제간 교류는 반드시 소통 수단이 필요하다. 음악은 소리를 듣는 청각, 미술은 색채를 보는 시각에 의존한다. 이런 시청각 감각은 즉각적인 공감유도에는 효과적이지만 명확한 의미 전달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가장 정확하고 구체적인 소통 매체는 말과 글이다.
 
세계의 언어로 발돋움하는 한국어에 대한 본국 정부의 지원은 필수다. 한국 홍보에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있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동포 자녀와 외국인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될 것이다. 

김완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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