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고]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딜레마

정 레지나 LA 독자

정 레지나 LA 독자

지난 17일 가자시티의 병원에 폭탄이 떨어져 많은 환자와 피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하마스는 기회를 잡은 듯 참사를 이스라엘의 대학살 행위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가 쏜 로켓 오발탄에 의한 것이라 맞섰다.  
 
다음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대로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방문 목적은 폭력을 통제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 표명, 가자지구와 서안 지역에 1억 달러 지원 약속. 가자지구에 구호물자 전달 등 이었다. 또한, 미국의 자체 정보 분석 결과 병원을 폭격한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고 공개 표명했다. 바이든의 방문은 이스라엘에는 구원의 손길이었지만, 아프가니스탄 및 중동에서 철수한 후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집중하려던 미국에는 9·11 사태의 연장선이 될 수 있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가자지구는 로마 시대부터 16세기까지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그 뒤로 오토만제국이 통치하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영국이 팔레스타인 위임통치를 시작했다. 1948년 5월, 영국의 위임통치가 종료되면서 이스라엘이 건국됐다. 가자지구는 1967년의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에 점령됐다가 2005년 팔레스타인에 반환됐다. 하지만, 이 지역의 복잡한 역사는 이민자 나라인 미국에까지 분열과 갈등을 주고 있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역사는 대략 75년 정도 된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세계 주요 리더 중에서 가장 먼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다. 이스라엘 건국 이전인 1947년 11월, 미국은 팔레스타인 위임통치 지역을 유대 국가와 아랍국가로 분할하는 유엔 결의안에 찬성했다. 또한, 미국은 이스라엘의 건국 다음 날 시작된 1948년 제 1차 중동전쟁 때도 무기를 지원했다.  
 


트루먼 이후에도 미국 대통령들의 이스라엘 지원은 계속됐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7년의 ‘6일 전쟁’을, 리차드 닉슨 대통령은 1973년의 ‘욤키푸르 전쟁’을 지원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를 중재하고,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해 노력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2년 ‘레바논 1차 전쟁’ 때 미해병대를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했으며, 이 중 241명이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빌 클린튼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과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의 화해를 성공적으로 추진했지만 라빈이 암살을 당하는 바람에 수포로 끝났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지지했지만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에는 반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2개 국가 공존 정책’을 폐기하고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합병을 찬성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군사지원의 최대 수혜국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국회연구위원회(CR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1948년부터 2022년까지 이스라엘에 15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했다.  
 
미국 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과 달리 미국인의 반응은 연령과 정치 성향에 따라 다양하다. 65세 이상의 노년층은 이스라엘 지지가 강했지만, 35세 미만 연령대는 반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하마스의 공격 이후 하버드 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벌어진 것이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이에 많은 기업의 경영진이 시위 참여자의 고용금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은 동맹국들의 지원을 위해 연방의회에 1050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종교와 민족, 생존권이 얽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해결은 불가능해 보인다. 전쟁은 단지 양측의 고통, 분노, 애환을 외부에 드러내는 기회가 될 뿐이다.  
 
지상전이 준비된 이스라엘의 공습은 멈춤이 없고,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예맨의 후티 반란군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이들 뒤에는 미국의 영향력에 분노하는 이란이 있다. 하지만 긴박한 외교전으로도 확전을 막을 수 없는 것이 미국의 딜레마다. 전쟁에는 말려들지 않고 인도적 지원에 주력하는 것이 미국에 남겨진 선택인 것 같다.

정 레지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