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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절망을 노래하며

날개 돋친 듯 마구 떨어져 날리는
 
붉은 꽃잎들
 
산등성이에 기나긴 그림자 드리우고
 
공허한 나무줄기
 
딱따구리 구멍 쪼는 소리 하늘을 메운다.      
 
 
 
한 세상을 건너는 저 가을빛
 
“나처럼 떠나세요!”
 
단풍나무의 속삭임, 신음소리
 
야성의 바람, 풍화된 마른 줄기, 축축한 이끼 냄새,
 
땅에서 얻은 것들, 땅으로 되돌리는
 
장엄한 서사시  
 
 
 
보이지 않는 날들을 위해
 
안으로 안으로만 삭이는 내 존재에 더 가까운 노래,
 
당신,
 
가을이여!

이춘희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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