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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화웨이 최신 휴대폰의 결정적 ‘하자’

“화웨이 5G폰, 드디어 샀어. 그립감 좋고, 대만족~ 근데 하나 문제가 있어. 통화할 때 잡음이 들려. ‘야오야오링씨엔~’이라는 소리가 반복돼….”
 
화웨이 신제품 ‘메이트 60 프로’의 불량 신고다. 중국 인터넷에는 지금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진다. “자동차 운전 중 전화를 받았는데 내 폰에서도 ‘야오야오링씨엔’ 잡음이 들려, 불량품인가 봐….” 심지어 X(옛 트위터)에서도 하자 불만이 분출한다.
 
화웨이폰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물론 아니다. 언어유희다.
 
화웨이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위청둥(余承東)은 소비자 사업군 CEO다. 핸드폰 신제품 발표회 때 꼭 그가 무대에 오른다. ‘화웨이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신제품 설명회에서 위청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바로 ‘야오야오링씨엔(遙遙領先)’이다. ‘화웨이 제품이 경쟁 제품을 멀리 따돌리고 앞서간다’라는 뜻이다.
 
‘메이트 60 프로’에서 ‘야오야오링씨엔’이 잡음처럼 들린다는 건 풍자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품질’이라는 위청둥의 표현을 꼬아 만든 중국 특유의 말장난이다.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들이 ‘하자 놀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이뤄낸 쾌거’를 그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메이트 60 프로’를 얘기할 때 7나노칩에만 관심을 둔다. 중국이 어떻게 미국 제재를 뚫고 기술을 확보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건 중국 자급률이 90%를 넘는다는 점이다. 그러고도 아이폰과 갤럭시를 능가하는 5G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하고, 최고 수준의 사진·동영상·3D 인식기술을 갖췄다.(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실제 측정) 핸드폰에 관한 한 중국은 이제 완결된 자국 내 서플라이 체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바로 ‘기술 블록(bloc)화’다. 그들만의 표준을 구축하고, 공정 기술을 완성하는 자립 구도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자체 개발한 ‘하모니(鴻蒙)’를 쓴다. 일찌감치 구글 안드로이드를 버렸다. ‘하모니’는 핸드폰뿐 아니라 자동차, 공장기계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메이트 60 프로’가 그렇듯 거대 ‘애국 시장’이 이 블록을 받쳐준다.
 
우리와 직결된 얘기다. 블록은 외부와의 단절과 배제의 다른 표현이다. 블록이 높아질수록 중국 시장은 우리와 단절될 수밖에 없다. 중간재로 얽힌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잡음 ‘야오야오링씨엔’은 그 흐름을 속삭이듯 말해준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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