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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영토 넓혀가는 화웨이의 ‘훙멍OS’

중국에도 천지창조 신화가 있다. 반고(盤古)라는 이름의 신이 하늘을 열고 땅을 펼쳤다. 반고 이전의 시기는 ‘훙멍(鴻蒙)’이라 했다. 원시의 기(氣)가 뭉쳐있는 혼돈의 세계다. 화웨이가 독자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훙멍’이라고 이름 지은 연유다.   ‘훙멍OS 기술자를 찾습니다.’ 징둥·메이퇀·알리바바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이 훙멍 앱 개발자 구하기에 나섰다. 1억 연봉은 기본. 훙멍의 흡입력은 그만큼 크다.   아직 화웨이 스마트폰이 전부다. 다른 브랜드 폰은 여전히 구글 안드로이드, 또는 iOS(애플)를 쓴다. 그런데도 훙멍을 무시할 수 없는 건 국가가 뒤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조직인 ‘개방 원자 재단(Open Atom Foundation)’이 그 실체다.   화웨이는 훙멍 소스를 모두 이 재단에 ‘헌납’했다. 그다음부터는 재단이 나선다. 산업별 적용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조율하고, 해당 소스를 공개한다. 원하는 기업 누구든 가져다 쓸 수 있다. 민간 기술 훙멍은 그렇게 국가 재산이 된다. 바이두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슈퍼체인’, 텐센트의 저전력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타이니’ 등도 같은 방식으로 뿌려지고 있다. 중국 특유의 국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화웨이는 훙멍OS를 사용하는 단말기가 모두 7억 개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가 핵심축이다. 영토는 이제 스마트폰을 넘는다. 화웨이와 자동차 회사가 함께 만든 ‘즈제(智界)’ ‘아이토(AITO)’ 같은 전기차에도 훙멍OS가 깔렸다. 이들 차량의 내비게이션·에어컨·영상 등은 화웨이폰과 완벽하게 연동된다. 훙멍이 얼마나 빨리 확산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산물이다. 2019년 5월 미국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몰아내겠다고 별렀다. 이에 화웨이는 훙멍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그해 8월 첫 버전을 내놨다. 현재 중국 시장점유율 16%. 미국이 훙멍의 약진을 도운 꼴이다.   훙멍의 성공 여부는 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기술 제재가 중국 스마트 기술의 표준 독립을 앞당기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반도체·전기차·AI 등에서도 목격되는 현상이다. 훙멍이 만든 자기들만의 세상에서는 블록 외부 기업과의 협력 공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훙멍의 영토 확장을 경계하는 이유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화웨이 영토 화웨이 스마트폰 스마트폰 운영체제 스마트 기술

2023-11-27

[중국읽기] 화웨이 최신 휴대폰의 결정적 ‘하자’

“화웨이 5G폰, 드디어 샀어. 그립감 좋고, 대만족~ 근데 하나 문제가 있어. 통화할 때 잡음이 들려. ‘야오야오링씨엔~’이라는 소리가 반복돼….”   화웨이 신제품 ‘메이트 60 프로’의 불량 신고다. 중국 인터넷에는 지금 이 같은 불만이 쏟아진다. “자동차 운전 중 전화를 받았는데 내 폰에서도 ‘야오야오링씨엔’ 잡음이 들려, 불량품인가 봐….” 심지어 X(옛 트위터)에서도 하자 불만이 분출한다.   화웨이폰에서 잡음이 들린다고? 물론 아니다. 언어유희다.   화웨이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인 위청둥(余承東)은 소비자 사업군 CEO다. 핸드폰 신제품 발표회 때 꼭 그가 무대에 오른다. ‘화웨이의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신제품 설명회에서 위청둥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바로 ‘야오야오링씨엔(遙遙領先)’이다. ‘화웨이 제품이 경쟁 제품을 멀리 따돌리고 앞서간다’라는 뜻이다.   ‘메이트 60 프로’에서 ‘야오야오링씨엔’이 잡음처럼 들린다는 건 풍자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품질’이라는 위청둥의 표현을 꼬아 만든 중국 특유의 말장난이다. 애국심에 불타는 청년들이 ‘하자 놀이’에 동참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제재를 뚫고 이뤄낸 쾌거’를 그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메이트 60 프로’를 얘기할 때 7나노칩에만 관심을 둔다. 중국이 어떻게 미국 제재를 뚫고 기술을 확보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건 중국 자급률이 90%를 넘는다는 점이다. 그러고도 아이폰과 갤럭시를 능가하는 5G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하고, 최고 수준의 사진·동영상·3D 인식기술을 갖췄다.(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실제 측정) 핸드폰에 관한 한 중국은 이제 완결된 자국 내 서플라이 체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 바로 ‘기술 블록(bloc)화’다. 그들만의 표준을 구축하고, 공정 기술을 완성하는 자립 구도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자체 개발한 ‘하모니(鴻蒙)’를 쓴다. 일찌감치 구글 안드로이드를 버렸다. ‘하모니’는 핸드폰뿐 아니라 자동차, 공장기계 등과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메이트 60 프로’가 그렇듯 거대 ‘애국 시장’이 이 블록을 받쳐준다.   우리와 직결된 얘기다. 블록은 외부와의 단절과 배제의 다른 표현이다. 블록이 높아질수록 중국 시장은 우리와 단절될 수밖에 없다. 중간재로 얽힌 중국 기업과의 협력에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잡음 ‘야오야오링씨엔’은 그 흐름을 속삭이듯 말해준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화웨이 휴대폰 화웨이 신제품 화웨이 제품 화웨이 이사회

2023-09-18

화웨이폰, 애플 넘어 삼성도 위협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국가가 보안 우려를 제기하는 등 잇따른 '외부 악재'에도 불구, 화웨이가 올해 2억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출하량을 기록했다고 씨넷 등 IT전문매체가 25일 보도했다. 씨넷에 따르면 이날 화웨이는 성명을 통해 "자체 집계 결과, 올해 출하한 스마트폰이 2억 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1억5300만대)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화웨이는 "(자사 스마트폰 브랜드인) P20·아너(Honor)·매이트20 시리즈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인 덕분에 올해 출하량 목표를 달성했다"며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 통계에서 화웨이는 '기타(other)'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제는 엄연히 '세계 톱 3'에 포함되는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원래 통신장비사업에 주력했던 화웨이는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 2010년만 해도 스마트폰 출하량이 연간 300만 대에 불과했는데, 8년만인 올해 무려 67배(300만 대→2억 대)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씨넷은 "화웨이는 이미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쳤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성과는 서방의 2중, 3중 견제 속에 이뤄낸 것이다. 미국 및 동맹국들 사이에 '화웨이 제품이 중국 정부의 사이버 첩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데 더해,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관리자(CFO) 겸 이사회 부의장이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나는 일까지 있었지만 실적은 이런 '악재'를 모두 이겨낸 셈이다.

2018-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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