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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급성장 ‘라틴계 파워’…우리 전략은?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한인타운 식당에 가면 식탁의 빈 그릇을 치우는 등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은 주로 라틴계였다. 한인 업주들은 간단한 몇 마디의 스패니시로 이들에게 일을 시키곤 했다. 다른 식당업계도 비슷했다. 대표적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맥도날드에 가도 계산대에는 주로 백인 직원들이었고 라틴계는 조리대 등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라틴계들의 얼굴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TV 광고나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을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미국 내 라티노 파워의 성장이 예사롭지 않다.  UCLA가 지난주 공개한 ‘미국 라티노 GDP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라티노의 총생산(GDP) 규모는 3조 달러를 돌파해 3.2조 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내 라틴계 인구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이들의 GDP 규모는 세계 5위, GDP 성장 속도는 세계 3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 내 라틴계의 GDP규모는 인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보다 많고 중국, 일본, 독일 등에만 뒤지는 수준이다. 이젠 라틴계가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력도 무시할 수 없는 그룹이 된 것이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미국 내 라틴계 GDP 성장률은 2020년의 2.8조 달러에서 14% 이상 증가했다. 중국과 인도에 이은 높은 수준이다. 미국 전체 성장률은 5번째로 조사됐다.  
 
구매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라틴계의 구매력이 텍사스나 뉴욕주 전체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라틴계 소비자의 구매력은 56.7% 급증했지만, 비라틴계 소비자의 구매력은 19.1%, 미국 전체는 23.1%로 파악됐다. 라틴계 소비자와의 구매력 증가율과는 각각 3배, 2배 차이를 보인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 타깃도 당연히 라틴계로 향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쟁적인 마케팅 전략은 정치권 못지않다. 라틴계 이민자를 위한 스패니시 광고가 늘고 제품 설명서가 영어와 스패니시가 병기된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은행이나 그로서리 마켓은 모든 서비스에 스패니시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은 2017년부터 아예 스패니시 버전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연방 센서스국이 공개한 2022년 인구 추정 통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전체 인구 3900만 명 가운데 라틴계가 40%를 차지했다. 반면 백인은 33.7%, 아시안은 15.3%로 파악됐다. 그런가 하면 라틴계의 미국 인구 증가율 기여도는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틴계의 파워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인구 증가와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서의 라틴계 파워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립학교 교육구를 움직이는 교육위원회부터 시와 카운티 정부, 주 의회의 리더십을 라틴계가 차지해가는 중이다.  
 
이제 정부 기관 등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들이 영어와 함께 스패니시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장면이 됐다. 각급 정부의 주요 부처 고위직에도 라틴계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정책이 라틴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각종 혜택을 설명하는 안내문 제작도 영어 외 스패니시는 기본적으로 포함되지만, 한국어 지원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하는 사례가 많다.    
 
지난 8월 21일 새크라멘토에서 진행된 에스닉 미디어 콘퍼런스에서도 라틴계 미디어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 흑인 매체가 소수계 언론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라틴계 언론 매체가 이끌어가고 있다. 한인 사회도 정치·경제력 성장과 K팝, K드라마 등 한류 덕에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소수계다. 한인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라틴계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한 시기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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