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정부의 극지 연구비 삭감 유감
일본은 펜데믹 시기에 늑장대응 등 말이 많았지만 지난달 자체 예방백신과 치료제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국가와 기업의 지속적인 연구투자의 결실이었다. 타미플루라는 독감 치료제 역시 일본에서 2001년에 개발돼 지금은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은 코로나 검사 방법과 백신 주문생산에 집중했다. 한국에 도입된 백신은 mRNA백신 기반 (화이자·모더나), 바이러스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및 합성항원 백신 (노바백스·스카이코비원)으로 총 6종이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동반되지 않는 한 성공의 희망은 절대 꿀 수 없다.
올해 유독 자연재해가 잦았고 피해도 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엘니뇨라는 자연현상과 겹치면서 전 세계의 기후 및 기상변화가 이전보다 심하게 나타났다. 남유럽과 서부 캐나다의 산림 화재, 남가주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등도 이에 해당한다.
지구 온난화와 환경 변화가 최근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 극지 연구는 남극에 국한되어 있었다. 남극은 세계 어느 나라든 남극 조약에 가입한 후, 기지를 만들 수 있으며 남극에 대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북극은 다른 문제이다. 북극 인접 국가가 아니면 접근하는 것에 많은 제재가 있다.
대한민국은 북극 옵서버 국가로 참여한 후, 북극 해양과 알래스카에서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앨 고어 부대통령 시절부터 15년간 (2000~2014년) 북극 연구를 위해 매년 500만 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지원해 왔다. 더욱이, 연구소까지 만들어 많은 북극 연구자들이 교류할 기회도 만들었다. 이 기간 일본의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했고 지금은 이들이 일본 극지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후 일본은 매년 북극 연구를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많은 대학과 연구기관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연구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한국극지연구소의 연구책임자로부터 2024년부터 극지 연구에 대한 연구비가 일괄 50.6% 삭감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금이 생각보다 적게 걷혀 정부지원금을 대폭 줄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재 세계는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을 완료했거나 중지한 나라로 양분된다. 한국은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유비무환의 정신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코로나의 창궐 이전 1907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 당시를 반면교사로 기초과학 연구에 집중했던 국가들이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서도 한 발짝 앞선 것이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및 환경변화에 대한 연구는 단기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과학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한국도 과실의 재배지역 및 시기 변화, 어류 서식지의 북상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극지 연구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마땅하다. 극지 기후변화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기후에 직간접의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극지 연구의 모토는 극지의 얼음(해빙, 빙하 및 동토)의 기온에 대한 반응이다. 이러한 설빙권의 변화에 극지 해양 및 육상 생태계가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를 연구하는데 국가적 지원(국책사업)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연구비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의미다.
6·25전쟁 후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은 교육, 즉 인재양성이었다. 미래의 100년을 생각하는 교육과 연구가 필요한 시기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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