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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여름 지우고 떠난 선우

사이에 끼어 보이질 않네
 
그 젊음과 그대의 사이 서러운 눈물
 
 
 
바람과 소리 사이에 누운 미미한 생각에도
 
기억 없이 패인 기억들이 멀지 않아  
 
머리카락 날리며 달리던 그쯤으로도 어림잡아
 
맺히는 그리움이네
 
 
 
밀어내지 않아도 가는 시절 덥고 짜고 매운바람의 혀
 
나뭇가지 태연히 흔들리네
 
살아내야 할 뿌리 두꺼워진 만큼 얇아져 가는 날들
 
어쩔 수 없는 것들만 쌓이는 것이 나이 먹는 일인가 보네
 
 
 
그대의 생 언어 안으로 접고
 
억지로 웃으며 단련된 만큼만 잊어보려고
 
이것이 걸어 온 길과 내려가는 사이
 
살아가는 연민이 아니겠는가
 
 
 
그림자도 없는 것들을 여태 안고 가시 박힌 풀꽃들을
 
부지런히 비집고 가다가 만나고 헤어지고를 얼마인가
 
헤아릴 수 없어 가늠키 어려운 한 생의 그사이
 
그때의 그 코스모스도 피었고
 
그대의 언어 없는 가을도 다시 시작되었네
 
 
 
영원할 것 같은 어느 날 그쯤의 사이
 
어쩔 수 없는 것들만 남겨두고 누군가의 계절이 진다 해도
 
철쭉이 기다려지는 남은 날을 위하여
 
지금 막 피어난 도라지꽃을 또 심어 푸른 별을 보려 하네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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