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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배울 자유 있는데, 선택할 자유 왜 없나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조셉 콤로스키 교수(마운트 샌안토니오 칼리지)를 향해 날 선 트윗을 날렸다. 
 
‘우리의 아이들은 배울 자유가 있다. (Our kids have the freedom to learn)’.
 
그러면서 학자에게 “무식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5월이었다. 리버사이드카운티 테미큘라교육구가 하비 밀크의 생애가 담긴 교과서를 교과 과정에서 제외키로 했다. 밀크는 최초의 동성애자 선출직 공무원이 된 인물이다.
 
콤로스키는 테미큘라교육구 위원장이다. 그는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밀크를 ‘소아성애자(pedophile)’로 지칭했다. 이 용어가 뉴섬을 자극했다. 
 
뉴섬의 트윗을 필두로 주류언론 등은 성 소수자를 무시하는 차별적 결정이라며 교육구에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콤로스키에게는 살해 협박이 이어졌다.
 
콤로스키는 위원장으로서 교육구의 입장을 슬쩍 틀어 여론을 오도하는 그들에게 곧바로 맞받아쳤다. 
 
그는 ‘412 교회’ 목사 팀 톰슨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밀크에 대한 발언은 그가 ‘동성애자’ 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성년자와 성적 관계를 가졌던 성인이라는 점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 소수자를 차별하려는 게 아니라 해당 내용이 학생에게 적합한지 등을 검토했고, 우려되는 요소가 있어 채택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구 측은 역사 자료와 학부모 의견 등을 수렴해 밀크의 일부 행적을 우려했을 뿐이다. 교육구 결정에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1964년이었다. 30대 성인이었던 밀크는 가출 소년 잭 매킨리(당시 16세)와 뉴욕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성 소수자 운동가인 랜디 쉴츠는 밀크의 친구다. 쉴츠는 밀크의 삶을 다룬 전기(하비 밀크의 삶과 시대ㆍ2008년 출판)에서 ‘하비는 항상 약물 문제가 있는 어리고 마른 사람을 선호했다(Harvey always had a penchant for young waifs with substance-abuse problems)’고 적은 바 있다.
 
물론 밀크를 옹호하는 측은 당시 뉴욕에서 성관계 등이 가능한 ’동의 연령(age of consent)‘이 14세(현재 18세)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러니하다. 과거의 인종, 문화, 사회적 개념 등이 조금이라도 잘못됐다면 즉각 수정 또는 ‘취소(cancel)’ 해버리면서 밀크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교육구와 뉴섬의 갈등은 곧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정부가 학부모의 권리를 배제하고 특정 교육을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정부는 테미큘라교육구를 본보기로 작심하고 타지역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
 
뉴섬은 교육구에 150만 달러 벌금 부과, 민권부 조사 실시 등과 함께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학생들 손에 책을 전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가주의 FAIR 교육법(2012년 제정)도 내세웠다. 이 법은 성 소수자, 소수 인종 등의 사회적 기여를 공정하고 포용적으로 교과 과정에 담아낼 것을 요구한다. 주 정부가 교육 지침을 발표하면 각 교육구는 이 법에 따라 교사,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적합한 교과 과정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뉴섬이 교육구를 강제하면서 이를 법적 근거로 사용했다는 점 역시 논란이 됐다.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UCLA의 리오하니안 교수는 “주 정부가 특정 교과 내용을 의무화 또는 강요할 수 있다는 내용은 FAIR 법 어디에도 없다”며 “오히려 이 법은 지역 교육구가 합법적으로 FAIR 법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나갈 수 있도록 자율권을 허용하는 게 요지”라고 전했다.
 
이후 지역 학부모들은 뉴섬을 ‘폭군(tyrant)’으로 지칭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테미큘라교육구는 학생 수가 2만8000명에 불과하다. 주 정부로부터 운영 기금을 받아야 하는 교육구 입장에서 거액의 벌금과 법적 대응 등은 부담이다. 
 
결국, 교육구가 한발 물러섰다. 해당 커리큘럼을 보충 수업과 교사 자료 등에 포함하기로 했다.
 
배울 자유는 있어도, 선택할 자유는 없는가. 이런 식의 강제가 다른 영역에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교과서 논란은 그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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