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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아시아계의 ‘고국 사랑’ 순서는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이민자가 1000명이면 1000가지의 사연이 있다고 했다.  
 
이민의 이유와 과정, 그리고 정착까지 가치관이 계속 변할 수 있는 게 이민자 문화다. 그렇다면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고국과 주변 국가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최근 퓨리서치가 지난해 7개월 동안 아시아계 이민자 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주요 내용은 이미 지면에 소개가 됐지만 그 밖에 흥미로운 내용도 많다.  이번 조사는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베트남, 인도, 중국 출신을 대상으로 했으며 1세와 2~3세들을 구분해서 실시했다.  
 
일단 7개 출신 국가 중에 ‘고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일본계로 92%였다. 그 다음으로 대만계(95%), 한국계(86%), 인도계(76%), 필리핀계(72%), 베트남계(59%), 중국계(41%)가 뒤를 이었다. 베트남계의 고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것은 많은 1세가 베트남 전쟁 때 탈출한 ‘보트피플’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과 베트남이 1995년 수교를 재개하는 등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서 그나마 베트남계의 고국 호감도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베트남계가 많이 거주하는 웨스트민스터에서는 비디오 대여점에 호치민 사진 한장이 걸려도 수백명이 항의시위를 했다.  
 
고국을 사랑하는 인도계의 비율이 76%라는 것도 주목된다. 다른 6개 국가 출신 이민자들의 인도에 대한 호감도는 평균 3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대만, 중국은 인도에 대한 호감도가 평균 17%에 불과했다. 인도에 대한 타 아시아계의 호감도는 낮지만 인도계의 고국에 대한 자긍심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여 주목된다. 필리핀에 대한 호감도 평균 역시 37%에 머물렀다. 한국과 대만, 중국계의 필리핀에 대한 호감도 역시 20%대에 머물렀다.    
 
한인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은 유독 도드라졌다. ‘일본에 호감을 갖고 있다’는 한인 비율은 36%에 불과해 대만계 87%, 필리핀계 79%, 베트남계 77%, 인도계 70%와 비교해 아주 낮은 수준이다. 중국계는 63%였다. 해당 조사가 응답자들에게 굳이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최근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까지 한일 양국의 지속적인 갈등 상황이 반영된 듯하다. 전쟁의 후유증이 나라마다 다른 형태로 남고 치유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과 고국에 갖는 호감도 조사에서 몇 가지 공통된 특징들이 보인다. 대체로 1세들은 고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 평균 83%를 기록했지만, 2~3세들은 평균 64%였다.  또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고국에 대한 호감도도 높았다. 예를 들어 인도는 고국에 대한 호감도가 대학원 졸업 이상 42%, 대졸 35%, 고졸 27%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은 반대로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고국에 대한 호감도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겠냐는 질문에도 민족 간의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2~3세들의 대답은 ‘NO’가 더 많았다. 중국계는 16%만이 그럴 용의가 있다고 답했고, 인도는 가장 높은  33%였다. 한인은 4명 중 1명인 26%였다.  
 
고국행의 이유로 한인들은 ‘더 나은 보건 혜택’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중국계는 ‘가족과 친구’(27%), ‘문화적 친숙함’(24%) 등 순이었다. 또 ‘고국이 더 안전해서’(13%), ‘인종차별이 적어서’(8%)도 있었다. 반면 필리핀계는 ‘낮은 생활비’(47%), ‘가족과 친구’(35%) 등이 상위에 올렸다. 인도계는 무려 53%가 물가를 이유로 꼽았다.  
 
미국은 ‘멜팅팟(melting pot)’으로 불리는 다인종 국가다. 모두가 똑같아질 수는 없다. 피부색도 생각도 가치도 다르다. 하지만 합리적 기준을 만들고 공동의 가치를 지향한다. 그것이 이 나라의 장점이 아닐까.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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