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휴전 70주년, 하지만 끝나지 않은 6·25전쟁
동족상잔의 아픈 상처를 기억하는 전쟁세대들은 이제 천수에 가까웠다. 많은 생생한 역시가 묻힐 처지에 있다는 의미다. 고 백선엽 장군이 지휘한 낙동강 다부동전투도 그중 하나다. 아군 병력 8000명으로 적군 3만 명과 대치한 그 치열한 전투로 강물이 피로 붉게 물들었다. 거기서 만약 우리 군이 패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뒤돌아서면 나를 쏴라”는 백 장군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의 활약 덕에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지휘하에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그토록 많은 고지전투와 압록강까지의 진격, 살인적인 추위에서 포위망을 뚫고 필살의 탈출을 감행한 장진호전투, 20만 명의 북한 피난민을 실어나른 흥남 철수작전,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서 각 전선에서 백병전도 불사했던 우리 국군의 용맹과 희생적 헌신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신성인의 현장이었다.
침략자 북한 정권은 휴전 협정을 맺은 7월27일을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 약칭 ‘전승절’이라며 기념하고 있다. 자기들이 전쟁에서 이겼다며 역사를 왜곡하며 ‘나홀로’ 찬양하고 있다.
한편 미국도 정전 70주년 행사를 ‘자유세계가 이긴 전쟁’으로 기린다. 10년 전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전은 이긴 전쟁입니다”라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우리는 자유를 지켜냈고, 자유민들이 굴복하지 않았음을 기록하게 될 것이니 한국전은 승리였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입니다.” 정말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젊은이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나라를 구원하기 위하여 달려가 싸운 미국에 대한 감사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전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막중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중 패권전쟁이 가시화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에서 신냉전의 조짐마저 보인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에 또 다른 시련이 닥쳐올 수도 있다. 참전 유공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가을 유엔총회에 참석해서 한 연설에서 유엔에 대한 감사는커녕 침략자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유민주국가의 체제를 훼손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남북은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 휴전 상태다. 언제든지 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불안전한 휴전 상태에서 벗어나 긴장과 대치 상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 시대로의 전환이 통일 뭇지않게 국민적 소원으로 남아 있다.
이제 전쟁 당사자인 대한민국은 세계를 향하여 전후 70년의 위대한 성취를 폐허에서 경제부흥의 신화를 창조하고 유엔의 수혜국에서 지원국으로 탈바꿈했다. 원컨데 전쟁의 실상과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방관하다 자칫 제2의 6·25를 불러선 안 될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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