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몽상] 모험 영웅의 마지막 귀환
1980년대의 영화 팬이라면 ‘인디아나 존스’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4편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털 해골의 왕국’은 2008년인데, 1편 ‘레이더스’부터 3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까지는 모두 80년대에 개봉했다.개인적인 기억은 2편 ‘인디아나 존스’부터다. 중·고교마다 전교생 단체관람으로 ‘킬링 필드’를 보러 가던 때로 기억하는데, 이웃 학교 고학년들이 단체관람을 빠지고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업 대신 영화를 보는 자체가 좋았던 터라 그 이유를 몰랐다. 바로 그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였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였다.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배경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액션, 임기응변에 능한 주인공의 매력과 흥을 돋우는 음악까지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맛을 제대로 알려줬다. 주인공이 고고학자인지, 고고학자가 무슨 일을 하는 건지 정확히 알았던 것 같진 않지만 말이다. 요즘 처음 봤다면 감상이 좀 달랐을지 모르겠다. 서구 이외의 세계를 묘사하는 할리우드의 시선, 남의 나라 유물을 약탈했던 제국주의 역사를 의식하며 비판할 점부터 찾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새로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4편 이후 15년 만에 나온 5편. 30대에 인디아나 존스를 연기하기 시작한 해리슨 포드는 이제 80대 초반이다. 극 중 젊은 시절 묘사에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받을 거라는 건, 이미 알려졌던 터. 영화를 보면서는 엉뚱한 걱정을 혼자 했다. 대역 등이 있었더라도 액션 장면이 이 배우에게 과하진 않았을까, 이러다 인공지능으로 해리슨 포드를 만들어 시리즈를 이어가면 어쩌지 등등. 알고 보니 전편들의 설정에 따르면 인디아나 존스는 1899년생. 1969년이 주요 배경인 이번 영화에서는 아직 70대 초반이다. 또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화사 디즈니는 이번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어찌 됐건 영화의 마지막 대목에서야 비로소 안도했다. 교수도 퇴임하고 아내와도 별거하던 인디아나 존스는 옛 동료의 딸 때문에, 나치 잔당에 맞서 고대 아르키메데스의 발명품을 찾으려는 모험에 나섰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온다. 명성을 얻는 대신 상처 많은 삶을 마주하며 회복을 꿈꾸는 결말이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아닌 다른 감독이 이 시리즈를 연출하는 건 처음인데, 각본에도 참여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이 시리즈의 미덕을 잘 아는 듯 보인다. 위치 추적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는 시대를 배경으로, 물론 실제는 디지털 기술을 많이 결합했겠지만, 아날로그 단서와 탈 것만으로 시리즈의 고전적 추격전을 펼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할리우드에서도 실현되기를,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도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라게 된다.
이후남 /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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