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한미동맹 상징 된 참전비
LA총영사관은 올해 6·25 기념 행사를 이례적으로 참전비 앞에서 진행했다. 오전에 열린 이 행사엔 UN참전국 외교단, 연방하원의원, 가주의회 의원, 시장 및 시의원 등 정치인과 한국과 미국의 참전용사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 남서부지회(회장 박굉정), OC한인회(회장 조봉남) 등 OC의 한인단체도 기념 행사에 참여했다. OC해병전우회(회장 정재동) 기수단은 미 육군 제300군악대의 연주 속에 입장,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총영사관 측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영원한 탑건’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대령이 기념사를 했고, 이날 기념식이 개최된 풀러턴과 자매결연을 맺은 경기도 성남시 신상진 시장도 참석해 한미동맹의 가치를 지방정부 간 교류 확대로 계승, 발전시켰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오후엔 같은 장소에서 민주평통 오렌지샌디에이고협의회(회장 김동수)와 OC해병전우회가 함께 마련한 6·25 문화행사가 이어졌다. OC해병전우회는 지난해 참전비 앞에서 참전용사를 추모하고 감사를 표하는 행사를 열었지만, 올해는 다른 기관, 단체 행사의 조연을 자처해 더 많은 이가 참전비를 방문하도록 기여했다. 주최 측은 약 300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며 만족해했다. 이날 하루 약 600명이 참전비를 방문한 셈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참전비를 주목하는 시선이 느는 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전에서 희생한 미군 3만6591명 전원의 이름을 비석에 새겨 기린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의 기념물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 남가주를 방문하는 한국 정부 인사, 정치인 등의 발길이 잦아졌다. 지난 1년 반 사이,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공무원, 여야 정치인 등이 참전비를 방문해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 과정에서 참전비의 존재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참전비 방문은 점차 자매도시 학생을 포함한 민간 방문객 사이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셋째, 한인은 물론 미군 참전용사의 가족, 후손, 지인과 공원을 방문하는 타인종 주민에게도 매우 뜻깊은 기념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참전비는 풀러턴 시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공원에 설립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공원을 찾는 타인종도 자연스럽게 한미동맹의 역사를 알게 되고, 한인,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다.
넷째, 정부 기관 또는 독지가 몇 명의 지원이 아니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를 포함해 500명이 넘는 기부자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됐다는 매력적인 스토리다.
모금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11년 동안 OC와 전국 각지, 멀리 한국의 기부자와 한국 정부까지 힘을 모은 덕분에 오늘날의 참전비가 건립될 수 있었다는 설명을 들은 이들은 깊은 인상을 받곤 한다.
참전비가 OC의 명소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많은 이가 한국전쟁을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다.
참전용사기념비위원회(회장 노명수)는 올해 처음으로 참전용사 후손 대상 장학금 전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70여 년 전,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미군 덕분에 오늘날 미국에 뿌리내리고 사는 한인들이 미군 후손들을 돕는 것은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전개다. 한미동맹의 상징이 된 참전비를 매개로 또 어떤 스토리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