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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론] 미국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권영일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

권영일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

아버지날(Father’s day)과 준틴스 데이(Juneteenth: 흑인 노예해방 기념일)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를 방문했다. 바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붉은 돔(Red snapper)이 제철이다.  밤새 천둥과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더니 당초 계획되었던 오전 예약이 취소됐다. 결국 파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려 오후에 겨우 배를 구해 멕시코만으로 나갔다.
 
첫 번째 어로에서 낚시를 드리우는 순간, 한 일행이 갑자기 “물렸다!” 소리쳤다.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한참을 씨름하다 건져 올린 것은 1.5피트는 족히 넘을 것 같은 방어다. 회를 치면 찰진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와!” 일제히 함성을 질렀으나, 선원은 기대와는 달리 인증샷만 찍고 애써 잡은 방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아니 저 맛있는 생선을 왜 …?’ 이 어종은 지금 금어기라 잡을 수 없단다. 만약 이를 어기고 반출하면 라이선스가 취소될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플로리다 주 당국은 낚시 금지 어종과 어획량, 일정을 세세하게 명문화했다. 어류를 보호하고 배양할 목적이다. 실제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 위원회(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는 해마다 낚시 시즌을 앞두고 관련 규제사항을 발표한다. 단순히 물고기 크기로 한도를 설정하는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철저하다. 심지어 까다롭지는 않지만 낚싯배 탐승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잡을 수 있는 참돔의 양도 제한된다. 1인당 2마리. 길이가 16인치 넘지 않는 물고기도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식감이 좋은 쥐치도 몇 마리 잡았으나 규정에 따라 바로 방생을 했다.  
 
주 정부는 낚시를 끝내고 돌아온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잡은 마릿수와 무게를 보고하도록 한다. 일정량이 채워지면 낚시 시즌도 마무리한다. 실제 하선하자 관계자들이 잡은 물고기 마릿수와 크기를 일일이 검사하고, 설문조사도 했다.  
 
앨라배마, 버지니아, 뉴욕 등 관련 주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적용된다. 이 가운데는 강태공들에게 다소 과도한, 그리고 불필요한 조항도 분명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은 대부분 이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어떤 규정이 부당할 경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개정되기 전까지는 준수하는 것이 이들의 생활양식이다.  
 
회를 좋아하는 일부 아시아계는 허용되지 않은 어종을 잡으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먹거나, 필레(filet) 형식으로 주머니에 넣고 단속을 피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당국자들이 때때로 배 위로 올라와 수색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법망은 어찌 보면 그물코가 넓고 엉성해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서 오는 해프닝이리라. 사고 환경의 다름에서 오는 차이다. 다시 말해 자연을 보호하려는 현지당국의 사고 구조와 맛있는 회를 먹고 싶은 마니아들의 욕망 구조 사이의 갈등이다.  
 
올해로 이민 120주년을 맞은 한인사회는 미국사회 적응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곧 현지인의 생활과 문화에 동화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질서와 규칙을 준수하는 것도 마땅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생활습관과 문화환경을 이해하고 순응하는 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그래야 서로 간 믿음이 생긴다. 사회의 발전이 구성원들의 신뢰 확산에서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말했다.  “우리 사이좋게 살아요.”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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