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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레드넥, 남부 시골 촌놈의 인기 현상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구수하면서도 남성미 가득한 컨트리 음악계가 한때 부드러워진 적이 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거칠고 투박한 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2010년대가 그랬다. 다양성의 강조로 보수적이던 컨트리 음악계에 변화가 요구됐다. 카우보이모자, 굵직한 수염, 마초적 매력을 뽐내던 남자 컨트리 가수들이 점점 매끄럽게 변해갔다. 급기야 컨트리 게이 가수 오빌 펙의 등장은 이런 트렌드에 정점을 찍었다.
 
뉴욕타임스의 음악 평론가 존 카라마니카는 이들을 ‘컨트리 젠틀맨’으로 지칭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남자 컨트리 가수들이 맑은 목소리로 헌신적인 사랑을 노래한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거친 매력이 설 자리를 잃어갈 즈음이었다. 판을 뒤집는 인물이 등장했다. 날 것의 컨트리 음악을 다시 무대로 가져온 건 신인 가수 모건 월렌이었다. 야들야들해진 음악에 쉽게 불만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던 팬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월렌은 보수적인 시골 백인을 일컫는 ‘레드넥(redneck)’이란 용어까지 과감히 꺼내 들었다. ‘레드낵 러브송’에서 월렌은 자신을 트랙터를 모는 시골 청년으로 묘사했다. 남자다움을 물씬 풍기며 칼칼하게 사랑을 외친 그는 남부 특유의 감성을 자극했다.  
 
컨트리를 제자리로 돌려놓은 월렌은 스타라면 한 번씩 거치는 버라이어티쇼 SNL(Saturday Night Live)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때 팬데믹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방역 지침을 어기고 파티를 즐기던 월렌의 사진 한장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SNL은 월렌의 출연을 취소해버렸다.
 
논란은 더 커졌다. 월렌은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려고 몰려든 민주당 지지자들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그러면서 ‘위선이란 비현실적(The hypocrisy is unreal)’이라고 적었다. 월렌은 소신 있게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거리에서 축하 파티를 해도 된다면 지금 당장 콘서트도 예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안티들은 비난의 돌을 던졌다. 반면 답답함을 느껴온 이들에게는 통쾌함을 안겼다.
 
SNL은 결국 그를 다시 출연시키기로 했다. 월렌은 쇼에 나가 “남부 시골 촌놈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그간의 논란을 능청스럽게 코미디로 받아쳤다.  
 
세상은 그런 월렌을 가만두지 않았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상황에서 장난을 치며 ‘N-word’를 사용한 영상이 공개됐다.  
 
다시 한번 난리가 났다. 영상은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맞물렸다. 심지어 ‘캔슬 컬처(cancel culture)’가 월렌을 집어삼켰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음원들이 삭제됐고, 그래미 시상식 출연도 금지됐다. 사실상 음악계의 퇴출 결정이었다.
 
반발은 그 지점에서 폭발했다. 특정 사상을 강요하고 입맛에 안 맞으면 모든 걸 취소해버리는 풍조에 질린 이들이 반기를 제대로 들었다. 이들은 월렌의 음반을 구입하는 행위로 PC 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대항했다. 이 때문에 월렌의 두 번째 정규 음반은 2021년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 1위를 기록하게 된다.  
 
잡지 디 애틀랜틱의 평론가 스펜서 코나버는 ‘월렌은 인종 비하 발언으로 추방된 후 더 유명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라는 제목의 칼럼까지 썼다. 코나버는 “사람들은 이 시대를 향해 다른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월렌의 인기 요소가 명확하진 않지만 사실상 캔슬 컬처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분석했다.
 
월렌은 올해 초 세 번째 정규 음반을 발표하면서 역사를 썼다. 이 음반에 수록된 전곡(36곡)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 모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급기야 컨트리 가수로는 최초로 1위 곡(라스트 나잇)을 포함, 무려 다섯 곡이 탑 10 차트에 올라갔다.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모건 월렌의 인기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감을 방증한다. 현시대를 향한 대중의 질책이다.
 
장열ㆍ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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