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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동포청 첫 과제는 ‘홍준표법’ 개정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김병일 뉴스랩 에디터

2017년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등 화려한 정치 경력의 소유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인사회와는 악연이 있다. 그가 국회의원 시절 해외 한인 2세와 그 가족들의 삶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는 법 제정을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배경 설명을 위해 유승준 이야기부터 필요하다. 한국계 미국인 유승준은 1996년 한국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데뷔 당시 그는 미국 영주권자였다. 12세 때 오렌지카운티로 이민을 와 성장했다.  당시 한국에서 외국 영주권자는 체류 기간이 1년을 넘지 않으면 병역 의무를 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2001년 관계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새 시행령은 영주권자라도 체류 기간이 1년 중 60일이 넘고 공연, 방송, 영화 출연, 경기 참가 등으로 돈을 벌 경우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기 한국은 1990년대 말 시작됐던 병역 비리 문제가 마무리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당시 보도를 보면 검찰과 군 검찰로 구성된 합동수사반이 발표한 병역 비리자 명단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없었다. 이에 비판에 직면한 국방부는 병역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여러 땜빵식 대안을 내놓았고 그중에 사회적 반발이 적은 해외 출신 연예인에 대한 병역면제 대상 축소도 들어 있었다. 여론을 잠재울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승준은 한국 내 활동을 이어가다 그해 10월 갑자기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는다. 병역 비리 문제에 예민해져 있던 국민과 언론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유승준은 인터뷰 때마다 군에 입대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몇 개월 뒤인 2002년 1월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유승준 쇼크’라고 언론이 표현할 정도였고 이 충격은 국민적 분노로 확산한다. 이에 병무청은 법무부에 그에 대한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
 
바로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2005년 홍준표 당시 국회의원은 국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국회를 통과했다. 바로 ‘홍준표법’이다. 당시 원정출산 등 편법 병역기피자에 대해 치솟는 반감에 편승한 것이다.
 
핵심 내용은 만 18세가 되는 당해 3월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만 37세가 되는 해까지 20년간 한국 국적에서 이탈할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 법 때문에 해외에서 태어난 한인 2, 3세들은 ‘잠재적 병역기피자’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한인 2세에게는 한국 국적 이탈 의무가 없었다.
 
이에 한인사회는 ‘홍준표법’의 불합리성과 동포들의 불편한 사례를 제시하며 지속적으로 개정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2020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 ‘과잉금지’에 따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2년에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국적포기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국적법상 예외조항이 신설되는 변화 정도다. 하지만 이는 신고제가 예외적 허가제가 된 것일 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한인 인구는 250만 명가량이고 이 중 약 20만 명이 2세 혹은 3세라고 한다. 이들이 이른바 ‘선천적 복수국적자’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홍준표법 때문에 한국 유학이나 취업에 제약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미국 내 활동에도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수국적자는 사관학교 입학과 군 내 주요 보직 근무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 관련 업무 등을 취급하는 연방 정부 기관 취업도 제한을 받는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다.
 
다행히도 이번 정부는 재외동포 정책에 전향적인 모습인 것 같다. 대선 공약이었던 재외동포청을 약속대로 신설했다. 이제는 동포청을 제대로 운영하면 된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바로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족쇄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이민 2세와 3세 들이 한국을 원망하며 살지 않도록 잘못된 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 해외 한인에게 족쇄를 채우지 않고 원정출산 등 편법 병역기피자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 새로 출범하는 동포청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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