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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AI와 로봇이 불러오는 고용시장 변화

진성철 경제부 부장

진성철 경제부 부장

최근 한국을 다녀온 지인이 한국 식당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먼저 식당 입구 쪽에 있어야 할 계산대가 보이질 않았다고 한다. 규모가 작지 않은 식당인데 매장 안에는 직원이 2명뿐이다. 대신 로봇 3대가 음식을 고객 테이블로 바쁘게 날랐다. 더 신기한 것은 테이블마다 설치된 태블릿 주문 및 결제기였다. 음식 사진을 클릭해 주문하고 크레딧카드로 결제하고 기다리니 로봇 한 대가 음식을 트레이에 싣고 테이블로 왔다. 직원은 로봇을 따라와 로봇이 가져온 음식을 고객 테이블 위에 올려줄 뿐이다. 지인은 식당 안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이모 여기요”라는 말이 사라져 왠지 씁쓸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비싼 인건비를 줄이고 구인난도 해결할 수 있어 업주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주방에서 감자를 튀기고 고기를 굽고 떡볶이를 조리하던 로봇이 이젠 서빙에서 주문 및 결제까지 담당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배달 로봇을 보행자로 규정해 보도통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차로 분류해 보도를 이용할 수 없게 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한 경제사절단 중 푸드 테크 기업 ‘고피자’가 미국 투자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업주 혼자 자동화된 화덕을 통해 1인용 피자를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매장이 크지 않아도 돼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아마존과 한국의 쿠팡이라는 기업의 물류 창고도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이 늘고 있다.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면 사무직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의해서 일자리를 빼앗길 처지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45개국 800개 이상의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AI 기술 도입으로 일자리 260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 또 전체 일자리의 25%는 AI와 디지털화, 녹색 에너지 전환, 공급망 리쇼어링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WEF의 예상이 적중한 것인지 지난 1일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 안에 7800명의 일자리를 AI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즉, 고객 비대면 업무를 맡은 2만6000여명 중 30%를 AI와 자동화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 미디어 광고 그룹 블루포커스도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를 생성형 AI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생성형 AI가 사무직과 법률 서비스를 중심으로 현재 일자리의 4분의 1을 대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5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미국작가조합(WGA)과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은 가장 큰 쟁점으로 보였던 임금 인상엔 합의했지만 AI 개입 차단 등의 문제에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들도 AI에 의한 일자리 상실 우려가 깊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로봇과 AI가 빠르게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인간이 AI 로봇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5년, 혹은 10년 후에 달라질 세상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을 놓치면 자칫 낙오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AI 탑재 로봇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사람과의 많은 접촉과 교감을 필요로 하는 일은 생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또 반복적이거나 패턴화하기 어려워 예측이 힘든 직업군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AI와 로봇의 일자리 위협은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개인도 이에 대비해야겠지만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군을 빨리 파악해 종사자들을 재교육하고, 직업 교육 전반을 재설계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진성철 /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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