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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배우 박상원의 사진, 연극적 매력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배우 박상원이 LA에서 연 사진작품 초대전은 여러 면에서 묵직하게 가득 찬 느낌을 준다. 전시장을 가득채운 60여점의 대표작과 신작이 압도적이다. 연기자의 작품답게 연극적이고 시적(詩的) 울림이 크고, 연극 특유의 입체적 깊이도 만만치 않다. 연극과 사진을 조화시킨 배우 특유의 작품이 주는 매력이 즐겁다.
 
우선 흑백 위주의 큰 화면이 주는 안정감이 믿음직스럽다. 편하고 예쁘장한 사진이 아니어서 좋다. 개성적 화면을 통해 작가가 낮은 목소리로 걸어오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대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악기 소리로 치자면, 바이올린보다는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전시장을 감싼다. 우리 악기로 비유하면, 가야금보다 거문고 소리에 가깝다.
 
소리도 소리지만, 작가가 올곧게 이야기하려는 삶의 냄새가 반갑다. 한 작가가 자기 색채를 선명하고 고집스레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끈기도 필요하고, 작가의 철학적 신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작가 박상원의 경우, 연극적 시선과 에너지가 그런 힘의 근본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것을 ‘연극적 상상 창조적 망상’이라고 요약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사진은 또 다른 연기’라고 말한다.
 
“나에게 사진은 어쩌면 연기입니다. 찡그리고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장면인 것입니다. 그 속에서 혼자 소리로 노는 것입니다. 사진적 상상과 창조적 망상으로 혼돈스럽게 뛰어노는 것입니다.”
 


흔히 사진을 일컬어 ‘결정적 순간의 포착’이라고 말한다. 배우 박상원의 사진은 거기에 더해 ‘극적 순간’이라는 입체적 긴장감을 갖는다. 사진작가들이 말하는 ‘조형적 순간’ 포착을 넘어서 이야기의 줄거리 연결, 시간의 흐름을 포함하는 것이다. 연극적 표현의 강점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배우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사진은 여백의 미를 가진 일상적인 사진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소리가 멈추어 있는 동영상의 일시정지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 속에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또 다른 느낌의 동영상을 상상으로 이어갑니다.”
 
화가들 중에 연극 활동을 경험한 작가들이 더러 있는데, 그들의 작품을 보면, 이야기의 입체감과 생각의 깊이를 매우 중요하게 드러낸다. 무대 위에서 하나의 인물이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면 깊이 있는 관찰과 입체적 분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관객의 시선도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림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말을 걸게 된다. 예를 들어 황창배, 임옥상, 민정기, 김병종 같은 화가들의 작품이 그렇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떠시냐고 묻는다.  
 
박상원의 사진도 그렇다. 박상원의 경우 연극과 사진은 바람직한 조화를 이루며, 강력한 상승효과를 빚어낸다. 전시회의 전체 제목인 모놀로그(A Monologue), 장면(A Scene) 등은 연극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용어들이다.
 
박상원의 사진작품에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눈발이 휘날리고, 꽃이 만발한 자연의 연극적 장면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쩌다 사람이 나와도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찌 보면, 무대장치처럼 보인다.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의 팽팽 긴장감이 가득한 무대…. 곧바로 배우가 등장해서 연기를 시작할 것 같다.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을 향해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그 배우는 바로 작가 박상원 자신이다.
 
물론,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뛰어들어 ‘창조적 망상’을 발휘하며,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져 연기를 할 수 있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첫 사랑을 만날 수도 있고,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이별의 아픔을 노래할 수도 있다. 그런 어울림의 마당이 펼쳐지기를 작가는 희망한다. 그 희망이 사진의 매력으로 이어진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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